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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26. 2024

스파게티

 운동 끝나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늘 홈플러스 앞을 지나간다. 살게 없어도 한 번씩 들러서 마트를 돌아보는 것이 버릇이 됐다. 세일기간이라 스파게티를 저렴하게 팔고 있어서 잔뜩 사버렸다. 듀럼밀로 만든 파스타는 GI지수가 낮아서 건강에 좋다. 토마토소스를 잔뜩 끼얹어서 치즈를 올려먹으면 의미가 없겠지만. 음식은 늘 맛을 하나 둘 더 하다 보면 건강에서 확 멀어진다. 좀 불편하고 맛이 덜하더라도 살짝 부족하게 먹는 편이 낫다. 미각도 자극에 길들여지면 무뎌진다.


 평소에는 심심한 맛을 즐기다 한 번씩 자극적인 맛을 찾는다. 혀 끝의 미뢰를 감싸고 퍼지는 자극은 쾌감을 극대화시킨다. 정수리 끝에서 도파민이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행복감이 밀려온다. 가끔 먹어야 음식이 주는 쾌락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내 기준에서 가장 자극적인 음식은 햄버거다. 피자는 일단 양이 부담스럽다. 레귤러 사이즈야 충분히 먹어치울 만한 크기지만 가성비가 떨어진다. 라지는 양은 많지만 먹다 보면 식어버려서 가장 맛있는 온도에서 벗어나버린다. 거의 모든 음식은 온도가 맛을 결정한다.


 한 달에 한두 번쯤 햄버거를 먹는다. 아이스크림은 일 년에 서 너번 정도 먹는 것 같다. 케이크나 초콜릿은 사 먹을 일이 거의 없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호하지도 않는다. 막창이나 대창같이 너무 기름진 음식은 손이 가질 않는다. 매운 음식은 먹고 나면 다음날 속이 괴롭다. 까탈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취향은 바꿔 말하면 고집이다. 음식 취향은 살면서 몸에 밴 오래된 고집스러운 버릇이다. 내 돈 주고 자주 사 먹는다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내 돈 주고 사 먹을 일은 없지만 사람들과 같이 먹을 때 거부감이 없다면 먹을 만한 음식이다. 싫어하는 음식은 누가 사줘도 안 먹는다. 호불호는 명확하다.


 집에 오자마자 명란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잘게 썬 파와 명란 그리고 마늘을 기름에 볶아서 소스를 만들었다. 김가루를 올려서 완성했다. 자주 먹는 메뉴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맛있었다. 파스타는 부드러울 만큼 푹 삶았다. 듀럼밀은 글루텐이 많이 들어있어서 알덴테로 먹으면 속이 불편하다. 면을 3 등분해서 10분 정도 물에 불려두면 더 빨리 조리할 수 있다. 만들어먹고 치우는 것까지 15분이면 된다. 설거지를 끝내고 방울토마토 한 팩을 씻어서 볼에 담았다. 글을 쓰면서 하나씩 먹는 중이다. 토마토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파스타는 곁들이는 소스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시판용 토마토소스도 좋지만 주로 마늘이나 명란젓을 넣어 먹는다. 이탈리아 사람들 취향은 아니겠지만 맛은 나쁘지 않다. 간은 세지 않게 심심하게 먹는다. 마늘과 파를 제외하면 다른 향신료는 따로 첨가하지 않는다. 맵고 짠 음식만큼이나 풍미와 향미를 살리는 조리법도 중독성이 강하다. 향신료를 즐기다 보면 점점 더 자극적이고 강한 맛을 추구하게 된다. 살짝 맛이 있는 듯 없는 듯 먹는 것이 좋다.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면 곧바로 저녁메뉴를 고민한다. 하나만 먹어도 포만감을 얻을 수 있는 알약이 나왔으면 좋겠다. 챙겨 먹기 귀찮을 때는 그렇게 한 끼 때우고 넘어가고 싶다. 저녁은 굴소스를 넣고 청경채와 대패삼겹살을 볶아 먹어야겠다. 볶음요리에 백미밥 대신에 냉파스타를 곁들이면 제법 잘 어울린다. 밥대신 파스타를 쌀알크기로 만들어서 삶아 먹으면 괜찮을 것 같다.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주식으로 먹는 쿠스쿠스가 떠올랐다. 판매하는 곳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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