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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02. 2023

인스타그램은 삶을 파괴한다

마약만큼 무서운 SNS 중독

 SNS는 감정을 전시하고 행복을 박제하는 곳이다. 진짜 행복은 핸드폰 화면 밖에 있다. 인스타그램 속에서 웃고 있는 내 모습은 진짜가 아니다. 기록으로 남은 순간일 뿐이다. 현실은 소셜미디어 밖에 있다. 근황을 알린다고 하는 말은 거짓말이다. 그저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것뿐이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사랑받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 그러나 잘못된 방법으로 욕구를 충족하면 사람의 내면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분별력을 가지고 신중하게 SNS를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각심을 가지고 경계하지 않으면 누구나 중독될 수 있다.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처럼 소셜미디어도 중독되는 순간 삶을 망가뜨린다. 그러나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생각 없이 사용한다. 소셜미디어의 실시간 소통구조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진다. 쉽고 빠르게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점점 속도에 익숙해진다. 피상적인 관계일 뿐이지만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과 쌓은 친밀감은 소속감이 된다.


 개인화가 극심한 현대사회에서 SNS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창구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그리고 유튜브에 의존하면서 중독된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대하고 공감을 구걸하는 행위는 내면을 좀 먹는다. SNS 속의 나는 진짜 내가 아니다. 다른 누구보다 본인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열을 올릴수록 현실과의 괴리감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한 인간은 자의식과 현실인식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사람은 건강한 자의식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행복을 전시한다.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박제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들만 골라 업로드한다. 결국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미지들만 남는다. 행복을 박제하고 우월감을 전시하는 동안 내면은 공허해진다. 채울 수 없는 허망한 기분을 벗어나기 위해서 더 많은 관심을 원하게 된다. SNS 중독은 마음의 병이나 다름없다. 마약을 끊지 못하는 것처럼 소셜미디어에 길들여지면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 없다.


 SNS를 소유한 거대 기업들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용자들을 빠르게 중독으로 몰아넣고 그 속에서 이윤을 창출한다. 좋아요를 누르고 쇼츠를 보면서 관심을 가졌던 콘텐츠가 계속해서 피드에 뜬다. 관련 있는 인플루언서나 연관된 상품광고를 끊임없이 추천한다. 내가 원해서 선택하고 필요해서 구매했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의사결정 과정에 내 의지는 배제되어 있다.


 방향을 지시하고 결정하도록 만드는 것은 빅테크 기업의 AI큐레이션이다. 사람은 그저 좋아요를 누르고 결제 버튼을 누를 뿐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뺀다면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사고력을 저해한다. 주체적인 사고와 다각적인 추론을 배제한다. 이슈가 되는 콘텐츠를 메인으로 띄우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극적인 피드를 지속적으로 내보낸다. 이슈와 뉴스의 홍수에 휩쓸리게 만들면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저 눈으로 보고 받아들이게 만든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신에 댓글을 확인한다. 생각하지 않고 다수의 추천을 받은 댓글에 동조할 뿐이다. 깊은 사고가 어려운 인간일수록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비속어와 욕설을 사용하면서 사실과 진실을 배제한다. SNS는 공격적인 댓글이 넘친다. 멸칭을 쓰면서 상대를 비인간화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다 보면 생각하는 능력은 퇴화할 수밖에 없다. 10초짜리 쇼츠를 넘기면서 보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시간만 소모할 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유용한 정보가 다양하게 들어있어서 지식을 얻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들여서 배우고 익힌 것이 아니라면 금세 사라진다. 뇌는 짧은 영상들을 자극으로 받아들인다. 자극의 주기가 짧아지고 빈도가 늘어나게 되면 인간의 뇌는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소셜미디어가 주는 자극에 길들여지면 생각하는 능력은 퇴행한다. 과장이 아니다. SNS중독된 사람은 긴 글을 읽는 것을 힘들어한다. 읽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논리적인 추론능력이 망가진 것이다.


 사고체계에 문제가 생기면 읽는 것뿐만 아니라 표현방식까지 악영향을 받는다. 문맥을 해석하는 능력이 저하되면 대화에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감정과 생각을 표출하기 힘들어지면 의사소통이 힘들어진다. 결국 주변 사람과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기 쉽다. 즉각적인 표현으로 감정을 표출하고 자극적인 어휘를 통해서 기분을 드러낸다.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맥락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입장을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쉽게 감정의 과잉상태에 빠진다. 논리적인 사고는 폭주하는 감정을 막는 안전장치나 마찬가지다. 사고력을 상실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은 계속해서 감소한다. 그리고 소셜미디어는 이 악순환에 가속도를 더한다. SNS는 인간을 위로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절망으로 인도할 뿐이다.


 소셜미디어는 늘 행복한 사람들을 보여준다. 화려하고 찬란한 인생을 보다 보면 소외감을 느끼고 열등감에 잠식당하게 된다. 보이는 것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상식을 SNS 하다 보면 까맣게 잊게 된다. 남들보다 잘살지 않으면 불행하고 남들만큼 살지 못하면 절망한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속에는 휴머니즘이 없다. 즐거움을 가장한 절망과 화려함의 가면을 쓴 고통만 존재한다. 소셜미디어에 중독된 사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영혼을 잃어버린 조난자들이다. 바닷물을 마시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 들이키고 눈보라 속에서 잠들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깊은 잠에 빠진다. SNS는 술과 닮았다. 분별력 있는 사람은 중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조심해서 마신다. 그러나 즐기는 사람은 술로 인해 몸과 마음 그리고 인생까지 망치게 된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속에 인생을 박제한다.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추억,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아이의 탄생까지. 그 모든 기록은 데이터가 되어 SNS를 운영하는 IT기업의 소유물이 된다.


 온라인에 업로드한 모든 정보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당한다. 이름과 얼굴, 개인정보와 취향 그리고 추억까지 모두 데이터가 된다.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먹이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소중한 인생은 인공지능의 사료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들이 SNS를 자신의 일상과 삶을 기록하는 다이어리나 아카이브로 생각한다. 안타까운 착각이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고 사진은 인화해서 앨범에 넣어라.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순간 내 것은 모두의 것이 된다. 내 삶은 누구나 열어볼 수 있는 공공재가 된다. 비밀은 없다.


 내 취미와 취향 그리고 생활과 인생까지 모두 전시 가능한 콘텐츠가 된다.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면 더없이 소중하다면 온라인에 업로드하지 마라. 소셜미디어는 니체가 말한 괴물의 심연이다. 내가 들여다보면 심연의 눈동자는 내 영혼을 꿰뚫어 보기 시작한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순간 모든 것들이 기록으로 남는다. 내가 한 모든 행동이 로그에 남는다. 괴물의 눈동자는 그 흔적을 전부 다 들여다본다. 결국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나를 쉽게 파괴할 수 있고 지배할 수 있다.


 SNS는 일기장도 아니고 사진첩도 아니다. 인간의 삶을 파멸시키는 괴물의 심연이다. 대량살상무기나 환경오염보다 끔찍한 인간 사회의 가장 어두운 이면이다. 무기는 사람을 죽이지만 소셜미디어는 정신을 죽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인간의 영혼을 도륙한다. 인스타그램을 끄고 밖으로 나가라. 소셜미디어 속에 삶을 기록할수록 자존감은 점점 더 하락한다. 자존감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감정이다. 열등감과 열패감을 조장하는 SNS 속에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행복은 현실에서 찾아야만 한다. 온라인 속에 행복의 대체재는 없다. 진정한 사랑도 소중한 사람도 모두 현실에 있다. 발견하지 못했다면 찾아 나서라.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다수에게 받는 관심은 싸구려지만 소중한 사람에게 받는 사랑은 고귀하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사랑받고 싶은 감정을 SNS라는 값싼 방식으로 채우려고 하지 마라. 쉽고 빠르고 간단할수록 중독되기 쉽다. 인간관계는 피곤하고 힘들고 복잡하지만 그래서 가치 있다. 현실을 붙잡아라. 환상에 중독되는 순간 현실로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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