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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27. 2017

매력적인 옷 입기

옷을 잘 입는 방법

 

 좋아하는 코트를 얼른 입고 싶어서 가을바람이 차가워질 무렵부터 나는 겨울을 기다렸다. 지난봄에 사놓고 몇 번 입지 못한 헤링본 코트는 계절이 지나는 동안 줄곧 옷장 속에 잠들어있었다. 다양한 굵기의 실로 짠 헤링본 원단으로 만들어진 코트는 한겨울에 입을 수 있게 도톰했다. 사이드포켓은 손을 주머니에 넣기 편한 디자인이었고 포켓스퀘어 역시 사선으로 처리되어있어 경쾌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쓰리버튼은 클래식했지만 컬러감이 있는 헤링본 패턴과 어우러져 자칫 중후해 보일 수 있는 무거움을 효과적으로 덜어냈다. 코트의 전체적인 기장과 라펠의 너비 역시 알맞은 비율을 갖추고 있어 평소에 내가 입는 스타일과 잘 어울렸다. 처음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지만 구입하기까지 나는 적어도 5번은 고민했었다. 
  
 나는 옷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원하는 요소들이 고루 갖춰져 있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옷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래서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손에 들어온 옷은 마음에 든 것인 만큼 아껴가며 오래 입는다. 옷을 사기 전에 나는 먼저 내가 원하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을 생각해둔다. 지난 가을에 재킷을 구입할 때 내가 고려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총장은 엉덩이의 60% 정도만 덮을 것. 어깨는 패드가 들어가지 않은 이탈리안 디자인으로 선택할 것. 포켓은 캐주얼한 느낌을 주는 아웃포켓. 라펠은 지나치게 좁거나 넓지 않은 것. 옷을 여미는 방식은 더블이 아닌 싱글-브레스티드로. 셔츠 위에 재킷을 입을 것이므로 등과 어깨는 꼭 맞는 느낌으로. 봄가을에 입는 재킷이므로 관리하기 쉽게 혼용률이 적당한 원단을 고를 것. 이렇게 기준을 정하고 나면 우선 가격이 저렴하다고 브랜드가 유명하다고 요즘 잘나가는 디자인이라고 혹해서 살 일이 없다. 
  
 후회를 부르는 충동구매를 원천 봉쇄한다는 점에서 까다로운 자신만의 구매기준을 갖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이렇듯 옷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본인만의 뚜렷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두 가지 원칙을 가지고 옷을 산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던 디자인적인 요소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고 두 번째는 나에게 어울리는 옷만 구매하는 것이다. 옷은 그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내가 가진 이미지와 분위기에 부합하지 않는 옷은 입어봐야 아무런 매력이 없다. 가끔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아낌없이 착용한 사람들을 본다. 그때 사람이 아니라 먼저 옷이 눈에 들어오면 사람과 옷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걸치고 있는 게 명품이라도 사람이 그에 걸맞지 않으면 명품의 가치는 퇴색될 뿐이다. 그러므로 비싸고 좋은 옷을 사 입는 것보다 본인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어울리는 옷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해보자면 나는 셔츠와 재킷 그리고 정장 같은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주는 옷들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반대로 유행을 많이 타는 디자인이 가미된 옷은 정말 처절할 만큼 어울리지 않는다. 블루종이나 MA-1 항공점퍼 같은 옷을 내가 입으면 영락없는 농촌의 젊은 영농후계자 같은 느낌이 난다. 장식이나 디테일이 많이 들어간 코트나 재킷 역시 어색한건 매한가지다. 그래서 나는 단추가 붙은 견장이나 가슴과 팔에 붙은 패치 그리고 배색이 들어간 차이나 칼라 같은 디자인을 싫어한다. 높은 할인율이 적용된 유명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나는 트렌치코트나 블루종을 절대 구매하지 않는다. 원단과 컬러 만듦새 같은 요소들이 만족스러워도 디자인에서 내게 어울리지 않는 디테일이 들어가면 그 옷은 절대 내 옷이 아니다. 그건 남의 옷이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것은 남의 옷을 뺏어 입은 것만큼 어색하기 짝이 없다. 그런 옷을 입고 나가면 돈쓰고 놀림 받기 딱 좋을 뿐이다. 
  
 사람마다 기준도 다르고 유행의 변화에 따라 패션은 돌고 돌며 급변한다. 애초에 한정된 예산과 제한된 선택지를 가지고 연예인이나 배우처럼 옷을 입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옷을 잘 입는 다는 것은 본인의 이미지에 적합한 옷을 맞춰 입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 중요한건 객관적인 시각으로 내 이미지에 맞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일이다.


 옷을 고르는 노하우를 물어보는 사람에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입고 싶은 옷이나 추천 받은 옷을 두고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지를 먼저 판단해본다. 그 다음 남자와 여자 지인 몇에게 이 옷이 내게 어울리는지 물어본다. 이 때 물어보는 대상의 연령의 차이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래와 연상의 시각은 분명하게 다르다. 그리고 찬성과 반대에 점수를 매겨 환산한다. 연상의 여성은 3점 또래 여자애들은 2점 남자 지인은 1점이다. 남자는 눈으로 보이는 직관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주로 판단을 한다. 반대로 여자는 디자인적인 요소와 유행을 기준으로 평가 한다. 마지막으로 연상의 여성은 그 옷을 몇 번이나 입을지 오래 입을지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한다. 이렇게 하면 너무 유행을 타지 않으면서도 자주 입을 수 있는 괜찮은 옷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옷을 고르다보면 내가 보는 것과 남이 보는 것의 기준이 많이 다름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타인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내 눈에만 예쁜 옷이 아니라 내가 봐도 남이 봐도 괜찮은 옷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은 주관적인 만족과 객관적인 기호를 조화시킬 때 발견할 수 있다. 옷 입기는 자기만족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음으로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은 만족과는 별개로 존재하는 강점이다. 매력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다. 옷은 그래서 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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