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디코치 Aug 22. 2021

무엇을 중단해야 합니까?

건강한 반복 리듬을 만들기 위한 첫 질문


5년 전 웨이트 트레닝에 취미를 붙인 적이 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웨이트 전 가장 중요한 것이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완시켜 주는 '스트레칭'이다.

내가 다니던 헬스장에는 1번부터 12번까지 스트레칭 이미지를 벽에 붙여두었는데,

이 이미지를 따라 반복하다 보면 온몸이 살짝 뜨거워진다. 운동을 위한 예열 과정인 것이다.

온몸이 뜨거워지면 3대 근육 운동 중 하나를 하고, 푸시업과 러닝 10분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가끔 운동이 귀찮고 대충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 리듬을 지키다 보면 언제나 평균 이상으로 열심히 무게를 들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트레칭 - 본 운동 - 푸시업&러닝>이라는 패턴이 나만의 운동 리듬을 만들었던 것 같다.



비슷하게 애자일에도 개발에 대한 반복적 리듬을 지켜라라고 말하는 실천방안들이 있다.

가장 유명한 스크럼 방법론의 스프린트는 2주 반복 일정으로 리듬을 만들고

그 안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가치를 발전시키라고 말한다.


하지만 개인 운동 때 보다 스프린트 기간 동안 팀이 마주하는 변수는 훨씬 크고 다양하다.
팀의 반복 리듬은 깨지기 더 쉽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럼 개발팀의 건강한 반복 리듬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필자가 찾은 답은 오직 한 가지였다. 바로 '회고'.


애자일 회고는

팀이 지난 시간 함께 일하면서 마주한 문제를 되돌아보고

애자일이 강조하는 '점검과 조정'의 철학을 지켜내는 순간이다.


사실 많은 팀이 회고를 힘들어하는 이유는 회고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고, 거창한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실패한 회고로 여기는 탓이다. 사실 회고 그 자체에 성공이나 실패를 붙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일단 회고를 통해 되돌아보는 경험을 팀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만약 당신의 팀에 회고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 말을 꼭 해 주고 싶다.


안심하세요. 변화가 클 필요는 없습니다. 딱 한 가지만 고쳐봅시다.

너무 큰 욕심은 과욕이고 오히려 팀의 의지를 꺾는다. 회고 때마다 팀의 효율성이 1%만 나아지자.

그리고 차라리 자주 회고하자. 회고에서 나온 실천방안들은 복리처럼 팀 안에 자산으로 쌓일 것이다.

(복리의 마법이 여기서도 효과적이다)



이 작은 변화를 위해서 스크럼 마스터 or 팀 리더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딱 3가지다.

1. "무엇을 중단해야 합니까"

2. "무엇을 시작해야 할 때인가요?"

3. "계속 잘 해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팀의 건강한 반복 주기가 깨지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시간이 부족한 것 + 목표가 변경되는 경우


예컨대, 계획대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데 CEO가 말한다.

"이번 주 안에 경쟁사의 A 기능과 비슷한 기능을 추가해 주세요.
주주총회 전에 우리 제품의 우월함을 보여줘야 합니다"

자 시간도 부족해지고, 목표도 변경되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언제든 맞이할 수 있는 예외이다.

이 타이밍에 회고를 한다면 당연 첫 번째 질문이 가장 효과적이다.


"무엇을 중단해야 합니까"


위 질문을 통해 CEO의 요구사항을 깔끔하게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하자  '죽은 스크럼 마스터는 가장 쓸모없는 스크럼 마스터'라는 켄 슈와버의 말처럼. 괜한 반기를 들다가 팀에서 쫓겨나면 현재 팀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해고되지 않는 선에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지혜가 필요하다.


"무엇을 중단해야 합니까"


결국 새로운 요청사항을 무시하지 못하고 결국 기존 백로그 계획에 추가해야 한다면,

차라리 기존 백로그들 중 몇 가지는 중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 들지도 못할 무게를 양손에 쥐고 마치 들어 올릴 수 있는 것 마냥, 웨이트를 시도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자. 십중팔구 허리가 끊어지고 말 것이다. (야근과 주말근무에 시달리다가 경쟁사에 한참 뒤지는 기능을 만들고 다시 뒤엎을 가능성이 99%)




웨이트 하면서 가장 보람찬 기억은 어제보다 조금 더 무거운 바벨을 들었을 때다.

예전에는 힘들게 들었던 무게를 어느 순간 쉽게 들어 올리는 순간.

'아 나 좀 성장했구나'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반복 리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개발팀의 반복 주기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반복 주기는 매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그때마다 회고를 통해 이번에 들 무게추를 조금씩 올렸다.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회고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말자.

지금 무엇을 멈춰야 할지, 또 계속해야 할지 단 1가지만 개선해 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수많은 요구사항을 매우 빡빡한 일정에 맞춰야 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