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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Dec 31. 2017

앞으로 앞으로

낭비되는 삶은 없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네 번의 계절이 변하고 700번이 넘게 낮과 밤이 뒤바뀌는 동안 내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돌아본다. 이제까지 그랬듯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일 년을 보냈다. 통장이 촉촉해지거나 지갑이 뚱뚱해지는 일도 없었고 올 한 해 예술적인 부분에서 큰 성과를 낸 것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랬듯 열심히 쓰고 계속해서 그리다보니 2017년이 저물어버렸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될 새해가 더 기대된다. 아주 느리고 더디지만 나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꿈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거나 부족한 형편을 불안해하지 않고 새해에도 쭉 전진 할 생각이다. 
  
 1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면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일상은 반복되고 비슷한 나날들이 모여 1년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눈에 띌만한 변화나 기록적인 성장은 없었다. 그만두고 포기하는 것이 나아 보이는 현실을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떠하든 내가 품은 목표를 향해 젊음을 모조리 쏟아 부을 생각이다. 삶은 누구에게나 한 번이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생활을 소망하고 누군가는 멋진 역전을 꿈꾼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길을 찾아 혼자만의 여정을 떠난다. 나는 꿈을 찾는 고된 길을 선택했다. 모두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객관식 선택지 대신 빈 공란만 덩그러니 놓인 주관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선택한 길을 살아나가면서 본인만의 해답을 완성해나가는 것이 삶이라고 믿는다. 
  
 아무 것도 없었던 하얀 여백에 한 글자씩 내 삶의 해답을 구하기 위한 공식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평생을 바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어떤 것인지 또렷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인생을 한 권의 책을 쓰는 일로 비유한다면 지난 20대의 10년은 장르와 주제를 선택하는데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새롭게 맞이한 30대의 1년 동안 첫 페이지의 첫 문장을 썼다. 이야기의 엔딩은 정해져있다.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나만의 방식으로 나답게 써나갈 생각이다. 살다보면 현실에 타협해야할 순간도 찾아온다. 잠시 펜을 내려놓고 생활에 매달려야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그만두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확신한다. 꿈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꿈은 결국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믿기에 이뤄질 때 까지 결코 중단은 없다. 
  
 꿈을 갖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꿈만 갖고 사는 것이 잘못된 것일 뿐. 과거의 나는 꿈을 인질로 삼아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살았다. 멋진 말을 늘어놓으며 내 생활을 멋지게 포장해서 있어 보이게끔 만들었었다. 그러나 합리화는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현실의 눈은 가릴 수 있어도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러다 몇 번의 슬럼프를 거치는 동안 나는 내가 가진 초라함과 부족함을 받아들였다. 남들과 다른 선택이 실패로 끝나는 것이 두려웠던 나약한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자 거짓말처럼 두려움이 사라졌다. 가진 것이 없다면 노력으로 성취하면 되고 안정된 기반이 없다면 경험을 통해 배우면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나는 용기를 얻었다. 비겁한 현실도피를 끝낸 나는 내 자리로 돌아와 현재는 성실하게 매일 매일을 꿈에 투자하고 있다. 

 시간은 성실하게 흐른다. 그에 따라 늘어가는 나이는 또렷한 무게감을 갖기 마련이다. 거기서 비롯되는 부담감과 압박감 역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걱정과 불안은 소나기와 같다. 아무리 세찬 소나기라도 비는 그치기 마련이다. 내가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비는 그치고 바람은 멎는다. 두려움에 가만히 주저 않아 버린다면 온몸이 젖어버리겠지만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면 반드시 환한 햇살을 만나게 된다. 영원한 것은 이 세상에 단 하나도 없다. 그것은 진실이며 진리다. 절망은 지나가고 고난은 끝난다. 그러므로 걱정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다. 매일 주어지는 하루라는 시간을 내가 선택한 길을 걷는 데 썼다. 그 시간들이 모이고모여 걱정과 불안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한 신념을 만들어줬다. 
  
 두려움에 맞설 수 있게 되면서부터 삶은 해볼 만 한 게임이 된다. 도전을 시작하면서 실패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애초부터 삶에 있어서 잃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성공이나 실패라는 결과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해서 도전과 시작을 반복 한다. 삶이 끝나기 전까지 실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은 실패의 극복이며 실패는 성공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다. 꿈에 젊음을 모조리 투자하고 있는 내가 더 이상 두려움을 겁내지 않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낭비되는 삶은 없다. 흘러간 시간은 반드시 또렷한 흔적을 남기고 간다. 그 흔적은 마치 책갈피처럼 이전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그런 흔적을 통해 실패를 딛고 절망을 디딤돌 삼아 몇 번이고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인생이다. 
  
 가야할 길이 멀다. 꿈은 아직 저 멀리에 있고 내가 처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매일 매일이 살아볼만하다. 꿈은 사람을 키운다. 시련 속에서 사람은 성장하고 절망을 딛고 한 단계 높은 발전을 이룩한다. 꿈에 닿기 까지 앞으로 수없이 많은 고난을 겪어야함을 안다. 그 속에서 나는 지금의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이 발전된 사람으로 단련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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