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

by 김태민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점심 전까지 글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절반도 완성하지 못했다. 잠깐 쉴 겸 공원을 산책하고 돌아와서 다시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 커서를 노려보던 눈을 모니터에서 떼고 창문을 열었다. 환기를 시키고 평소보다 빠르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대패삼겹살을 넣고 떡라면을 끓여 먹었다. 밥까지 든든하게 말아먹고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쓸만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기분을 전환하려고 며칠 전에 빌린 스티븐 킹의 <LATER>를 펼쳤다. 느긋하게 둥굴레차를 마시면서 70페이지쯤 읽었다. 한창 몰입해서 읽고 있을 때 책을 덮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켰다.


머릿속은 짙은 안개가 낀 건처럼 복잡했지만 그 속에서 천천히 단어를 찾아냈다.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낱말을 이어 붙이다 보면 문장이 나온다. 지루한 작업이지만 시작하면 진전이 있다. 글을 쓰다 막힐 때면 나는 거북이를 생각한다. 속도는 느려도 거북이는 멈추지 않고 전진한다.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지속성이다. 무슨 일이든 계속하다 보면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중단해 버리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걱정을 내려놓고 복잡한 생각은 멈추고 그냥 하면 된다.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하면 된다. 글은 쓰고 고치기를 반복해서 나온다. 삶도 똑같다. 글쓰기와 인생은 참 많이 닮았다.


글은 잘 써지는 날보다 안 써지는 날이 압도적으로 많다. 원래 세상은 잘되는 일이 거의 없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많은 것이 정상이다.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사람은 없다. 과정의 대부분은 시행착오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도 정상이고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는 일 또한 정상이다. 인생의 디폴트값은 실패다. 실패는 흔하고 성공은 드물다. 그러므로 실망할 필요도 없고 절망할 이유도 없다. 우울함을 털어내고 다양한 방법으로 기분을 전환한 다음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냥 하면 된다. 실패해도 또 하면 된다. 늘 그랬듯이 계속하면 결과는 나온다.


예전에는 속도에 집착하고 결과에 연연하면서 자주 일희일비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일에 상처받고 실망하면서 용기를 자주 잃어버렸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달라졌다. 안되면 다시 하고 잘 안 풀려도 계속하면 된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시행착오는 연습이다.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문제는 해결되고 사람도 성장한다. 조금 느려도 꾸준히 전진하면 된다. 중단하거나 그만두지 않는 한 삶은 발전한다. 글을 쓰면서 삶을 자주 돌아보게 된다. 결과에는 가치가 있지만 의미는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의미를 발견하면서 인간은 변화한다. 의미 없는 단어와 문장이 한 편의 글이 되는 것처럼 포기하지 않으면 삶은 달라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