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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게임체인저 콘텐츠산업

사람의 마음과 시장의 돈을 움직이는 콘텐츠

by 김태민

2024년 AI 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시가총액으로 구글과 아마존을 제쳤다. 엔비디아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서 전인미답의 고지인 시총 4조 달러에 도달했다. 그야말로 AI 혁명을 선도하는 압도적인 일인자가 됐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를 설계 및 공급하는 팹리스 업체다.


지금은 쿠다(CUDA)와 하이페리온으로 소프트웨어 시장과 자율주행 분야까지 정복해 버렸다. GPU와 AI가속기 시장점유율은 2024년 기준 무려 91%에 달한다. 엔비디아는 AI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한 지 불과 2년 만에 4조 달러라는 새 역사를 썼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인류 역사상 엔비디아가 유일하다.


엔비디아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을 넘어서 종합 AI플랫폼기업으로 진화했다. 최근 한층 진보한 AI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림과 음악을 창작하고 생성 AI 딥러닝을 통해 사람처럼 행동하는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도 있다.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최고의 제작도구나 다름없다.


음악과 영상 그리고 게임 심지어 영화까지 거의 모든 창작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기획자와 개발자를 보조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계산해서 대안을 제시한다.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기술혁명의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리게 될 분야는 콘텐츠 산업이다.


창작자를 위한 ‘대해적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AI 기술로 인해 콘텐츠 생산량 폭발적으로 증가할수록 역설적으로 작가의 가치도 상승한다. 정체성과 독창성을 가진 작가의 정체성이 갖는 가치는 독보적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작가 개인의 창의성을 100% 모사할 수는 없다.


AI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조합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모방과 창조의 경계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뽑아낼 수 있다. 완성 속도만 놓고 본다면 인간은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다. 메타는 SNS 상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연산해서 감정을 모사하려고 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구글의 거대 AI 람다 역시 감정을 구현하려고 했으나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데이터를 통해 모델링을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만 인간과 동일한 감정체계와 심리적 특이성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연산속도의 혁명만으로는 감정을 이해하는 AI를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영역의 집합체다. 성격과 취향 그리고 가치관 같은 다양한 데이터 셋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이 형성된다. 예술은 이러한 감정과 이성의 조합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이다. AI 입장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왜곡된 산출 방식이다.


그래서 AI가 아무리 세련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뽑아낸다고 해도 ‘인간성이 깃든 예술’ 과는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예술가는 AI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정체성과 독창성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본인의 삶과 정체성을 담은 예술작품은 독보적인 독창성을 갖는다.


AI는 콘텐츠 시장의 대격변을 불러오겠지만 작가라는 존재를 끝내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2023년 생성 AI 혁명이 시작되자마자 대체되는 직업 목록이 언론보도를 탔다. 법조인과 과학자 그리고 작가와 음악가가 목록에 올랐다. 생성 AI가 만든 영상과 문학작품을 두고 창조가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같은 시기 AI 혁명의 선두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92조를 주고 블리자드를 인수했다. 블리자드가 가진 게임 지적재산권(IP)이라는 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었다.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한 엔비디아는 현재 콘텐츠 명가 닌텐도와 협력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포켓몬스터와 슈퍼마리오 같은 초일류 IP는 대체불가다.


넷플릭스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IP를 판권으로 사들이면서 5500억을 지불했다. 애플과 아마존은 OTT 서비스의 확장을 위해 콘텐츠 개발비용을 조 단위로 지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콘텐츠사랑은 콘텐츠를 AI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AI가 만든 참신한 콘텐츠도 앞으로 인기를 끌겠지만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받는 작가들의 가치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3대 욕구는 21세기가 되면서 4대 욕구로 진화했다.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망은 본능에 가깝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학습한 욕구가 ‘관음에 관한 욕망’이다.


식욕과 성욕을 활용한 콘텐츠는 수많은 채널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편안한 숙면과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ASMR을 듣는 것을 생각해 보면 수면욕 역시 콘텐츠화된 지 오래다. 본능과 욕구는 모두 콘텐츠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콘텐츠는 인간의 욕망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OTT 서비스와 유튜브는 이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분석해서 작품을 추천한다. 알고리즘은 이미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을 움직이는 철학의 경지에 올라섰다. 콘텐츠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은 없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콘텐츠의 가치는 우상향 한다.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강자인 쿠팡은 OTT 산업에 힘을 싣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사업을 OSMU(원소스멀티유즈) 형태로 확장시켜 콘텐츠 유니버스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웹툰사업부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매력적인 IP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개발인력을 내보내고 신규채용을 줄이는 와중에도 콘텐츠 투자는 더 늘리는 중이다.


유능한 개발자가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은 매출이지만 성공적인 IP가 벌어오는 돈은 미래수익이다. 양질의 콘텐츠는 인간에게 최적화된 욕망을 공급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낸다. 꿈과 희망에 가격표를 붙여서 팔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산업은 가장 완벽한 미래먹거리가 됐다.


카카오는 영화제작사와 광고회사 그리고 연예기획사까지 거의 모든 엔터산업에 투자했다. <엘든링>을 만든 프롬소프트와 <최애의 아이>를 제작한 카도카와드왕고의 주주로 올라서면서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로서 입지를 구축했다. 네이버는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디즈니와 협업을 시작했다.


드라마와 OTT 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제작하면서 콘텐츠 왕국을 꿈꾸는 중이다. 중국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콘텐츠 시장의 가치에 주목했다. 바이두는 아이치이를 통해 중국 최대의 OTT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알리바바는 영화, 음악스트리밍, 스트리머 플랫폼을 구축하고 콘텐츠 사업에 AI까지 접목했다.


글로벌 1위 게임사 텐센트는 전 세계 굴지의 게임업체와 콘텐츠제작사들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AI 시대에 콘텐츠의 가치가 우상향 한다는 사실은 일본을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닌텐도는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일본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를 달성했다.


일본 콘텐츠는 전 세계 기업들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게임사와 애니메이션제작사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작품 라인업의 세대교체에 성공하면서 세계시장을 완벽하게 평정했다. 디지털 전환이 늦어지면서 소외당했던 일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최애의 아이>와 극장판 <귀멸의 칼날>은 글로벌 흥행 1위를 달성했다. 기술은 만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예술은 최고의 기술이다.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과 비교 불가능한 독창성을 지닌 예술은 시대가 변해도 살아남는다.


AI가 몰고 오는 커다란 변혁 속에서도 작가들은 생존한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은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세계인의 마음을 빼앗는 자는 콘텐츠를 창조하는 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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