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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Mar 28. 2024

폐업

 단골 식당이 벌써 몇 주째 닫혀있다. 인스타에 올라온 공지도 없어서 이유를 모르겠다.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왜 문을 닫은 걸까?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요새 폐업하는 가게가 워낙 많아서 걱정이 앞선다. 돈까스 정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식당이라 많이 좋아했다. 지인이나 친구들을 데려가도 모두 좋아했던 곳이라 정이 많이 들었다. 빠른 시일 내에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하나둘 사라질 때마다 너무 아쉽다.  


 흔한 커피나 돈까스 같은 메뉴라도 가게마다 색깔이 다르고 정체성이 뚜렷하다. 비슷해도 똑같은 맛은 없다. 안양6동에 투게더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아인슈페너를 팔던 오하커피라는 카페가 있었다.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커피라 가끔씩 사 먹었다. 작년 가을즈음 오랜만에 가봤더니 카페가 횟집으로 바뀌어있었다. 카페랑 자주 다니면서 비슷한 메뉴를 주문해도 똑같은 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선진국 중에 가장 높은 나라다. 그만큼 폐업률도 높다. 코로나를 이겨낸 베테랑 자영업자들도 하나둘씩 가게 문을 닫고 있다.


 계절은 봄이지만 경제상황은 여전히 겨울이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혹독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SNS만 보면 개인사업자를 내고 스몰브랜드와 스타트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인 것 같다. 양극화는 이제 상식이 됐다. 중간이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힙플레이스는 평일이나 주말 가릴 것 없이 긴 줄이 늘어선다. 팝업스토어는 늘 문전성시다. 서울공화국 안에서도 핫플과 한물간 동네가 극명하게 나뉜다. 상권이 죽은 지역은 주말에도 한산하다. 지하철역 근처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한 건물 1층이 텅 비어있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작년까지는 나간 자리에 금방 새로운 업체가 들어왔다. 하지만 요즘은 공실 상태로 빈 점포가 많이 보인다. 수도권이나 서울 모두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맛있어서 맛집리스트에 추가하고 다음에 또 와야겠다고 생각했던 가게들이 사라졌다. 경제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불황은 일시적이다.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나아지면 호황이 찾아온다. 하지만 저성장에 빠지면 쉽게 벗어날 수 없다.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저성장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틱한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 생활수준을 향상할 만한 경제성장동력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우직하고 정직하게 한우물을 파고도 문을 닫는 가게들을 보면 안타깝다. 음식이 맛있다고 반드시 살아남는 것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강점이지만 생존율 100%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경쟁력은 결국 가격이다. 개인정보유출 문제로 백안시하던 중국이커머스가 쿠팡과 네이버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양극화가 심한 만큼 서민들은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비지떡이라도 싸면 사 먹는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는 지속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자영업자들이 지속적인 물가와 인건비 상승을 견디는 것은 쉽지 않다.


 지인과 약속이 있어서 밖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역시나 오늘도 단골식당은 문이 닫혀있다. 어쩔  없이 가까운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곧바로 근처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회사원 시절부터 단골이었던 카페가 사라지고 스타벅스와 파스쿠찌가 들어왔다. 개인카페 숫자는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요즘에는 그나마 있을  자주 먹자는 생각까지 든다. 동네 터줏대감이었던 김밥집과 토스트가게도 작년에 문을 닫았다. 어린 시절 추억을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좋아하는 가게들이 많이 사라졌지만 남은 곳만이라도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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