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민 Dec 21. 2017

자신과의 대화

기억은 기록임과 동시에 나의 역사다

 삶은 단순할수록 아름답다. 한 가지 목표, 하나뿐인 사랑, 확고한 신념, 독립된 의지, 또렷한 취향 같은 것들에는 구차함이나 지저분함이 없다. 단순한 것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긴 설명이나 복잡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직관적이고 직설적이다. 머리와 가슴에 한 번에 와 닿는 그 심플함은 매력이면서 동시에 강점이다. 그런 단순한 삶의 자세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멋지다. 꿈과 사랑 그리고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추구하는 일관된 삶이 주는 뜨거움에 우리는 감동받고 또 반한다. 비울수록 버릴수록 삶은 가벼워지고 단순해지면서 본래의 나다운 모양을 찾아간다. 그러려면 제일 먼저 남들처럼 혹은 남들만큼 살려고 노력했던 습관들에 작별을 고해야한다. 
  
 그냥 남들 다 하는 대로 산다고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것들을 쫒을 때 인생은 획일화되며 끝내는 불행해진다. 기준과 유형은 만들어진 것이다. 삶은 스스로 선택하면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지 세상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뒤처지지 않으려 버둥거리며 더 많이 갖고 누리기 위해 소비한 시간이 행복으로 돌아왔는지 가만히 생각해보자. 남들만큼 먹고 마시고 즐기고 남들처럼 소비하고 누리며 사는 것은 나다운 삶이 아니다. 유행 따라 남들 따라 살아가면서 덕지덕지 붙는 욕심과 자격지심은 ‘내가 지금 뭘 하면서 살고 있는가.’ 라는 회의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 때 우리는 처음으로 질주하던 삶에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내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은 뭘까.’, ‘나답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고민들을 무시하지말고 깊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라며 주변 사람들이 핀잔을 주며 무시할 때에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고민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나이 들어가면서 정체성을 잊어버리고 남들처럼 평범한 생활을 선택하며 결국 늙어간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잘못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은 일방통행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선택을 돌이킬 수도 없다. 그래서 조금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나답게 살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낡고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보자.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잊고 살았다고 생각했던 케케묵은 기억들까지 전부 꺼내서 살펴보자. 그러다보면 주입되거나 영향 받지 않고 일관성 있게 계속 이어져 온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취향이나 흥미 그리고 애정 같은 것들은 밤하늘의 별 마냥 갑작스럽게 나타나지 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형성되는 과정을 거쳐 사람의 내면에 분명한 영역을 표시한다. 그래서 오래된 기억들을 살펴보는 것은 나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탐색의 과정이다. 정말 하고 싶었던 것, 오랫동안 원하고 바랐던 것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라지지 않은 꿈들은 모두 기억의 페이지 속에 남아있다. 기억은 사람의 삶을 담은 기록이다. 기록은 곧 역사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역사를 참고 하듯 오래된 기억들 속에서 우리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다. 
  
 기억의 서고에서 내가 살아온 역사를 자유롭게 꺼내 열람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나만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바쁜 생활과 팍팍한 현실에 치이다보면 우리는 방대한 기억을 담고 있는 서고의 열쇠를 종종 잃어버린다.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기보다 당장 주어진 일들을 걱정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지면 기억하고 추억 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면 과거를 떠올리면서 회상하거나 반성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흔한 말은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일은 내가 걸어오는 동안 잊어버린 초심과 흐릿해진 목적지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바쁘게 내달리느라 뒤쳐져있던 내안의 진짜 나를 찾아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정답은 문제 속에 있다는 아리송한 말을 삶에 비춰보면 한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내 자신에게 있다. 좋고 나쁜 것들은 어디까지나 내가 느끼고 판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 문제를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언제나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문제에 대한 해답 역시 내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래된 기억과 낡은 추억들은 사실 오늘과 내일의 문제를 풀기 위한 훌륭한 참고서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전의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은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나를 찾아오고 시련은 유형이라는 겉옷만 갈아입은 채 지속적으로 몰려온다. 그럴 때 마다 새로운 길을 찾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내가 어떻게 문제를 풀었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해결책을 발견할 수 있다. 
  
 정말 나다운 삶을 살려면 우리는 지난 과거의 내 자신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고 추억을 살펴보면서 이전의 내가 가지고 있던 열망과 소망을 오늘에 투영시켜야 한다. 문제의 답은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했던 과거의 내가 이미 가지고 있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과 결단 역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꿈속에 들어있다. 화려한 강연이나 자기개발서의 문장들을 억지로 씹어 삼키지 않아도 된다. 찬란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을 보며 애초부터 다른 보폭을 넓히려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답게 살면 된다. 그 심플함이 삶을 가볍게 만들고 아름답게 바꿔놓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킨을 생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