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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코치 Jun 25. 2022

일하며 느끼는 생각

#너만 힘든 건 아니야.라는 위로는 도움이 1도 안 된다.

1. 일본 워크숍에서 일하는 방법과 회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첫 해외 출장이었다. 떨리는 마음도 잠시 2건의 발표를 앞두게 되었다.

먼저 한국과 일본 동료 간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꽤 어려운 주제의 발표였다.

한국은 1,2,3 ~ 이런 프로세스로 일합니다. 그러니 일본 동료분들도 이해해 주세요~ - 로 비치지 않도록 고민했다. 그 어느 쪽의 일하는 방식이 나은지 우열을 가르는 것이 최악이었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야 협업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 가치를 전달하고 시장에서 다시 그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내용을 진행했다. 막상 해보니 일본 동료들이 제대로 이해했는지? 얼마나 공감했는지 바로 알 순 없었다 (나중에 발표에 대한 만족도 설문을 통해 9점 10점을 준 것을 보고 안심했다)


당시 내 발표에 대해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1. 발표 장소의 분위기가 어둡고 발표 장표가 잘 보이지 않았다

2. 일본 동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순간에는 잘 알 수 없었다


만약 다시 이런 발표를 진행한다면

1. 발표 장소의 분위기까지 고려해서 장표를 구성해야겠다 (글씨를 다 빼고, 그림과 이야기로 구성한다던지)

2. 일본 동료에게 사전에 '이렇게 발표할 건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한 번 더 물어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김창준 애자일 코치님이 팟캐스트에서 TDD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PT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 것이 떠오른다. 장표를 만들 때 목적을 생각하라는 이야기였다. 이 장표에서 내가 청중에게 알려줄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하면 이 장표의 이 페이지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인지 거꾸로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다.



2. 애자일의 가치를 전파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 (코치라는 타이틀의 무게감이 억누른다)

애자일 코치로 일한 지 2년 2개월이 흐른다.

과거 Project Manager로 B2B 회사에서 일할 때는 철저한 예측과 기획, 계획 수립하에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며 내 존재가치를 증명했는데, 애자일 코치는 가장 중요한 업무 '애자일의 가치 전파'가 너무 힘들어서, 조직에서 내 존재가치도 입증하고 있나? 의심이 든다. 이때가 가장 힘들다


노력의 결과 = 보람이 되면 내 행동의 책임도 명확해진다. 개발자가 코딩을 했다면 그 산출물의 품질은 본인의 책임이듯,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했다면 그 결과는 해당 디자이너의 책임이다. 그런데 애자일 코치는? 일단 코치는 팀의 선수가 아니라 플레이를 직접 할 수 없다. 감독도 아니라서 권한도 없다. 단지 각 선수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협업을 만들고 피드백이 돌도록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말이 쉽지... 애자일 코치는 직접 결과를 만들지도 못하고 그 결과의 잘잘못을 판단하려면 시간이 흘러야 한다. 가끔은 애자일 코치가 뿌린 씨앗이 1년 뒤에 싹을 맺기도 하고, 미친 듯이 노력해서 팀에 전파한 마인드셋이 3개월 뒤에 다시 보니 흔적도 없이 사라진 허무함을 맛보기도 한다.


애자일 코치의 존재가치는 스스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팀과의 협업 속에서 드러나고 누군가 필요로 할 때 빛을 낸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굳이...?'라는 생각으로 팀에서 초대받지 못하거나 누구도 필요치 않게 된다면 애자일 코치는 생각해야 한다. '아직 이 조직에 내 존재가치가 빛날 일이 있나?' or '나를 필요로 하는 조직으로 옮겨야 하나'


이 생각은 모든 직장인이 하겠지만 애자일 코치의 고민은 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메인 업무가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며, 애자일 마인드셋의 전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직이란 생물은 점점 커져갈수록 필요로 하는 영양분(직무)을 바꿔가며 흡수한다. 그래서 너무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아직 현재 조직이 코치를 필수적인 영양소로 생각한다면, 제대로 흡수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는 코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 다른 성장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다.


포인트는 코치 혼자만의 탓이 아니라는 거다. 원래 애자일 가치를 전파하는 일은 난이도 최상의 업무다. 그리고 코치 혼자서 이단 옆차기 날아다녀도 조직이 제대로 흡수를 못하면 보람찬 결과를 내기 어렵다. 그러니 건강한 코치는 질문해야 한다. "나라는 영양소를 조직에 어떻게 흡수시킬 건가요?" 그 고민을 조직이 같이 해주고 답을 함께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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