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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Oct 27. 2024

바닷길 러닝_싱글라이프

가슴 벅찬 설렘을 언제 느껴봤습니까?

달리기를 하면 다양한 상황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몰입을 경험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달리기 대회에서는 경쟁심 높은 선수들이 체계적으로 구성된 험난한 환경에서 자신의 기량을 시험한다. 산길이나 시골길을 달릴 경우 기술적으로 넘어서야 할 과제들과 맞닥뜨리지만,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혀주고 생각을 가다듬게 한다. 해변에서 달리면 파도 소리 때문에 명상하듯 생각에 열중하게 된다. 평지를 달릴 때도 한발 한발 내딛는 리듬과 함께 찾아오는 가뿐한 기분에 푹 빠지면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숙소에서 15분 정도 차로 가면 바다를 보며 러닝 할 곳이 있습니다. 일출 장면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 속에 자신을 맡깁니다. 거친 파도 소리는 심장을 자극합니다. 외국 휴양지로 여행했을 때 기분 이상으로 행복감을 느낍니다.


새벽의 쌀쌀한 공기와 어둠이 조금은 부담으로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막상 밖으로 나와 러닝을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거창한 러닝이 아닙니다.  그냥 뛰고 숨이 차 오르면 멈추어 걷다가 다시 뛰는 '러닝'입니다.


어린 시절은 늘 뛰고 넘어지는 시절이었습니다. 뛰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뛸 수 있을 때까지 동네를 달렸고 친구들과는 걷기보다 뛰는 시간이 더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뛰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어쩌다 회사에 늦지 않으려고 지하철역까지 숨차게 뛰어간 기억 외에는 성인이 돼서 그렇게 뛰어간 적이 없는 듯합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것들을 삶에 하나씩 추가해 보고 싶었습니다. 걷기를 즐겼지 러닝은 저 멀리 제쳐 두고 있었습니다.


일로서 잔디 상태를 새벽에 점검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뛰게 되고 뛰다 보니 숨이 차오르는 몸 상태가 의외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도심의 답답한 도로와  타인의 시선이 주는 부담에서 벗어나니 뛰는 것에 부담이 적어졌습니다.


잔디를 밟고 뛸 때는 푹신한 카펫처럼, 해가 뜨는 바닷길을 뛸 때는 새로운 하루의 에너지처럼, 호수공원을 뛸 때는 나무가 주는 신선한 공기의 촉감처럼. 그렇게 달려 보았습니다. 하지만 러닝은 단련되지 않은 몸을 제대로 버티도록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숨이 차오르는 시간은 힘듭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몸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잠시 걷습니다. 뛰던 행동을 걷는 행동으로 전환합니다.


심장이 안정화되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거친 숨소리에 잡념이 사라집니다. 뛰기 전 목표지점을 정해 한번에 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멈추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찾아옵니다. 그래도 달립니다.


오늘은 새벽어둠이 짙습니다. 바다의 일출을 보며 모래를 밟고 싶습니다. 차를 몰아 바닷길로 갑니다.


 차를 세우고 바다 백사장으로 가 신발을 벗습니다. 모래사장이 주는 촉감이 느껴집니다. 차갑습니다. 가을 새벽의 차가운 기운이 모래 속까지 영향을 주었나 봅니다.




뜁니다.


최대 속력을 내어 숨 쉬는 것에 압박을 주고 다리의 근육을 긴장하게 합니다. 모래가 다리를 잡아끌어 평지에서 뛰는 것보다 배는 힘들게 느껴집니다. 멈추고 천천히 바다를 보며 걷습니다. 숨이 잔잔해지는 순간 다시 뛰어 봅니다.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고 혼자서 바닷가 모래사장을 그렇게 뛰어 봅니다. 러닝을 선뜻 도심에서는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도심의 시선과 공기도 저와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가족과의 시간도 존재하기에 싱글라이프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간은 새벽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싱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러닝'입니다.


바다를 보며 뛸 때는 파도의 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저 멀리 지평선에서 새벽의 빛이 올라옵니다. 잔디 위를 달릴 때는 풀벌레 소리가 귀를 맑게 하며 산속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아 줍니다. 호수공원을 뛸 때는 고요함과 적막함이 주는 침착함을 저에게 선사해 줍니다.


'러닝'은 온몸을 뛰게 합니다. 뛰는 것은 설렘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심장이 뛰는 설렘이 사라진 지가 오래된 듯합니다. 어릴 때의 설렘도 나이가 들어가며 조금씩 작아진 듯합니다.


뛰는 것은 혈관의 피를 빠르게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며 세포에 신선한 공기를 넣어주는 행위입니다. 온몸이 생존을 위해 같이 뛰고 있는 과정입니다.


그만큼 '러닝'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운동입니다.


게을렀던 온몸의 세포를 깨우고 게을렀던 피를 빠르게 운동시켜 줍니다. 싱글라이프에 '러닝'을 추가합니다. 가슴 벅찬 순간을 기다릴 때 설렘을 얻듯이 러닝을 통해 가슴 벅찬 순간들을 느끼고 인생의 설렘을 다시 느끼려 합니다.


https://brunch.co.kr/@woodyk/974



우리가 살아가는 삶도 어느 순간에는 가슴 뛰고 벅차 오른 순간을 느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영원한 순간 우리는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숨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천천히 걸어가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벅차오르는 설렘을 위해 뜁니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걷습니다. 그것이 우리 삶의 자연스러움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인생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 속에서 살고, 사랑하고, 참여하라는 것이다. 사랑할 때 무엇을 얻으려면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패할 위험도 감수할 만큼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 프롬은 무언가를 삶에 기꺼이 들이는 것,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고 그것을 열의 있게, 꾸준히 추구해 나갈 때 스스로가 방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려면 온전히 깨어 있어야 하며 현재에 머물고, 참여하고, 주변을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달리기, 몰입의 즐거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새벽이 주는 에너지가 '혼자 뛰는 러닝'을 만나 또 다른 설렘을 갖는 하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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