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는 이유

이별하는 이유는 언제나 단 하나뿐

by 김태민

동상이몽. 하나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둘이 되고 늘 그대로일 것 같았던 믿음이 계속해서 흔들릴 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꿈을 꾼다. 나란히 앉아 각자의 할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아니라 너와 내가 되고 그러다보면 점점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당연해진다.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던 인연이 굴레처럼 느껴지고 마주 잡은 두 손이 어색해지기 시작하면 나란히 포개지던 발걸음은 자꾸만 박자를 놓치며 어긋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이유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맘에 담아두었던 섭섭한 행동들, 좀처럼 극복하기 힘든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 고단한 일상으로 인해 잃어버리게 된 여유. 이별의 동기를 부여할만한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멀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

하지만 헤어짐의 근본적인 이유는 언제나 똑같다. 연애에서 더 이상 서로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근본적으로 배려와 양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조율하여 합의점을 이끌어내는 행위다.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서로를 이해하는 행동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면 감정은 빠르게 식고 관계는 차갑게 단절된다. 그리고 둘은 합의점을 찾기 위한 시도를 그만두고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며 대립하고 갈등하다 이별을 맞이한다.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계속해서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양보가 아니라 포기를 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납득해야 할 때도 있다. 헤어지는 연인들은 모두 여기서 합의대신 헤어짐을 선택하는 것이다.

몇 번의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다 보면 누구나 정말 제대로 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인다. 살다보면 정말 행운처럼 모든 면에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이라는 조건이 아니라 양보하고 배려하려는 노력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반드시 두 사람이 함께해야만 한다. 한 사람은 요구사항을 강요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사랑은 지속될 수 없다. 서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면 이별은 더욱 빨리 앞당겨진다. 결국 서로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나야만 연인은 진짜 인연이 된다.

지난 이별들을 찬찬히 돌이켜보면 때론 상대방이 때론 내가 서로에게 정말 이기적이었던 가해자였고 동시에 피해자였을 것이다. 나의 행동을 합리화시켜주는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편집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과 미련했던 언행들을 있는 그대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는 너무 고차원적인 수준을 요구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행위를 객관적으로 되짚어보는 시도는 알량한 자존심과 유치한 피해의식만 버리면 가능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사랑을 할 때 어떤 모습인지 직시하는 체험이 있어야만 잘못은 바로잡고 부족함은 극복될 수 있다.

사랑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사랑에서 비롯되는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을 준다. 그래서 몇 번을 실패하고 또 상처받더라도 사랑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가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자. 그런 좋은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랑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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