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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Feb 02. 2024

눈치 보는 한국 사회

눈치 보는 문화가 염치없는 사회를 만든다

 눈치를 보는 사람보다 염치를 아는 사람이 많아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염치는 내면을 성찰하는 데서 비롯된다. 반대로 눈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형성된다. 한국인들은 타인의 삶을 관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다 보면 본인의 삶을 면밀하게 성찰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눈치가 성찰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사회적인 불안이 증가하게 된다.


 눈치는 말보다 훨씬 복잡한 언어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데다 모르고 지나치면 오해를 부른다. 오해는 갈등을 낳고 결국 사람들은 불안감과 피로감에 시달리게 된다. 눈치 보는 문화는 나보다 남에게  많은 관심을 쏟게 만든다. 변화의 흐름을 쫓아가려면 항상 남을 의식하면서 살아야만 한다.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죄악으로 여기는 사회분위기는 눈치를 상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남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될수록 삶의 만족감은 하락한다.


 타인과 나를 비교하다 보면 자존감과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 점점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된다. 자기애를 상실하고 나면 남는 것은 자기혐오뿐이다. 나를 싫어하는 만큼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있다. 나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남도 배려할  있다. 남보다 내가 먼저다. 나를 인정해야 남을 포용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을 이기주의로 규정했다.


 개성이나 다양성을 억압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나를 표현할  없는 사회 분위기는 눈치 보는 문화를 만나 최악의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타인을 향한 비정상적인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나를 돌아보는 것보다 남을 신경 쓰면서 눈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눈치 보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사회 갈등은 크게 증가한다. 남을 향하는 시선은 동경이나 존경보다 평가와 비난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가릴  없이 한국사람들은 하나같이 남의 인생에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많다. 타인의 인생을 쉽게 평가하고 함부로 폄하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쉽게   있다.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제멋대로 판단한다.  과정에서 나타나는 언행과 태도는 매우 비인간적이다. 배려와 존중 같은 인간적인 온기를 전혀 찾아볼  없다.   비수 같은 평가로 상처를 주고 훈수와 조언을 가장한 비난으로 마음을 괴롭힌다.


 모두가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산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남에게 신경을 쓰고 멋대로 남을 평가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된다. 정체성이 희미해지면 자존감도 낮아진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불안은 크게 증가한다. 인맥이나 소속감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집단이나 단체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집단에 대한 소속감과 정서적인 의존도는 비례한다. 남에 대한 의존이 강해질수록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려는 의지는 약해진다.


 왜곡된 소속감과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불안감은 배척과 혐오를 낳는다. 편을 가르고 적을 규정하면서 갈등은 일상이 된다. 갈등은 차별을 부르고 사람들은 서로 등급을 매기기 시작한다. 우열을 나누는 서열화가 상식인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서열에 따른 힘의 논리가 사회를 지배하면 소수의 승자를 제외한 절대다수는 패배자가 된다. 사람들의 자존감은 갈수록 하락하고 소속감에 대한 비정상적인 열망만 계속해서 증가한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행동하고 남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다 보면 내면으로 향해야  시선이 밖으로 완전히 고정된다. 반성과 성찰 없이  탓을 일삼으면서 세상을 향해 비난만 쏟아낸다.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므로 남도 받아들일  없다. 관용이 없으므로 차별이 일상화되고 다양성을 배척하는 혐오도 증가한다. 차별과 혐오는 갈등을  배로 증폭시킨다.


 성찰하지 않는 인간이 늘어날수록 사회는 빠르게 망가진다. 공동체 정신은 사라지고 혹독하고 잔혹한 투기장으로 전락한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의식하면서 사는 삶은 신기루를 쫓는 일과 같다. 행복의 기준이 내가 아니라 남을 향해 있는  행복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나를 돌아보고 인정하는 성찰이 없는 인간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힘들다. 남이 주는 관심과 인정은 일시적이다. 타인의 평가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삶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


 성취와 성과로 우월감을 채우는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널려있다. 비교를 통해 얻는 우월감은 시간이 지나면 열등감으로 전락한다. 남은 결국 남이다. 비교를 멈추고 눈치 보는 일을 그만두고 나로 돌아가야만 한다. 나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남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두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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