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대체 불가능한 맛의 즐거움

by 김태민

햄버거는 쉽고 간편하게 빨리 먹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카운터에 길게 늘어선 줄 맨 끝에서 햄버거를 수령하기까지 길어봐야 10분을 넘기지 않는다. 식사를 빨리 끝내는 사람은 5분. 천천히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먹어도 패스트푸드점에서의 점심식사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시간에 쫓기는 바쁜 현대인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어울리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햄버거는 점심시간을 벌어주는 메뉴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매일 먹는 구내식당 밥이 물린 몇몇 팀원들은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자주 이용했다. 제비뽑기에 걸린 한 명이 가져온 커다란 종이백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면 식사가 시작된다. 버거를 몇 번 베어 먹고 콜라를 서너 번 들이키는 사이 감자튀김을 집어먹는 분주한 손길이 책상 위를 오고간다. 신속하게 식사가 마무리되면 햄버거가 벌어준 시간은 휴식이 되어 돌아왔다. 햄버거는 영양을 보충하면서 시간을 절약하게 만들어주는 효율적인 점심메뉴였다.

물가가 오르면서 한 때는 높은 가성비로 사랑받은 햄버거의 위세가 예전보다는 많이 누그러졌다. 비슷한 가격에 신선한 채소를 채워 넣은 샌드위치 전문점들이 성업 중인데다 퀄리티에 물이 오른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햄버거만의 존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음식도 사람처럼 모두 저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치킨무를 깍두기가 대체할 수 없고 마가린이 버터를 대신할 수 없듯이 햄버거 역시 대체 불가능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높은 칼로리와 과도한 지방 그리고 지나치게 많은 나트륨 함량 같은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인 유해성이 바로 햄버거의 매력적인 요소이자 뚜렷한 개성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햄버거는 몸에 그다지 좋은 음식이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나 영양학계에서 나쁜 음식이라고 지탄 받는 음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나트륨 덩어리나 마찬가지인 라면이나 영양균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술. 간식의 대표주자인 달달하고 짭짤한 과자까지. 라벨에 붙어 있는 영양성분 표에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어려운 화학용어로 된 첨가물 이름들이 적혀있다. 몸에 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이런 음식일수록 인위적인 맛이 강조되어 있다. 햄버거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이면서 강렬한 맛. 한 번도 안 먹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그런 맛. 맛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맛이다.

시간을 절약하면서 포만감은 채우고 나름의 영양균형도 맞추면서 자극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햄버거의 매력포인트다. 건강함을 주는 음식은 아니지만 시간을 절약하는 효용성과 자극적인 맛이 주는 만족감은 나름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다지 좋은 음식이 아니란 걸 알지만 손이 가는 햄버거는 나쁜 남자 같은 음식이다. 나쁜 걸 알면서도 쉽게 끊을 수 없는 걸 보면 매력 있는 음식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난치병과 만성질환이 늘어난 현대사회에서 건강한 음식의 가치가 유례없이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음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맛이다. 대체 될 수 없는 음식 고유의 매력과 맛이 있다면 사랑은 식지 않는다. 햄버거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아직 흔들림이 없다.

음식의 맛이 주는 기쁨은 그 자체로 작은 행복이다. 음식이 저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음식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은 다른 음식으로 대신할 수 없다.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 샌드위치를 먹는다고 행복감을 느끼기는 힘들다. 햄버거가 먹고 싶으면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 건강도 중요하지만 맛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고유한 행복은 대체되지 않는다. 소중한 사람이 대체될 수 없는 존재감을 갖듯 음식이 주는 만족감 역시 분명한 행복이므로 대체될 수 없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햄버거 역시 저마다의 개성이 강해 다른 햄버거로 맛을 대신 할 수 없다. 새우버거를 치즈버거가 대신할 수 없고 빅맥의 자리를 와퍼로 채울 수는 없다. 때로는 1500원짜리 편의점 햄버거가 그릴에 구운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 버거를 누르기도 한다. 대체 불가능한 기쁨을 나는 햄버거에서 종종 느낀다. 글을 쓴 김에 오늘은 오랜만에 버거킹에 들러 와퍼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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