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의 유행

유행은 빠르고 실망은 더 빠르다

by 김태민

한 달 만에 머리를 자르고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었다.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 우리는 쌀국수를 먹기로 하고 거리를 걸었다. 그러다 어느 가게 앞에 사람들이 아주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간판을 보니 식빵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이었다. 2,900원이라는 가격도 꽤 저렴한 편이었고 메뉴도 다양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해보였다. 친구는 핸드폰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보더니 최근 SNS에서 뜨는 프랜차이즈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즉석 핫도그를 파는 가게들이 얼마 전까지 자주 보이더니 이제 유행은 식빵전문점으로 넘어간 모양이다. 음식에 대한 유행의 속도가 가면 갈수록 더 빨라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의 풍경은 수시로 변화한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보였던 체인점이 사라지고 새로운 음식을 파는 체인점이 들어선다. 짧게는 두세 달 길어도 반 년 안에 교체되는 프랜차이즈 체인점들은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작년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먹던 카스테라나 이제 자취를 감춘 치즈케이크 그리고 올해 유행했던 핫도그까지 모두 한 가지 메뉴를 주력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주력 메뉴를 정해놓고 크림이나 토핑을 추가 하는 옵션을 갖추면 트렌드를 쫓아가는 프랜차이즈 메뉴가 완성된다. 사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노포들 역시 단일 메뉴로 승부를 본다. 그러나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맛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사라지는 유행형 프렌차이즈의 주력메뉴는 한 번 맛보면 굳이 다시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정확한 배합을 통해 조리되어 완성되는 과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청결이나 위생에 문제도 없고 재료의 질 역시 딱 가격에 걸 맞는 수준이니 그렇게 나쁠 것도 없다. 다만 사 먹는 순간 그 맛이 참 애매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음식보다야 손맛이 조금 더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맛이 품은 또렷한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서 있어 맛은 곧 매력이다. 매력이 없다면 차라리 훌륭한 가성비라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유행형 프렌차이즈에는 매력과 가성비 둘 다 없다. 점심 할인을 받은 패스트푸드점의 버거세트나 편의점도시락보다 떨어지는 가성비로 지갑을 열기란 쉽지 않다. 본인의 입맛과 취향에 정말 꼭 맞는다면 몇 번이라도 사먹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번 사먹고 나면 발길을 끊게 될 것이다.
 
 유행형 프랜차이즈의 결정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매력적인 맛으로 손님들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각오 대신 유행을 빌미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팔겠다는 전략만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물론 체인점을 운영하는 업주 개개인의 마인드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생업으로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러나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전략과 이미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람들은 업주의 열정보다 브랜드를 먼저 인식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유행이 끝나는 시점. 다시 말해서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 가치가 수직으로 하락해버린다. 그러다보면 업주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건 폐업이나 업종의 전환뿐이다. 
 
 브랜드가 갖는 이미지의 소모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유행형 프랜차이즈는 그래서 프랜차이즈의 무덤이다. 정말 길게 자영업을 할 사람이라면 피하는 게 맞다. 이유는 간단하다. 메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 그 자체에 문제점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들불처럼 번졌다 유행이 끝나면 모조리 폐업처리되고 마는 프랜차이즈들은 하나 같이 깊은 맛을 내기 힘든 음식들을 메인메뉴로 삼는다. 카스테라나 치즈케이크 그리고 식빵은 만들기 쉬운 것처럼 보여도 제대로 된 맛을 이끌어내려면 다년간의 훈련과 수없는 시행착오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 창업 준비 및 교육기간을 이수한 업주가 만들어내서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리라는 말이다. 마카롱과 에클레어를 취급하는 체인점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유행하는 프랜차이즈의 본사나 계약을 하고 운영을 하는 업주나 이 사실을 모를 리는 없다. 본사 입장에서는 프랜차이즈에 적합한 방식으로 음식을 리뉴얼했다고 홍보하겠지만 애초에 그 시점에서 음식의 퀄리티는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SNS 상에서 화제가 되고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에 뛰어드는 업주 역시 ‘남들은 몰라도 나는 다르겠지. 열심히 하면 될 거야.’ 라는 생각 때문에 본질적인 한계를 직시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몇 년 사이 유행과 함께 등장했다 초라하게 퇴장한 프랜차이즈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벌꿀을 넣은 소프트 아이스크림, 유사 상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감자튀김 맥주집, 치즈가 범벅이 되어 나오던 등갈비, 빨간 간판을 달고 있던 세계과자전문점, 3000원대 저가 안주를 팔던 술집, 딸기와 생크림이 든 오믈렛을 상자에 담아주던 빵집. 그리고 앞서 말한 카스테테라와 치즈케이크 그리고 핫도그 전문점까지. 
 
 유행하는 음식을 사먹으면서 높은 수준의 맛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먹는 사람이 갖는 최소한의 기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퀄리티를 갖고 있어야만 한다. 유행 하는 동안에는 늘 새로운 손님들이 호기심에 사먹을지도 모르지만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유행이 끝나고 나면 그 중에서 주기적으로 지갑을 열어줄 단골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장기 불황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안이 극심하다는 것을 잘 안다. 불안한 노후와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안정적인 소득원처럼 보이는 프랜차이즈에 눈길이 가는 이들이 많은 것도 안다. 그러나 유행과 인기에 발맞춘 단기적인 전략만 있는 음식을 주력으로 삼는 다는 점에서 그 한계는 너무나 뚜렷할 수밖에 없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영화는 재미가 없다. 맛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음식은 짧은 관심을 받을 뿐 결코 오래 사랑을 받을 수는 없다. 답은 이미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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