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가 뇌를 바꾼다. 독서+습관

수십 년 독서 습관이 삶을 바꾼다. 새벽 독서와 글쓰기​

by WOODYK
독서는 약처방처럼 당장 효과가 나타나거나 행복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 권 한 권 읽어가는 동안에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도움이 됨에 틀림없다. <클리프턴 패디먼>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책 한 권을 완독 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책 속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고 싶어 보낸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읽었던 부분들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대학 시절부터 쌓아온 독서 습관이 나이가 들면서 더욱 익숙해졌습니다. 수십 년의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 행간을 헤아리고, 자신의 삶과 견주어 보며, 문장 하나에 감동받을 때 시간을 버리기보다 벌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힘겨운 시간이었습니다. 한 권을 읽는 데 너무 오래 걸려 지루하기도 했습니다. 며칠을 들여야 했던 책들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어려운 책들은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사 오신 세계 고전 문학 전집이 집 안 책장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정작 그 책들을 사 오신 아버지는 생계를 책임지시느라 한 번도 펼쳐보지 못하셨습니다. 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은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갔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책장 속 책들을 한 권씩 꺼내 들며 고전을 알게 됩니다. 문장들은 세로로 인쇄되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 나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책의 두께도 상당했고, 누런 갱지 같은 종이에 빼곡히 박힌 작은 활자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죄와 벌』, 『노인과 바다』, 『테스』, 『폭풍의 언덕』, 『삼총사』, 『수레바퀴 밑에서』, 『데미안』 등 해외 고전 문학을 하나씩 읽어 나갔습니다. 어떤 책은 며칠이 걸려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지만,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의 세계에 빠져들며 속도가 붙기 시작합니다.


처음 단계가 가장 힘든 시간입니다. 책을 펼쳐 놓고 자세를 매번 바꿔가며 하루 종일 씨름하기도 했고, 밤을 새워 읽어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완독 한 책들이 하나둘 쌓여갔습니다.


아버지의 선견지명이셨는지,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하나씩 끝내 가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글씨에 세로 문장까지, 쉽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그 어려움만큼 완독의 성취감도 컸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읽어온 책들이 많습니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책들도 수없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책을 통해 세상을 배워왔습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게 되고, 성장에 대한 갈증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책의 향기를 즐기다 보니, 향기 없이 마케팅에만 기대어 만들어진 책들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 책을 접하면 핵심만 빠르게 추려 읽고 흘려보냅니다.


깊이 있는 책들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단편적인 정보를 나열하는 책 보다, 전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책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수십 년의 독서 습관이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책을 스스로 선별하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제목과 마케팅으로 포장된 판매 지향적인 책은 최대한 걸러내지만, 그런 책과 마주하게 되면 최대한 빠르게 읽고 넘겨버립니다.


예전에는 가방에 책을 두 권 이상 챙겨 다니며 대중교통 안에서 틈틈이 읽었습니다. 읽을 책이 없을 때는 종이 신문을 사서 읽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에 시야를 빼앗기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독서 습관이 서서히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그래도 책은 꾸준히 사고 읽어 나갑니다. 나이가 들어도 버리고 싶지 않은 습관이 있다면 단연 독서 습관입니다. 스마트폰의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책은 언제나 곁에 둡니다. 책이 주는 안도감과 완독 후의 성취감은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어떤 책은 맛만 볼 것이고, 어떤 책은 통째로 삼켜버릴 것이며, 또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할 것이다.<베이컨>


책을 읽는 습관은 명상과 닮아 있습니다. 책 속에 집중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타임을 거부하며, 오롯이 자신에게 몰입합니다. 책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부족했던 뇌 운동이 충분히 이루어집니다.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지고 뇌의 가소성이 작동합니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글을 써 내려갑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을 옮겨 적고, 책 속의 메시지를 기록합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 분리된 행위가 아니라, 의존하며 공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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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이 어릴 때부터 만들어진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내면의 외로움이었습니다.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늘 고민했기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이었습니다.


스스로를 어딘가에 기대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도서관이었고,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손과 뇌를 스쳐 지나간 책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책들을 읽으며 고민했던 시간과 떠올렸던 생각들이 지금도 몸 어딘가에 흐르고 있는 듯합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무심코 스마트폰을 먼저 들게 됩니다. 그러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다시 책을 펼칩니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책을 완독 하고, 이미 읽고 있던 책의 몇 페이지를 더 읽습니다. 그리고 글을 씁니다.


밖은 새벽의 어둠이 아직 머물러 있고, 세상은 조용합니다. 책이 주는 안도감 속에 새벽을 기분 좋게 보내며, 책 속에서 만난 세포들을 쓰는 글 속으로 하나씩 집어넣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 되어갑니다. 나를 위한 명상의 시간이 되어갑니다.





독서와 글쓰기는 서로 의존하며 공존합니다. 모든 과정은 자신을 위한 명상의 순간들입니다. 뇌의 자극과 세포의 활동을 독려하며, 한 인간으로서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새벽 독서와 글쓰기는 겸손히 세상을 바라보고, 겸손히 살아가는 힘의 토양이 되어줍니다. 새벽의 기운을 열린 마음으로 흡수하고, 고요함을 즐기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 세상에 책의 향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나는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다 가졌으나, 생애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독서를 통하여 얻었다. 독서처럼 값싸고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몽테스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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