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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Feb 27. 2024

강약약강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유

열등감과 상대적 우월감은 한 몸이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악습은  반복된다. 여전히 무례한 표현을 덕담이나 조언으로 포장하고 서슴없이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 싱글도 자녀를  가족도 모두 공격의 대상이 된다. 가시방석에 앉아 불편함을 느낄  옆에서는 자랑과 비아냥이 대결을 벌인다. 대한민국의 익숙한 명절 풍경은  자식자랑과 돈자랑이다.


 젊은 세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적으로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피붙이를 제물로 삼는다. 남이라면 예의정도는 지키겠지만 피가 섞인 사이는 그런 것도 없다. 누군가는 죄인이 되고 누군가는 달콤한 승리를 만끽한다. 시대가 변해도 명절 스트레스에 대한 증언은 그칠  모른다.


 명절풍경을 보면 가족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망했는지   있다. 친족 간의 무의미한 대결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저 서로의 못난 열등감만 확인하게  뿐이다. 이긴 사람도 이긴 것이 아니다. 비교와 자랑을 일삼는 이유는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평소에 쌓인 열등감을 풀고 싶은 것이다. 자랑은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채울  없어서 선택하는 비뚤어진 방법이다.


 열등감을 느끼는 쪽도 문제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경제사회적 환경도 다르다. 결과만 보고 과정은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 타인의 성공을 보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꺾인다면  성취를  가능성은 적다. 흔드는 사람이나 흔들리는 사람이나 모두 열등감에 지배당하고 있다. 명절은 사소한 계기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열등감이다. 경쟁사회가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는 승자독식문화가 발생했다. 1등이 아니면 의미 없다는 인식은 절대다수의 참여자를 패배자로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본인을 패배자로 여기는 태도가 열등감의 본질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경제적인 지위가 인간의 가치를 증명하는 풍토 속에서 자존감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극소수의 성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운명을 받아들인다. 자기 수준에 걸맞은 자리를 찾아서 눌러앉는다. 대다수가 자진해서 우열이 만드는 서열에 동참한다. 학벌과 연봉 그리고 아파트값을 놓고 노력을 평가하고 인생을 평가받는다. 열등감이 만들어낸 사회적인 역학관계가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다.


 열등감에 패배하는 순간 인간은 정서적인 성장동력을 상실한다. 그저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것에만 열을 올리게 된다. 열등감과 상대적 우월감은  몸이다. 자랑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한국 사회를 생각해 보자.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느낀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보다 못난 존재를 찾는다. 강약약강은 몰상식한 인간들의 태도가 아니다. 열등감을 가진 인간은 모두 강약약강을 실천하면서 산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욕하고 비난하면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충족한다. 본인의 삶에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깎아내리고 욕하면서 안정감을 얻는다. 갑질을 사회지도층의 패악질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 상대적인 약자에게 강압적으로 구는 행동은 누가 하든 전부  갑질이다.


 성공의 정의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지역이나 동네 이름이 튀어나온다.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에 미쳐있다. 자신을 패배자로 취급하는 열등감의 본질 속에는  돈이 있다. 나보다  많은 돈을 가진 사람에 비해 나는 약자다. 풍족한 자산을 가진 사람은 높은 서열에 속한 강자다. 한국인들은  돈을 가치판단의 중심에 놓고 산다. 경제적인 성공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논리에 매몰되어 있다.


 풍족한 경제력은 거의 모든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러나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부와 명예는 소수만 손에 넣을  있다. 가질  없다면 행복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아등바등 노력하며 살면서 패배자가  필요는 없다. 건물주로 살면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도 성공이다. 그리고 열등감에서 자유로워지는  역시 성공이다.


 행복은  미래의 목적지가 아니다. 행복은 열등감을 벗어나는 순간 쟁취할  있다. 열등감에서 탈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신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것이다. 비교를 멈추고 상대적 우월감을 채우는 강약약강을 그만두면 된다. 삶은 그때부터 확실하게 달라진다. 자존감은 남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획득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비교당하면서 열등감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서적인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언제 어디서나 상대적인 우월감을 획득할  있는 세상이다. SNS 인터넷은 열등감의 온상임과 동시에 남들을 깔아뭉갤  있는 투기장이다. 댓글을 달고 남을 비난하고 비아냥대면서 자존감을 채운다. 일상화된 강약약강의 논리는 빠르게 사람들의 사고와 가치관을 잠식한다. 결국 내면 깊은 곳까지 뿌리내린 열등감을 되돌릴  있는 방법은 없다.


 다들 뒤에서 강자를 욕하지만 앞에서는 그들의 논리에 수긍하고 복종한다. 약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속으로는 패배자 취급한다. 열등감에서 비롯된 서열은 계급으로 고착된 상태다. 이제  이상 사람들은 계층이동을 꿈꾸지 않는다. 각자의 사회적 위치는 이미 신분이나 다름없다. 열등감에 잠식당한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을 약자로 인정하고 산다. 강자의 지배를 받고 통제를 받아도  말이 없다. 열등감이 족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월한 경제력을 드러내는 순간 모두 알아서 무릎을 꿇는다. 돈이  힘이다. 악습도 오래되면 문화가 된다. 폐단도 시간이 지나면 관습으로 자리 잡는다. 스스로를 열등한 존재로 규정한 인간들이 우월감을 얻기 위해 발버둥 치는 세상. 열등감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은 당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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