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메테우스의 불로 만든 태양

by 김태민

2023년이 이제 한 달 남았다. 올 한 해를 관통한 핵심키워드는 역시 AI다. 챗GPT가 불러온 인공지능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일 년 내내 뜨거웠다. 주식시장도 크게 들썩였고 관련 산업은 연일 혁신을 내놨다.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는 AI 대한 입장은 현재 두 가지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기술혁명을 가져오는 축복으로 보는 시각과 인류의 종말을 불러온 재앙이라는 관점이다. 양쪽 모두 확고한 근거를 제시하면서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중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전해준 불을 두고도 인류는 이렇게 두 편으로 나뉘어서 싸웠을 것이다. 한편 주요 선진국들은 AI 개발을 법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미국과 EU는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저개발국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면서 정작 타국의 기술개발은 막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강대국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핵개발이 떠올랐다. 역사는 주기적인 반복이 만드는 데칼코마니다. AI개발은 핵병기와 군비확장이 불러온 냉전시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핵무장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대립도 그대로다. 인류의 번영과 멸망이라는 정반대의 미래가 천칭의 양쪽에 올라가 있다. 냉전시대동안 존재했던 불안감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먼 옛날 프로메테우스가 건네준 불은 인간의 손을 거쳐 이제 태양이 됐다. 태양은 온 세상을 비추는 축복이 될 수도 있고 지상을 다 태워버리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며칠 전 챗GPT를 개발한 OpenAI의 창립자이자 CEO인 샘 알트먼이 회사로부터 축출당했다. 이사회는 인공지능 개발의 위험성 때문에 해고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샘 알트먼과 대다수의 직원들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소속을 옮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AI개발을 이어나가겠다는 으름장에 이사회는 곧바로 해고를 철회했다. 결국 OpenAI는 인류의 번영을 지향하고 인공지능의 위협을 막는다는 본래 취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사람에게서 벗어난 고삐 풀린 말은 목적지가 없다. 멈추지 않고 지칠 때까지 원 없이 달린다. 흔한 기업내부의 권력다툼이었을까? 아니면 위협적인 AI의 등장을 막으려는 시도였을까? 진실은 당사자들만 알 것이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 기술의 발전은 이전보다 첨예한 대립을 부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현대전을 완전히 뒤바꿔버렸다. 군사적 긴장은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발명이 탄생한다. 전통적인 지상전과 시가전이 위성시스템과 드론을 통한 정보전으로 변했다.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전쟁으로 인해 세계는 AI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인식했다. 인류는 붉은 여왕 효과에 노출됐다. 가만히 서있으면 뒤쳐진다는 조바심이 인공지능 개발의 시위를 세게 당겨버렸다. 지난 3년간의 AI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인류는 결국 AI를 통해서 혁신의 신기원에 도달할 것이다. 물론 결과가 좋은 쪽일지 나쁜 쪽일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인간은 언제나 뒤늦게 후회하는 에피메테우스 후손이다. 그래서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항상 늦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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