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Jan 12. 2024

사기는 사회를 붕괴시킨다

우리는 모두 사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사기는 누구나 당할  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지금까지 사기당한  없는 사람은 똑똑한 것도 아니고 운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그저 본인에게 최적화된 사기를 아직 만나지 않은 것뿐이다. 한국은 사기 범죄의 온상이다. 어느 누구도 사기로부터 자유로울  없다. 판사도 전세사기를 당하고 경찰대 교수도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되는 나라다.


 시대가 변했지만 사기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범죄 1순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경제력과 국력의 성장을 토대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시간이 지나도 우리 사회에서 사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불황이 만들어낸 저성장의 늪에서 사기는 이전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한국 사회의 비정상적인 성과제일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불법을 자행하고 무법과 탈법 사이에서 교묘하게 부를 착복하는 이들은 잘만 산다. 성실하게 일해서  월급을 원천징수로 납부하는 근로자들을 바보로 만드는 세상이다. 크게 사기를 쳐도 거대로펌과 전관변호사를 쓰면   만에 다시 사회로 복귀한다. 피해자들은 피가 마르지만 정작 사기꾼들이 추징금을 제대로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가족이나 친척 명의를 빌려서 사는 범법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사기는 로또보다 훨씬  현실적인 인생 역전 시나리오다. 걸리면 범죄자가 되지만 걸리지 않으면 성공한 비즈니스맨으로   있다. 해마다 굵직굵직한 금융사기와 투자사기가 발생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삶을 망가뜨린 사기꾼들은 정작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당한 사람만 억울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제는 당한 사람도 책임이 있다는 궤변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죄는 죄인의 몫이다. 피해자와 범죄자를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된다. 당한 사람이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속인 사람이 사악한 것이다.


 유능한 범죄자는 기업가와 유사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유능한 재원을 충원해서 집단을 운영한다.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효과적인 관리를 목적으로 전문경영인까지 둔다. 수익극대화와 위기관리를 목적으로 사업성을 수시로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심지어 트렌드를 분석해서 최적화된 비즈니스 설루션을 지속적으로 보완한다. 빈틈없는 전략으로 무장한 기업형 범죄조직의 사기에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조직적인 사기 범죄는 비즈니스와 닮았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체계적인 쪽이 승리한다. 무방비 상태의 일반인이라면 무조건  수밖에 없다. 누구나 약점이 있고 살다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시기가 있다. 사기꾼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사람의 욕망과 결핍을 파고든다. 욕망에 눈이 머는 순간 판단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 역시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때 매력적인 기회나 행운이나 다름없는 제안이 갑자기 들어온다면 사기다.


 이유 없는 호의와 근거 없는 선의는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완벽해 보인다면 의심하고 하늘이 돕는다는 기분이 든다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설마 하는 생각은 사람의 본능이 보내는 위험신호다. 사기꾼은 사냥꾼이다. 위기를 감지하는 조심성만이 유일한 생존법이다. 성실한 범죄자는 쉬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흘리고 밤낮으로 노력한다. 그들은 인간적인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망설이지 않는다. 사기꾼은 나를 위해서 남을 얼마든지 파괴할  있는 괴물이다.


 사기는 앞으로  극심해질 예정이다. AI 딥러닝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특성을 분석한 맞춤형 사기가 등장할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개인정보를 SNS 공유한다. AI 있으면 SNS 업로드한 사진과 영상을 토대로 목소리와 얼굴까지 복제할  있다. 딥페이크와 생성형 AI 활용하면 혈육도 속일  있다. 사진  장과 영상에서 추출한 음성샘플 그리고 SNS 있으면 맞춤형 사기를   있다. 사기수법은 지금  순간에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수사기법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범죄를 방지하지 못한다면 해결책이라고 부를  없다. 최고의 해법은 예방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은 여전히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중이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피해액수의 금융사기와 투자사기가 반복된다. 수십 년째 반복되는 점을   사기는 사회적인 현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같다. 일본의 지진과 해일이 지질학적 특질이라면 한국의 사기범죄는 사회문화적 특질이나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차조심보다 사람 조심하라는 말을 많이 듣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사기는 비즈니스다. 성공적인 사기수법은  시대를 풍미한다. 프랜차이즈가 유행하다 사라지는 것처럼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인간에 대한 깊은 배신감과 충격은 PTSD 이어진다. 영혼을 다치면 몸도 망가진다. 그러다 결국 살아온 기반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활로가 도저히 보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다 보면  삶과 죽음의 갈림길 앞에 선다. 사기 피해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의 숫자는 가늠할  없을 만큼 많다. 그래서 사기는 대량살인이나 학살과 다를  없는 중범죄다.

이전 01화 속도의 지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