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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코치 Aug 24. 2023

네트워킹 드리븐 (networking-driven)

쉽게 갈 수 있다면, 쉽게 가라. 미지의 영역부터가 진짜 게임이다. 

게임 관련 은어 중에 "버스 태워줄게"라는 이야기가 있다. 

-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플레이어가 뛰어난 실력의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아 초반 레벨업을 수월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야 내가 버스 태워줄게, 빨리 만렙 찍고 제대로 놀자!" 



보통 RPG 게임은 Level 이 일정 이상일 때 흥미로운 스테이지가 등장하는데 그 과정까지 시간을 단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누군가 태워주는 버스를 타고 일정 스테이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디아블로 2 당시 한글 채팅이 안되니, 짧은 영어로 'hell bus plz'라고 반복하니 우연히 쳇을 본 고수가 'bang' 답변하고 도와줬다는 속설도 있다]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때도 "버스를 타면" 쉽게 일정 영역까지 도달할 수 있다. 가령,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그 나라를 다녀온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그런데, 직장의 경우는 물어볼만한 '롤모델'이 없을 경우 답변을 얻기가 어렵다. (정말 그럴까?) 

비공식적 사회적 환경에서 비슷한 관심사와 능력을 갖춘 이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정보를 공유한다. 그것이 네트워킹이다. 


"현재 직장에서 배울만한 사람이 없어. 그냥 맨 땅에 헤딩하듯 내가 삽질하며 배워야지 뭐."


이런 이야기를 꽤 들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먼저 삽질을 하는 주체는 당신이 맞다. 그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삽까지 넘겨버리고는 일을 한 것처럼 포장하는 짓을 하지 말자. 반면 현재 직장에서 롤모델을 구하지 못했다면, 바깥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 개인 경험


#1. 10년 전 Project Manager로 IT 업계에 발을 내디뎠을 때, 아는 것이 정말 없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팀의 매니저 - 가 내가 아는 지식의 전부였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무작정 IT 개발 관련 서적이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도서관을 갔고, 10권가량의 책을 빌려 자리에 앉았다. Server와 Client 간 통신과 보안에 대한 주제였는데 첫 페이지부터 막막했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당시에는 본능적이었다. 간절했으니까)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간신히 취업한 도메인이 IT업계이고 난 PM을 처음 해본 다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10통 정도 메일을 보냈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2통의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중 하나의 메일을 주신 분이 Agile Coach였고, 이 사건을 계기로 Agile을 공부하게 되었고,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2. 얼마 전 시작한 트레바리도 네트워킹 드리븐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주제로 모인 사람들은 직업도 환경도 다양하다. 이 다채로운 생각들이 현재 고민 중이던 문제에 힌트를 준다. 실제로 최근에는 리더들과 향후 조직의 '전략'을 어떻게 세팅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마침 트레바리에서 다루던 주제와 동일하여 큰 도움을 받았다. 듣기로는 트레바리에서 만난 인연으로 직장을 옮기는 일도 꽤 있다고 들었다. 


#3. 과거 조직의 리더가 나에게 해준 말이 잊히지 않는다. 
 "동료의 탁월한 철학, 생각을 나 역시 모방합니다. 그리고 내 것처럼 가공할 때도 있습니다. 탁월한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정작 자신의 것으로 행동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어요. 생각의 주인은 언제나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곱씹으며 네트워킹 드리븐을 할 때마다 그들의 생각을 다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행동한다. 내 글로 다시 한번 콘텐츠를 작성하고, 동료들 앞에서 세미나를 열고, 더 좋게 발전시킨다. 경험으로 알게 된 재밌는 사실 하나! 주인처럼 행동할 때 더 탁월한 생각들이 모여든다는 것이다. 




# 네트워킹 드리븐을 해야 하는 이유

관성 (inertia)이란 단어가 기억난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총합이 0일 때, 운동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 (=운동 상태를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편하게 느낀다. 가령 어느 정도 조직에 익숙해진 직원은 자신만의 루틴대로 업무를 처리하며 '적당함' 상태를 유지하려 하는데 문제는 외부 환경의 변화 속도는 급변한다는 점이다. 관성에 갇혀 앞으로 가지 못하면 물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죽음' 뿐이다. 


따라서 네트워킹 드리븐은 일종의 엔트로피(무질서)를 발생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유인책이다.


누군가 묻는다.  

'저는 네트워킹 모임도 나가고, 책도 읽었지만 변화할 마음이 별로 안 생기는데요?"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당신이 의심스럽다'이다. 

네트워킹 퀄리티에 문제가 없다면 본인을 의심해라. 혹시 탁월한 사람들과 어울릴 준비가 덜 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진단하자. 네트워킹 드리븐의 핵심은 '당신 또한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명서라 해도 본인이 이해할 수준이 아니라면, 수박 겉핥기일 뿐이다. 

당신이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수준을 객관적으로 따져보고 그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킹 드리븐을 하고 있다면, 역설적으로 다시 그것을 버려야 한다. 

네트워킹을 통해 조언을 받는 식으로 '누구나 아는 영역'까지는 쉽게 갈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게임은 그다음부터다. Next Level의 문제는 언제나 새롭고 누구도 풀어본 적이 없다. 그것을 풀어야 진짜다. 

그리고 언젠가 그 문제까지 당신이 풀어낸다면, 뒤이어 그 문제를 풀어야 할 사람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자. 


이 과정이 반복되면 우리는 더 높은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Appendix 


https://youtu.be/KVngFB8-tRo (유투버 신사임당) 

*https://eopla.net/magazines/205?utm_source=daily&utm_medium=text-organic&utm_campaign=mg-wceo-peopet4 (이오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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