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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Feb 15. 2024

AI시대의 게임체인저 콘텐츠산업

 AI 반도체 분야의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시가총액으로 구글과 아마존을 제쳤다. 엔비디아보다 규모가  기업은 지구상에 단둘뿐인 3 달러 기업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뿐이다. AI 혁명을 선도하는 3 구도에 올라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엔비디아는  세계 첨단기업과 IT기업에 AI 반도체를 설계  공급하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이다. GPU AI가속기 시장점유율은 2024 기준 무려 91% 달한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자로 그야말로 신처럼 군림하고 있다. 지난해 5 시총 1 달러를 돌파한  불과 8개월 만에 2 달러를 달성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준 기업은 인류 역사상 엔비디아가 유일하다.


 엔비디아는 팹리스 반도체 기업을 넘어서 종합 AI플랫폼기업으로 진화했다. 얼마 전 한층 진보한 AI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림과 음악을 창작하고 생성 AI 딥러닝을 통해 사람처럼 행동하는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도 있다. 엔비디아의 AI솔루션은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최고의 도구나 다름없다. 음악과 영상 그리고 게임 심지어 자율주행까지 거의 모든 제작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기획자와 개발자를 보조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판단하고 계산해서 대안마저 제시한다.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의 현실이다. 이러한 기술혁명의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리게 될 분야는 콘텐츠 산업이다. 창작자를 위한 ‘대해적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AI 기술로 콘텐츠 생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날수록 정체성과 독창성을 가진 작가주의의 가치는 수직 상승한다. AI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통해 데이터를 조합해서 작품을 만들어낸다. 모방과 창조의 경계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뽑아낼 수 있다. 완성 속도를 놓고 본다면 인간이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다. 메타는 SNS 상의 데이터를 슈퍼컴퓨터로 연산해서 감정을 모사하려고 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구글의 거대 AI 람다 역시 감정을 구현하려고 했으나 결국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연산속도의 혁명만으로는 감정을 이해하는 AI를 완성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감정은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영역의 집합체다.


 성격과 취향 그리고 가치관 같은 다양한 데이터 셋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이 형성된다. 예술은 이러한 감정과 이성의 조합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이다. 인공지능 입장에서 본다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왜곡된 산출 방식이다. 그래서 생성 AI가 아무리 세련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뽑아낸다고 해도 ‘인간성이 깃든 예술’ 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예술가는 AI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정체성과 독창성으로 확연하게 구분되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AI가 대체할 수 없는 산업이 바로 콘텐츠 산업이다. 이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엄연한 사실이다.


 2023년 생성 AI 혁명이 시작되자마자 대체되는 직업 목록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법조인과 과학자 작가와 음악가 그리고 개발자까지 죄다 목록에 올랐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AI 혁명의 선두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92조를 주고 블리자드를 인수했다. 블리자드가 가진 게임 지적재산권(IP)이라는 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본 것이었다. 생성 AI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등극한 엔비디아는 현재 콘텐츠 명가 닌텐도와 협력 중이다. 넷플릭스는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IP를 판권으로 사들이면서 5500억을 지불했다. 애플과 아마존은 OTT 서비스의 확장을 위해 콘텐츠 개발비용을 조 단위로 지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콘텐츠사랑은 콘텐츠를 기술로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인간의 3대 욕구 이상으로 거대한 욕구가 콘텐츠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인간이 학습한 욕구가 ‘관음에 관한 욕망’이다. 식욕과 성욕을 활용한 콘텐츠는 수많은 채널을 통해 소비되고 있다. 편안한 숙면과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ASMR을 듣는 것을 생각해 보면 수면욕 역시 콘텐츠에 편입된 지 오래다. 3대 욕구는 모두 콘텐츠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기술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콘텐츠는 인간의 욕망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OTT 서비스와 유튜브는 이용자의 취향과 특성을 분석해서 작품을 추천한다. 알고리즘은 이미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의 본성을 움직이는 철학의 경지에 올라섰다. 콘텐츠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은 없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콘텐츠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쿠팡은 쿠팡플레이를 통한 OTT 산업에 힘을 싣고 있다. 네이버는 웹툰사업을 OSMU(원소스멀티유즈) 형태로 확장시켜 콘텐츠 유니버스를 만드는 데 매진하고 있다. 매력적인 IP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IT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개발인력을 베트남&인도 아웃소싱으로 대체하고 신규채용을 줄이는 와중에도 콘텐츠 투자는 더 늘리는 중이다. 유능한 개발자가 회사에 벌어다 주는 돈은 매출이지만 성공적인 IP가 벌어오는 돈은 수익이다. 양질의 콘텐츠는 인간에게 최적화된 욕망을 공급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낸다. 꿈과 희망에 가격표를 붙여서 팔 수 있는 시대에 콘텐츠는 가장 완벽한 미래산업이다.


 국내기업 중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것은 카카오다. 카카오는 영화제작사와 광고회사 그리고 연예기획사까지 거의 모든 엔터산업에 투자했다. <엘든링>을 만든 프롬소프트와 <최애의 아이>를 제작한 카도카와드왕고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글로벌 콘텐츠 공급자로서 입지를 구축했다. 웹툰서비스 카카오픽코마가 점유율 세계 1위를 달성하면서 내수용 기업이라는 딱지를 떼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급락했던 주가도 네 달새 50% 가까이 상승했다.


 올 초 닌텐도는 IT기업 소프트뱅크를 제치고 일본 주식시장 시가총액 2위를 달성했다. 일본 콘텐츠는 빅테크 AI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IT 전환이 늦어지면서 소외당했던 일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최애의 아이>와 <원피스>는 글로벌 1위를 달성했고 서브컬처를 상징하던 요아소비는 빌보드 1위에 올랐다. 기술은 만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다. 예술이야말로 최고의 기술이다.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과 비교 불가능한 독창성을 지닌 예술은 AI 시대의 비대칭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와 기업은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그러나 세계인의 마음을 빼앗는 자는 콘텐츠를 창조하는 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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