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한창 쓰고 있는데 모니터 하단에 주문이 취소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제 안경을 구입했는데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앱에 들어가 보니 제품 사진 하단에 빨간 솔드아웃 딱지가 붙어있었다. 60% 할인된 가격이라 하나쯤 사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품절될 줄은 몰랐다. 자초지종이 궁금했던 나는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사과와 함께 설명을 이어나갔다. 명절연휴기간이라 재고 수량이 업데이트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환불을 받았다. 재입고 알림을 예약해 준다고 했지만 괜찮다면서 사양했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으므로 아쉬운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은 꼭 사람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건도 연이 닿지 않으면 손 끝에 닿았다가 저 멀리 사라진다. 저렴한 세일가격이 아니었다면 검은색 뿔테안경에 눈길이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가끔씩 원하는 것과 바라는 것을 착각할 때가 있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똑같다. 감정과 미련을 착각하기도 하고 애정과 동정심을 혼동할 때도 있다. 물건은 환불할 수 있지만 시간은 환불할 수 없다. 돈은 쓰면 다시 벌 수도 있지만 한 번 소모한 감정은 복구하려면 마음고생을 해야 한다.
물건을 사기 전에 고민하는 것처럼 사람과 인연을 맺을 때도 심사숙고할 때가 있다. 완전히 동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면이 있다. 사람을 두고 필요성을 가늠하거나 가치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 시작하면 쉽게 무를 수 없는 것이 인연이므로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인간관계는 반품이 없다. 등 돌리고 제 갈 길을 가면 그만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소모한 시간과 감정은 되돌릴 수 없다. 의도적인 발언이나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잠시 마음에 담았던 욕심을 내려놓고 보니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 없어도 되는 물건을 사려던 생각은 욕망이 만든 충동에 불과했다. 빨간 솔드아웃 딱지가 욕망을 비워내라는 경고문처럼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내 사람이라고 확신하고 고집을 부리다 보면 서로 상처 입게 된다. 내려놓으면 편안해진다. 집착과 욕심을 버리면 가벼워진다.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르다. 갖고 싶은 마음과 바라는 마음도 다르다. 번잡한 생각과 고통은 늘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덜어내듯 착각을 덜어냈다. 마음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