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은 삶의 지표다. 체중이 일정구간에서 쭉 유지되고 있다면 생활에 걱정이나 불안이 적다는 의미다. 생각은 복잡하지만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단순하다. 몸무게는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질병이나 생활환경의 변화가 방아쇠가 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마음속에 있다.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가 되면 체중을 통해 적신호를 보낸다. 불행은 제일 먼저 몸에 찾아온다. 줄거나 늘거나 어느 쪽이든 극심한 체중변화는 삶의 균형이 망가졌다는 증거다.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폭음이나 과식은 욕구에 대한 자제력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욕구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면 몸은 빠르게 반응한다. 살이 불기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스트레스는 언제나 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개미지옥처럼 한 번 발을 들이게 되면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다. 벗어나기 힘든 스트레스 루틴은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까운 친구는 이직을 하고 체중이 20kg 이상 늘었다.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면 거의 매번 배달음식과 술을 곁들여 먹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먹었다. 친구는 내게 심리적 허기를 포만감으로 누르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늦은 밤의 과식이 일상이 되자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염이 찾아왔다. 빠른 진급으로 직장에서 탄탄대로를 걷게 됐지만 정작 몸이 견디질 못하는 상황이 됐다. 친구는 병원을 찾아서 처방을 받고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정상체중으로 돌아가는 일은 균형이 무너진 삶을 정상화하는 중대한 작업이었다.
술을 끊고 도시락을 싸서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일까지 줄여가며 노력한 끝에 감량은 성공했다. 목표체중을 달성하고 나서 친구는 삶의 만족도가 이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체중을 유지하게 되면서 심리적 허기도 완전히 사라졌다. 몸무게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삶도 맘도 평온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체중은 사람을 보여주는 투명한 창문이다. 같이 밥을 먹고 자주 어울리다 보면 행동에서 사람이 보이는 법이다. 몸에 익은 식습관을 보면 삶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불만과 불안 그리고 우울감이나 공허감은 전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식습관과 생활습관에 악영향을 끼친다. 몸무게는 식습관과 생활습관 두 가지와 직결된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고 지친 상태가 되면 체중 변화가 찾아온다. 큰 상실감을 겪거나 감내하기 버거운 상황에 처하면 급격하게 살이 빠진다. 마음고생이 최고의 다이어트라는 우스갯소리는 맞는 말이다. 입맛이나 의욕이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빠진 살은 곧바로 노화로 이어진다. 그래서 마음고생을 하면 사람이 늙는다는 말도 맞는 말이다.
걱정과 고민을 끌어안고 살다 보면 몸무게는 위아래로 춤을 추듯 움직인다. 크고 작은 심리적 위기를 감지하고 몸은 신호를 보낸다. 체중변화는 일종의 심리적인 면역체계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사회적인 인식은 절대적인 미의식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적기준으로 체중을 바라보는 관점은 일차원적이다. 하지만 시각 정보에 의존하는 인간의 특성상 체중에 대한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