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랭킹전을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얼마 전 과거 회사 동료의 집들이에 초대 받았다.
차로 약 1시간. 다행인 점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직장 동료분과 동행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중 '일에 대한 최근 생각'을 흥미롭게 들었다.
잊힐까 브런치 글에 서둘러 남겨본다.
"우디, 과거에 프리스타일이란 게임을 아시나요? 농구 게임입니다"
- "아 물론이죠. 저도 상당히 좋아했어요"
"제가 꽤 잘했는데 말이죠. 레벨이 올라가서 고수방에 들어서면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게임에서 지잖아요?"
- "맞아요.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고 나면 욕 안 듣고 게임을 지속하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부캐를 만들어서 초보방에서 다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맞아요. 그렇게 초보방을 돌면서 쪼랩 학살(?)하면서 놀 수도 있는데 레벨이 또 오르면 아까 그 고수방을 다시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죠. 치열하고 재미없는 랭크전이요.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는 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조직에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부담 없이 일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랭킹전을 겪어야 하잖아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건 정말 재미없을 때가 많아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으니까요."
- "그럼 꼭 랭킹을 올려야 하는 걸까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상황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성취감이 다를 거예요. 쪼렙방에서 아무리 게임을 이겨도 랭킹을 올리진 못하잖아요? 손흥민이 조기축구 게임을 아무리 승리해도 프리미어 리그의 1승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느낌 아닐까요?"
집들이 후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도 아까 동료와의 대화가 계속 생각났다.
사수를 구할 수 없는 스타트업 도메인에 오래 있다 보면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정답에 가까운가?'
되물을 때가 많았는데 마치 '내가 랭킹을 높이기 위한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맞는가?'로 다시 되묻게 되었다.
그러니,
만약 지금 하는 일이 재미가 없고 힘들다면 랭킹전에 돌입한 것이라 생각해 보자.
본인에게 주어진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고 있다면 레벨 업할 기회를 마주한 것이다.
만약 어떤 일을 맡는 것이 두려워 포기한다면 당장의 스트레스로부터는 해방될 수 있지만 영원히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우리 모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조직에서 연차가 쌓이면 그 레벨에 맞는 역량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 순간 재미없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더할 나위 없는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방법으로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를 소개한 바 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방식은 간단하다.
훗날 80세가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그때 어떤 결정을 내렸어야 했을까?'
인생을 돌아보며 삶의 마지막을 기다린다고 생각해 보자. 아마 시도조차 안 한 것들의 후회가 가장 크지 않을까?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당장의 즐거움은 빠르게 과거가 될 것이다. 당장의 피 땀 눈물이 고통스럽더라도 견디고 이겨낸다면 누구도 맛볼 수 없는 성취감이 기다릴 것이다.
정말 나쁜 상황은 레벨에 어울리지도 않는 쉬운 일을 하면서 자신은 성장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작은 조직에 있거나, 솔직하지 못한 피드백 문화가 존재할 경우 이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ㅜ)
자신을 속이고 동료와 회사를 속이지 말자. 당신은 더 위대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일 출근하면 가장 괴롭고 재미없어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일 하나를 골라서 도전해 보자.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그 문제를 풀어보자. 분명 한 차원 높은 성장으로 연결시켜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