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공존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서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잘못한 일을 반성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일 년을 무사히 보냈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연말을 맞이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작은 것에 즐거워하고 사소한 것에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이다.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갖고 싶은 물건이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친구는 자주 일을 도와준 나에게 연말을 기념해서 감사표시를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마음만 받기로 했다. 살면서 친구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서로 의지하고 돕는 마음이 통하는 가까운 사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갖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욕심나는 것도 없고 반드시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없다. 물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물건은 이미 다 가지고 있다. 값나가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생활하는데 큰 부족함은 없다.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마저 주기적으로 비우고 정리하고 있다.
소유에서 오는 즐거움은 일시적이다. 물욕은 소유하는 순간 거품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손에 넣기 전까지 열망하고 갈망하는 욕구가 물욕의 본질이다. 막상 갖게 되면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약물이나 도박이 도파민 중독을 부르는 것처럼 소유욕도 더 많이 갖기 위해 늘어난다. 수집에 끝이 없는 것처럼 소유도 마찬가지다. 한창 옷이나 안경을 좋아하면서 열심히 모았던 시절이 있다. 지금은 대부분 정리해서 거의 단벌신사나 다름없다. 활동하기 편한 옷 몇 벌을 가지고 돌려 입고 산다. 불편함은 없다.
생활 속에서 사소한 기쁨을 발견하려면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는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잊게 만든다. 소유욕을 버리게 되면서 나는 많이 행복해졌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더 이상 불안할 일이 없다. 유행하는 물건 하나쯤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은 없었다. 남들은 다 갖고 있다는 생각은 열등감을 부르고 조바심을 낳는다. 남들과 똑같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이 소유욕을 부추긴다. 수요는 취향이지만 필요는 생활이다. 생활하는데 문제만 없다면 괜찮다. 삶은 선택이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사는 내 선택에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