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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l 18. 2024

애플은 AI시대의 게임체인저가 될까?

최초의 AI플랫폼을 꿈꾸는 애플인텔리전스

 압도적인 기술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들의 치열한 AI경쟁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누가 AI전쟁의 최종승자가 될지 아직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는 애플이 될 가능성이 크다. IOS18부터 탑재될 애플인텔리전스는 사용자 경험을 토대로 한 맞춤형 AI를 지향하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의 생성 AI 모델은 범용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어떤 작업이든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만능툴을 지향했다. 인간을 대신해서 얼마나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주안점으로 삼았다.


 하지만 애플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강력한 성능보다 최적화된 사용자경험을 AI서비스의 핵심가치로 선택했다. 범용성의 정반대는 개인화다. 애플인텔리전스는 생성 AI 시장에서 최우선으로 삼는 기능성보다 개별맞춤화에 초점을 맞췄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지만 사람들이 주로 쓰는 기능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기능을 최적화하여 추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옷장에 아무리 옷이 많아도 손이 자주 가는 옷은 몇 벌 되지 않는 법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TPO에 맞는 옷을 추천하더라도 입는 사람이 싫으면 그만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자주 입는 옷을 곧바로 입을 수 있게 준비해 주는 서비스다. 애플이 추구하는 개인화된 AI 서비스의 본질은 도구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취향은 인간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의미한다. AI 개발과정에서 애플이 핵심으로 삼은 가치는 인간의 고유한 개성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해법 아니라 최적의 대안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선택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몫이다.


 사용자에게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는 생성 AI는 정답을 떠먹여 준다. 편리함은 빠르게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AI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게 되면 인간이 스스로 사고하는 과정은 줄어들 것이다. 문제해결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생산성은 향상되지만 정작 문제해결능력은 하락한다. 개성과 정체성은 사고력의 영역이다. 사고력을 발휘할 기회와 창의성을 활용할 여지가 줄어든다면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생성 AI가 많은 일을 처리하게 될수록 AI를 신봉하는 경향은 강해질 것이다.


 애플은 AI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기술패권을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개발속도에 신경을 쓰는 중이다. 사람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기술 발전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아노미는 문명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윤리의식과 변화가 동반하는 파급력이 충돌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애플이 꺼내든 카드는 전지전능한 AI가 아니라 친숙한 AI다. 인간을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의 고유한 개성을 이끌어내는 익숙한 도구로서 AI를 선택했다.


 애플인텔리전스는 사람을 대체하는 AI해결사를 지양한다. 이점이 다른 AI 기업들과 애플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차별점이다. 개인화된 AI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준다. 사람과 AI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하는 것을 추구한다. 애니메이션 사이버포뮬러에 등장하는 AI 아스라다와 비슷하다. 주인공 하야토와 아스라다는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성장한다. 교감하고 협동하면서 최적화된 팀워크를 발휘하게 된다. 어쩌면 애플은 사람과 AI가 협력하는 이상향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혁신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범용 AI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전까지 인류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AI가 애플의 전략이라면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전술은 바로 플랫폼이다. 애플인텔리전스는 최초의 통합 AI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먼저 오픈 AI의 챗GPT가 탑재됐다. 중국에서는 바이두의 어니봇을 활용할 예정이다. 각국의 다양한 AI서비스를 애플 인텔리전스 위에서 구동하게 될 것이다. 폐쇄적인 애플이 이제 성문을 열기로 했다.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어렵지만 형성하는 것은 훨씬 더 힘들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앱스토어를 만든 노하우는 애플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다.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묶어 앱스토어라는 시장을 만든 것처럼 AI도 마찬가지다. 애플인텔리전스는 다양한 AI서비스를 편입시키면서 플랫폼화 될 것이다. 인앱결제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만들고 호환성과 최적화를 지원하면서 기업들을 입점시킬 것이다. 생성 AI 서비스들은 각자 장단점이 뚜렷하다. 완벽한 AI는 없다. 그래서 플랫폼을 통해 여러 AI를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면 혁신이다. AI플랫폼은 사실상 범용 AI의 프로토타입이나 마찬가지다.


 핸드폰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생성하는 데이터의 보고다. 그리고 생성 AI는 데이터를 먹고 성장한다. 별도의 앱을 사용해야 하는 여러 AI서비스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아이폰에 탑재될 애플 인텔리전스 쪽의 접근성이 훨씬 더 높다. 안드로이드의 기기보급률이 더 높은 편이지만 구글은 견제를 받는다. 빅테크 기업들은 서로를 경계하는 동시에 경쟁하는 중이다. 상대방의 배를 불리는 일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러나 애플은 금기를 깼다. 애플이 만드는 AI생태계에 기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쟁자가 득을 보는 것을 놔둘 수는 없다. 결국 하나 둘 애플이 만든 판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폐쇄적인 생태계를 지향했던 애플이 AI시대를 맞이하면서 달라졌다. 지난 15년간 시장을 지배했던 성공공식을 버린 것이다. 변화는 생존의 가장 중요한 법칙이다. 적대적인 관계였던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모색 중이다.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성문을 열었다. 혼란스러운 시기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지만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는다. 현재의 애플은 해자를 메우고 성벽을 허문 다음 사방으로 뻗은 다리를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유례없는 유연함을 보여주는 애플의 행보를 마냥 좋게 볼 수는 없다. 벽을 허물고 손을 내미는 유화적인 태도는 애플에게 독보적인 AI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앱스토어와 유사한 애플인텔리전스의 범용성은 ‘시간 벌기’의 측면이 강하다. 기술력이 뒷받침된다면 애플은 생성 AI시대의 시장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밀려날지도 모를 일이다. 애플은 시가총액 올해 1위 자리를 두 번이나 내줬다. 오픈 AI와 앤트로픽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강해지는 중이다. 알리바바는 생성 AI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기술력에 집중하고 있다. 거인은 쉽게 쓰러지지 않겠지만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 이것에 애플의 행보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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