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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l 14. 2024

AI는 기회와 위기를 함께 몰고 온다

신냉전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 소버린 AI

 2024년 현재 각국은 자체기술력으로 개발한 소버린 AI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기술지배만큼은 벗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 세계는 이미 각자도생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고물가저성장이 몰고 온 불황이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전부 신고가를 기록했다. 커다란 버블이 만든 인플레 속에서도 천문학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막대한 자본을 R&D에 투입한 덕에 이미 AI 분야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구축했다.


  동맹에게 첨단무기를 판매하던 미국은 이제 품목을 추가해서 반도체와 생성 AI기술을 끼워 판다. 불안한 안보와 치솟는 물가에 허덕이는 나라들은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의 행보에 위기감을 느꼈다. 더 이상 미국은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슈퍼맨이 아니다. 미국이 AI 패권을 가져간다고 해서 온 세상에 이익을 나눠줄 가능성은 낮다. 줄을 서고 고개를 숙여도 결국 남보다 내가 먼저다. AI기술력 마저 대외적으로 의존하면 불안한 시대에 자립가능한 생존력은 대폭 하락한다. 그래서 다들 자력으로 소버린 AI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I는 생활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력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키플레이어나 마찬가지다. 미중 빅테크 기업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기술로 초거대 AI 플랫폼을 갖는 일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우방과 동맹이라도 결국 피를 나눈 민족이 아닌 이상 남이다. 독립적인 AI기술력은 안보의 핵심이다. 그래서 경제와 군사 분야 다음으로 AI에 주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다. 베트남과 대만 같은 중화권 국가들은 중국의 AI기업들로부터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AI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네이버는 작년에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선보였다. 구글이나 오픈 AI의 기술력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지만 직접 개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클로바를 소버린 AI로 완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미중 신냉전으로 인해 위기가 고조되면서 군비확장과 동시에 AI개발 속도 역시 빨라졌다. 독자적인 AI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이지스함과 원자력잠수함 같은 전략자산이 전쟁억제력을 갖는 것처럼 소버린 AI 역시 국력을 상징한다. AI주권은 대내외적인 공격 혹은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는 기술적 자산이다.


 현대전은 정보전으로 시작해서 정보전으로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GPS를 이용하여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원거리 무기체계를 활용하여 공격을 사전에 차단한다. 고도로 발달한 AI기술은 적보다 먼저 움직이고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상대가 알아차리기 전에 속전속결로 상황을 종료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비대칭전력이다. 생성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드론과 전투형 로봇은 보병의 희생을 최소화한다. 초거대 AI는 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다각적으로 추론하여 전술과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전시상황뿐만 아니라 소버린 AI는 전자정부와 국가기간시설의 보안을 책임지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선진국들은 디지털전환을 통해 분산되어 있었던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각국의 소버린 AI가 주축이 되어 국가 기반 시스템을 책임지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머지않아 프로토타입의 범용인공지능(AGI)이 등장할 수도 있다. AI는 공방일체의 무기다. 냉전이 군비경쟁을 부추겼던 것처럼 신냉전은 AI 경쟁을 촉발시켰다. 선진국들은 한 목소리로 AI의 위험성을 말하면서 정작 뒤로는 AI 개발에 혈안이 되어있다.


 초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일론 머스크나 생성 AI의 개발속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던 구글마저 돌아섰다. 불과 2년 만의 변화다. 고도화된 AI의 막강한 성능을 체감하자마자 다들 눈이 멀어버렸다. 시장은 주가에 환호했고 대중은 AI기술의 편의성에 감동했다. AI개발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완전히 묵살당하는 중이다. 그러나 기술발전 속도에 가속이 붙을수록 위기는 더 고조된다. AI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외교적 긴장과 불안이 폭증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유럽을 전란으로 물들이더니 중동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인해 붉게 얼룩졌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가 이어지고 AI를 활용한 정밀타격도 등장했다. 우월한 AI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저금리와 함께 이어졌던 평화의 시대는 끝났다. 인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커다란 발명은 모두 전쟁과 함께 등장했다. 맨해튼 계획을 통해 원자폭탄이 등장한 것처럼 이전에 없던 새로운 AI시스템이 출현할 수도 있다.


 국가가 내세우는 대의와 명분은 선한 의도마저 악용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하는 시기가 오면 국가의 존립이 모든 논리를 이긴다. 좋은 의도로 만든 AI기술이 인간을 탄압하는 용도로 활용될 수도 있다.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완성하는 소버린 AI는 사실상 범용인공지능을 목표로 한다. 생활과 행정 그리고 보안과 군사분야까지 폭넓게 활용되면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얻는다.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는 AI 딥러닝의 먹이가 된다. 잘 먹는 만큼 성장속도는 빠르게 증가한다.


 고도화된 AI는 사람이 할 일을 대신해 준다. 사람보다 더 빠르고 더 확실하게 일을 처리한다. 1년 365일 24시간 쉼 없이 일하고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부족한 점까지 보완한다. 계단식으로 반복되는 성장과 정체를 거부하고 곡선을 그리며 계속 우상향 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이 해야 할 많은 일을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이다. 대중은 초지능에 가까운 전지전능한 AI를 경계하지만 막을 수 없다. 이미 AI는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알아차리지 못할 뿐 다들 기술에 종속당한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기술 이면에는 늘 명암이 존재한다. 문명 발전의 원동력인 화석연료는 기후위기를 불러왔다. 인류를 어둠으로부터 구원한 원자력은 핵전쟁의 위기를 낳았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장점만큼 단점이 뚜렷한 기술이다. 탐욕을 경계하고 주의해서 활용한다면 이전에 없던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다. 욕망에 굴복당할 때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존재다. AI는 코딩된 내용을 바꿀 수 있지만 인간은 본능을 포맷할 수 없다. 방심하고 안심하다 예상을 벗어난 참담한 결과를 맞이할지도 모를 일이다.


 2차 대전 당시 궁지에 몰린 히틀러는 베르너 폰

브라운에게 로켓 개발을 주문했다. 우주를 탐험하고 싶었던 과학자의 꿈을 담은 V2로켓은 전장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성능은 완벽했지만 엉뚱한 행성에 떨어졌다고 개탄했던 폰 브라운의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빅브라더의 숙명을 가진 AI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제2의 폰 브라운이 될 수도 있다. 강력한 무기가 전쟁을 촉발하는 것일까? 아니면 전쟁이 강력한 무기를 낳은 것인가? 어렵다. 그러나 기술은 죄가 없다. 죄는 오로지 기술을 악용하는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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