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과 범죄자를 존경하는 한국문화
대다수 국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는 절도라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사기가 범죄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1위, 세계 10위권 선진국 중에서도 1위다. 최빈국에서 선진국까지 초고속성장을 달성한 업적을 찬양하면서 우리 사회는 위기극복의 DNA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근성은 분명 대한민국의 찬란한 일면이 맞다. 그러나 선진국이라는 그늘아래 남을 속이면서 잇속을 챙기는 반사회적 인간들이 득실거린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사기 범죄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기의 나라다. 깎아내리는 멸칭이 아니다. 엄연한 사실을 반영한 부끄러운 현실이다. 반세기이상 국민들은 윤리의식과 공중도덕을 철저하게 교육받았다. 누구나 친구들과 잘 지내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착하게 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분명 한국인들의 윤리기준과 준법정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왜 윤리와 도덕의 대척점에 서있는 사기범죄가 만연할까?
답은 간단하다. 근면하고 성실하게 사는 것보다 법을 어기는 삶이 더 낫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위법을 저지른 기업가, 정치인, 연예인들을 숱하게 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처벌을 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법망은 작은 고기는 귀신같이 잡아내지만 커다란 고기는 놓아준다. 모두가 알아주는 거물이나 대물은 법이 알아서 피해 간다. 법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고 법을 어기는 이들은 그 위에서 군림하는 사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불법과 위법을 자행하면서 돈과 권력을 손에 쥔 이들 역시 본질적으로는 사기꾼이나 마찬가지다. 배임과 횡령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 비자금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빼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용비리와 갑질 그리고 도덕적 해이까지. 모두 범죄자 본인을 제외한 개인 혹은 집단이 손해를 본다. 사기와 다를 바 없다. 범죄의 종류만 다를 뿐 모든 죄는 다 무겁다. 그러나 상류층이 죗값을 치르는 일은 없다.
잠시 논란의 중심 속에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승승장구한다. 과오는 사라지고 어디를 가든 사회지도층으로 대접받는다. 물론 이는 한국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어디나 악인들의 행태는 비슷하다. 다만 한국은 그런 사람들을 추앙하고 존경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범법자를 동경하는 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과를 달고 있는 대기업 총수나 불법을 저지른 벤처기업 CEO는 청년들의 롤모델이다.
감옥 몇 번 들어갔다 나와도 성공하면 그만이다. 병역비리와 음주운전 그리고 도박. 심지어 마약을 복용해도 연예인은 면죄부를 받는다. 징역을 살아도 정치인의 지지자들은 돌아서지 않는다. 금융피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반인은 신용등급이 엉망이 되지만 금융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사면받는다.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진 대기업과 금융업계는 처벌받지 않는다. 사실상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주인이다. 특권계급을 부정하는 이 나라의 헌법은 유명무실하다.
큰 죄를 저지르고도 늘 당당한 이유는 국민들이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권력에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강자의 권한을 당연하게 인정해 주는 국민들의 태도는 한결같다. 법을 위반하고 질서를 우습게 여겨도 성공하면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고만고만한 인간들끼리는 서로에게 도덕을 강요하면서 상류층의 위법은 눈감아준다. 부끄러운 인지부조화다. 그들의 권세와 위세를 우러러보는 국민들의 가치관은 이중적이다.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하면서 정작 탈법이나 편법은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을 악용하는 것이 잘 사는 방법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하다. 준법정신이 투철한 국민성은 착각에 불과하다. 공중도덕만 준수할 뿐 돈이 된다면 얼마든지 돌변해서 불법을 저지른다. 이익 앞에서 법은 그저 장식에 불과한 반사회적 정서가 상식인 나라. 크고 작은 사기가 대한민국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악인을 벌하는 것보다 악인에게 당한 사람을 비난하는 문화도 우리 사회의 고유한 특징이다. 속은 사람을 두고 조롱하는 태도는 사기꾼을 두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악인의 입장에서 피해자를 욕하고 헐뜯는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은 잠재적인 미래의 사기꾼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속인 놈이나 당한 놈이나 유유상종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정상은 아니다. 사회 내부에 공감능력이 망가진 뒤틀린 인간들이 포진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른 강력범죄와 달리 사기에 대해서는 다들 관대하다.
법을 어기고 남을 속여도 잘살면 그만이라는 의식이나 속은 사람을 바보취급하는 경향 자체가 사회문제다. 내면이 병든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는 망가진다. 범죄와 갈등은 지속적인 지출을 발생시킨다. 범죄예방과 후속처리 그리고 범죄자들을 교화하는데도 돈이 들어간다. 반대로 신뢰가 높은 사회는 생존과 생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국가 전반에 걸쳐 신뢰가 형성되면 사기범죄의 빈도가 낮아진다.평생 일해서 모은 돈을 날릴 일도 없고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집을 날려서 거리에 나앉을 일도 없다.
신뢰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자본이다. 안타깝지만 현재의 대한민국은 안전지대를 찾아볼 수 없다. 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갈길이 너무나 멀다. 국민의식을 개선하고 사기범죄 피해를 줄이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 범죄는 직간접적으로 모든 국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사회를 엉망으로 만드는 범죄를 더 이상 관대하게 여기지 말자. 죄는 미워하고 사람은 심판받아야 한다. 악인의 성취와 업적 따위를 동경하는 추악한 인간은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