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많이 의아했고 놀랐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는 어렵고 불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렇게 대단한 책인지는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스스로가 이 책 속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해서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이미 이 책은 해외에서부터 먼저 알아보았습니다.
한강 작가가 쓴 '채식주의'는 언어로 쓰여진 표면적 이야기만이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글이다 보니 페이지가 앞으로 나가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내용 또한 불편한 부분들도 많다 보니 읽는 내내 어렵다는 생각들이 들었고 깊은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채식주의자'는 폭력을 거부하고 스스로가 음식을 거부하며 나무가 되어가는 주인공 '영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혜'를 바라보는 남편, 형부, 언니의 시각으로 영혜의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한 번 읽고 나서는 이 책의 깊이를 개인적으로 다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책에 대한 서평을 찾아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사놓았지만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던 '소년이 온다'를 꺼내 읽어 봅니다. 오랜만에 읽는 소설입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방법으로 '한강'은 그 시점에 일어난 일들을 풀어낼까 궁금했습니다.
1980년 전두환의 잔인함과 권력의 욕망을 가장 크게 쏟아낸 곳이 광주였습니다. 5.18 광주의 아픔을 언급하는 것을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꺼렸습니다. 숨기고 싶은 비양심자들과 폭력을 일삼았던부조리한 권력자들에 의해 광주시민들은 수십 년 동안 그 아픔을 안고 살아야만 했습니다.
독재자였던 박정희가 1979.10.26 김재규에 의해 서거합니다. 그리고 박정희의 양아들처럼 자신의 권력을 '하나회'라는 군대 사조직을 통해 키워왔던 전두환이 1979.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며 국가의 권력을 잡습니다. 전국의 대학생과 시민들은 절대권력의 독재자인 박정희가 죽어 민주주의가 오겠다는 기대(서울의 봄)를 가졌지만 또 다른 독재자가 등장한 것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갑니다.
전국적으로 독재자에 저항하려는 민주주의의 열망이 시민들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고 그 열망이 가장 크게 폭발한 곳이 광주였습니다. 전두환은 시민들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해 작전명 '화려한 휴가'를 진행합니다.
무고한 시민들을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폭력을 행사하고 살해합니다. 시민들에는 어린아이부터 대학생, 일반 시민,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동생 모든 시민들이 대상이었습니다. 곁에 있던 가족들과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의 분노는 더 커져가며 저항은 격렬해집니다. 전두환 독재자의 권력욕에 무고한 시민들은 쓰러졌지만 누구도 그날의 아픔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덮어 둡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동호'라는 중학교 3학년이 시위 중 친구의 죽음을 보면서 광주 시청에 시민들과 같이 광주 마지막 날을 보내는 광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5.18 그날의 아픈 슬픔을 가슴까지 파고들며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죽은 시체 속에서 영혼이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며 곳곳의 참상을 보여주는 시각으로, 동호와 같이 있던 여성의 시각과 심리로, 살아 있음에 대한 가슴 아픈 어머니의 시각으로, 5.18에 남아 살아 있었지만 고문으로 정신의 이상이 생긴 남성 시각 등 모두가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5.18의 군인들의 폭력으로 더 이상 평범한 시민이 될 수 없는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소년이 온다'도 읽는 내내 아픕니다. 그리고 감정이 힘듭니다. '한강' 작가가 느끼는 고통과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아픈 듯 합니다. 그리고 쉽게만 느껴지지 않지만 자신만의 색감을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소년이 온다'는 '동호'라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친구의 죽음을 보고 있었던 죄책감과 아픔을 그냥 넘길 수 없어 시민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고자 죽음 앞에 싸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어린 학생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 깊이 전달됩니다.
그때의 광주 모든 시민들은 한 명의 미치광이 독재자에 의해 삶이 모두 짓밟히게 되고 살아있지만 살아 있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야 했습니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처음 접했던 것은 대학시절이었습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_황석영'라는 책을 대학시절에 조용히 혼자 읽으면서 잔인한 일들이 광주 시민들에게 일어났다는 것에 분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읽으면서 눈물이 흐르고 그날의 아픔이 전달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독재자 전두환이 만든 폭력이 얼마나 잔인했고 무고한 시민들의 분노와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를 느낄 수 있지만 어찌 그때 광주 시민만큼 그 아픔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이런 역사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독재자들에게 부역했던 위선자들이 권력의 근처에 있고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있는 모습에 분노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한강'의 노벨문학상에 대해 반대하는 항의가 존재한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역사를 숨기고 싶은 세력들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진실보다는 자신의 정치 진영의 이익을 위해 극우자들은 '한강'의 책을 부정까지 합니다.
지금 권력자조차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은 정치 잘했다'라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망언을 하는 시국입니다. 전두환은 자신의 개인적 권력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일반 시민을 살해한 살인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망언을 하는 사람이 국가를 맡고 있다는 것이 너무 서글퍼지는 시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채식주의자' 보다 '소년이 온다'가 더 깊게 가슴 속으로 와 닿습니다. 그때의 생생함이 가슴으로 느껴지며 몰입됩니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을 더 깊게 느끼고 싶다면 5.18 전후의 역사를 공부하고 읽으면 그때의 감정들이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민주화의 과정을 영화로 먼저 공부해도 좋습니다.
'그때 그 사람'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1987' 이란 영화를 보며 아픈 역사를 이해하면 '소년이 온다'가 더 크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