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찌개가 기억하는 어머니의 따뜻함을 겨울은 이야기합니다.
눈이 내리는 밤이면 어둠도 날아가고 잠복했던 군불 같은 온정이 새삼 일어섭니다. 눈보다 흰 옥양목 이불깃으로 노출되지 않게 고단함을 덮으시고 소나무 등걸 같은 손바닥으로 닳은 걸레조각 짜듯 가난의 물기를 인내로 말리셨습니다. 이토록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피도 마르지 않는 연탄불 위에 데운 뜨끈한 청국장 국물 같은 따뜻함이 내 마음 밑뿌리에 자라서입니다. 오늘 같은 눈 오는 밤이면 두 팔 펴서 실눈 뜨시고 꿰매시던 구멍 난 양말에서 유년의 단내가 납니다. 옹망졸망 자식들 끼니 붙이려 콩나물 바구니 들고 걸으시던 그때 어머니 흰 고무신 속 얼은 발보다 더 마음이 시려 옵니다. <눈 오는 밤에 어머니, 이순이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