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Nov 06. 2024

성장의 저주에 직면한 쿠팡

캐시카우가 없는 쿠팡의 위기

 한국인에게 있어서 쿠팡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대명사가 된 IT기업은 시장의 지배자다. 쿠팡은 온라인 쇼핑을 의미하는 일반적인 표현이 됐다. 2010년대 소셜커머스를 전면에 내걸고 등장한 온라인 쇼핑몰 중에서 살아남은 곳은 쿠팡뿐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과 함께 사실상 몰락했다. 빠른 배송과 최저가를 내세운 대량판매를 중점에 둔 쿠팡의 전략은 한국을 강타했다. 점유율과 매출은 빠르게 늘었고 VC투자금과 수익을 물류센터에 올인한 배팅도 성공했다.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실적으로 돌아왔고 시장과 소비자는 매출로 응답했다.


 오픈마켓이 지배하던 시장의 공식을 거부하고 풀필먼트 물류시스템을 채택한 쿠팡이 옳았다. 기존의 온라인몰과 차별화된 쿠팡의 성공요인은 데이터다. 지역 거점별로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소비자들의 선호도와 구매이력을 정리한 빅데이터가 비법이었다. 쿠팡은 데이터를 토대로 이용자 개인의 성향에 맞는 최적화된 맞춤형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일찌감치 AI를 도입을 해서 사용자별로 개별화된 큐레이션 커머스를 선보였다. 필요한 상품을 추천하면서 재구매율은 상승했고 만족스러운 이용자경험은 입소문을 탔다. 빠른 배송과 무료반품까지 시작되면서 한 번 써보면 빠져나갈 수 없는 락인 효과가 발생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공급자가 수요를 활성화하고 결정하는 온디맨드 전략은 쿠팡이 완성했다. 신세계와 롯데를 비롯한 유통업계 공룡은 유니콘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유통대기업들을 모두 격파한 쿠팡은 올해 연매출 40조를 목전에 두고 있다. 네이버를 제외하고 한국 내 경쟁자는 없다. 신선식품과 새벽배송 분야의 강자로 꼽히던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마저 쿠팡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27년까지 8곳의 물류센터를 추가로 오픈하면 국민 97%에 해당하는 5천만 명이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쿠팡의 화려한 성공신화 이면에는 어두운 문제가 존재한다. 쿠팡은 압도적인 캐시카우가 없다.


 전체 수익 중 온라인쇼핑 매출비중이 거의 90%에 달한다. 아마존의 성장전략을 벤치마킹했지만 정작 AWS 같은 황금알을 낳는 캐시카우를 얻지 못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강자들은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는 알짜 서비스를 갖고 있다. 아마존은 AWS, 알리바바는 알리페이와 앤트그룹, 징둥은 3자 물류서비스인 JD로지스틱스와 헬스케어서비스인 JD헬스를 보유 중이다. 동남아의 강자로 손꼽히는 쇼피 역시 게임기업 가레나가 캐시카우 역할을 한다. 쿠팡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하는 시기에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선을 그었다. ‘아마존 베끼기’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행보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쿠팡은 아마존을 그대로 따라갔다. 아마존프라임멤버십을 베껴서 와우멤버십을 출시했다. 현재 쿠팡의 주수입원은 와우멤버십이 담당하고 있다. 아마존의 OTT 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를 따라 해서 쿠팡플레이까지 만들었다.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는 각각 넷플릭스와 배달의 민족을 상대로 업계 2위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은 초라하다. 2023년 쿠팡이츠 매출은 7925억에 달하지만 영업이익은 겨우 77억이다. 배민과의 출혈경쟁으로 인한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의 영향일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830만 명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지만 숫자는 별 의미 없다. 와우멤버십을 가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익성 면에서 본다면 1125만 명의 유료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비교불가다.


 배민이 시장을 장악한 상황이므로 쿠팡이츠는 AWS 같은 수익을 낼 수 없다. 2023년 기준 배민의 연매출은 3조 4155억으로 쿠팡이츠의 4배가 넘는다. 영업이익은 6998억으로 77억 인 쿠팡보다 무려 90배나 많다. 2022년 대비 영업이익이 500% 넘게 늘었지만 수익성은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6500억 원을 주고 인수한 글로벌 사치품 플랫폼인 파페치는 쿠팡과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 쿠팡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쿠팡대만, 쿠팡이츠, 파페치, 쿠팡플레이가 속한 성장사업분야의 매출은 1조 3250억이다. 파페치 사업부문의 손실이 크게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쿠팡은 CLS를 선보이면서 물류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CLS는 2023년 매출 2.6조 원을 달성했고 택배시장점유율은 24%다. 전년 대비 점유율이 2배 가까이 폭등했다. 같은 기간 부동의 1위였던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40%에서 33.6%로 감소했다. 하지만 CLS의 영업이익은 1% 수준으로 262억을 버는데 그쳤다. 핀테크 사업인 쿠팡페이는 8500억의 매출을 내고 4%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의 간편 결제서비스지만 수익은 356억에 불과했다. 쿠팡의 다각화된 비즈니스는 매출상승에 기여하고 있지만 압도적인 캐시카우가 될만한 사업은 없다.


 해외시장 진출에 실패한 데다 캐시카우가 없는 쿠팡으로서는 수익성 개선 방안이 매우 한정적이다. 멤버십 가입자를 늘리고 1인당 결제액을 끌어올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현재 와우멤버십 가입자수는 1400만 명이 넘는다. 월간활성이용자수는 3200만 명에 달한다. 앞으로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쿠팡의 말은 사실일까? 2023년 기준 아마존은 미국이커머스 시장의 41%를 차지한다. 아마존처럼 압도적인 시장지배자가 되려면 압도적인 매출과 지속적인 투자 둘 다 필요하다. 하지만 쿠팡은 네이버와 점유율을 놓고 경쟁 중이다.


 매출만 보자면 쿠팡이 압도적이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시장을 제패해도 문제다. 쿠팡은 내수기업이다. 매출의 99%는 한국에서 나온다. 일본시장에서 실패했고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 진출도 성과가 미진하다. 한국시장을 쥐어짜면서 20%대 성장률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쿠팡은 성장의 저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을 벤치마킹해서 지금까지 왔다. 한국인의 소비습관을 파악한 통찰과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쿠팡이 알리바바와 핀둬둬 그리고 쇼피가 있는 바다 너머로 나갈 수 있을까?


 국내 유통대기업들과의 치킨게임에서 승리했지만 정작 쿠팡은 중국 C커머스와 정면 대결은 피하고 있다. 그 사이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설립과 운영은 알리바바의 물류 자회사인 차이니아오가 담당한다. 쿠팡의 물류자회사 CLS의 연매출이 차이니아오 분기 매출보다 적다. 국내 물류 투자금액은 쿠팡이 압도적이지만 알리바바와 치킨게임을 벌인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캐시카우의 부재가 유난히 뼈아픈 상황이다. 4,50%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매출과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멤버십 가격인상, 원가절감을 제외한 대안이 있을까?


 파페치를 인수한 이상 또 다른 기업을 직접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IT서비스 기업이나 게임회사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국내 기업들의 전매특허인 분할상장도 있다. 카카오는 페이, 뱅크, 게임으로 분할했고 네이버마저 나스닥에 웹툰서비스를 분리해서 상장했다. CLS, 쿠팡이츠, 쿠팡페이를 해외시장에 상장한다면 곧바로 실탄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 때 시가총액 30조에 달했던 파페치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서 재상장하거나 부분 매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징둥닷컴도 JD로지스틱스와 JD헬스를 상장시킨 전례가 있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서 쿠팡은 눈부신 성과를 달성했다. 그러나 명암이 너무나 뚜렷한 기업이다.  주기적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지금까지 쿠팡은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았다. 불황에 주머니가 얇아지면 소비자들은 가격만 본다. 와우멤버십 구독료를 인상하고 사건사고에 휘말려도 탈팡하지 않는다. 그러나 C커머스의 최저가경쟁과 성장의 저주가 시작되면 쿠팡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쿠팡만의 비즈니스 모델과 독보적인 캐시카우를 손에 넣지 못한다면 앞날은 불투명해진다. 아마존만 답습하는 모방이 아니라 이제는 도전과 모험을 해야 할 때다. 검증된 성공공식은 언젠가 벗어나야 할 굴레다. 아마존이라는 고치를 깨고 나오지 못한다면 쿠팡은 침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전 12화 승자의 저주에 허덕이는 신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