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유로울까? 나솔이 보여주는 회사생활의 관찰
TV 프로그램 '나는 SOLO다'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저걸 왜 저렇게 할까?' 제한된 공간과 정해진 시간 속에 낯선 남녀가 모여 짝을 찾는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심리 실험실이다.
참가자들은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고, 평소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결정을 내린다. 조급함이 판단을 흐리고, 비교와 경쟁이 감정을 뒤흔들며, 제한된 환경이 사람을 그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
그러나 화면 속 참가자들을 답답하게 바라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솔직한 생각이 올라온다. '나라도 저 상황이었다면 비슷하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좁은 공간, 짧은 시간, 한정된 선택지, 그 환경 자체가 사람의 시야를 좁히고, 생각의 폭을 그 안에 맞추어 가도록 만든다. 이것이 단지 예능 프로그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환경보다 넓게 생각하기가 어렵다."라고 어느 철학자는 말한다.
직장인의 삶을 돌아보자. 우리는 매일 아침 같은 공간으로 출근하고, 같은 부서의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업무의 흐름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시야는 자연스럽게 '내 부서', '내 팀', '내 프로젝트'라는 좁은 테두리 안에 고정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그 틀 안에서만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이것이 나솔 참가자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전체의 판을 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감정과 판단에 빠져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회사라는 환경이 주는 프레임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우리 팀의 기준'이 세상의 기준이 되고, '부장님의 시각'이 현실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점점 더 좁아지는 시야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논할 수 없고, 여름 벌레는 얼음을 논할 수 없다. <장자>
직장 생활은 분명 삶의 중요한 일부다. 하지만 삶의 일부가 삶의 전부가 될 때, 사람은 조용히 갇힌 죄수가 되어 간다. 조금씩 좁아지는 시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환경이 만들어 낸 관점을 자신의 진짜 관점이라 착각하며 살아간다.
나솔에서 가장 많은 실수가 일어나는 순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조급함이 극에 달했을 때이고, 또 하나는 자기 인식이 흐려졌을 때다.
시간이 촉박해질수록 참가자들은 상대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을 채우기 위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착각 속에서 상황을 오독하고, 전체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간다.
직장 생활에서도 이 패턴은 고스란히 반복된다. 성과에 쫓기고 평가에 압박받을수록 우리는 전략보다 반응에 집중하게 된다. 큰 그림을 보는 여유 대신 눈앞의 불씨를 끄는 데 급급해진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환경이 요구하는 속도에 그저 끌려다니는 것이다. 결국 조급함은 판단력을 흐리고, 흐려진 판단력은 또다시 더 좁은 시야를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솔의 참가자들 중에서도 유독 차분하게 전체의 상황을 읽고, 조급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판을 보는 여유,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힘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회사라는 좁은 프레임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한 걸음 물러설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숨을 고르는 쉼이 필요하다. 그 여유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보게 되고, 전체의 그림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고요함 속에서 나는 비로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의 소리가 아니라, 내 안의 소리를. <드라마 나의 아저씨 중>
통찰은 바쁨 속에서 오지 않는다. 멈춤 속에서, 독서와 사유의 시간 속에서,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쌓이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깊어진다. 평정심을 훈련한다는 것은 거창한 수련이 아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나는 지금 전체의 판을 보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나는 SOLO다'의 참가자들이 제한된 공간을 떠날 때, 비로소 자유를 되찾듯이, 우리도 마음속에서 허물어야 할 틀이 있다. 회사라는 틀, 부서라는 틀, '이 정도면 됐다'는 안주의 틀. 그 틀 안에서 세상을 보는 한, 우리는 스스로 만든 좁은 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시야를 넓힌다는 것은 단순히 많은 것을 안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삶의 전체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일과 삶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스스로 발견해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발견된 의미는 누군가를 위한 것도, 회사를 위한 것도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 된다.
전체의 판을 보는 여유, 자신을 인식하는 통찰,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이 세 가지를 갖추어 나갈 때 우리는 비로소 환경이라는 프레임을 넘어설 수 있다.
나솔 참가자들이 그 공간을 나와 비로소 진짜 자신을 마주하듯, 우리도 갇힌 틀 밖으로 나와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을 키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