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회사에 1시간 일찍 도착한다. 일찍 도착하면 좋은 게 오늘 해야 할 것에 대한 준비 과정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고 개인적으로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시간이 주어진다.
아침에 출근을 해서 컴퓨터를 켜니 예전에 인사팀에서 근무했던 후배가 메신저를 보낸다. 반갑다. 늘 보면 즐겁고 유쾌하지만 어렵고 힘든 이야기도 같이 했던 든든한 친구이다.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서로 무식한 사람끼리 어쭙잖게 고민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서로 이야기한다.
개인사에 대한 이야기도 서로 공유한다. 어느 때는 누군가의 험담을 심하게 할 때도 있다. 나이 차이는 나도 그냥 친구 같다. 이렇게 잘 자란 후배가 있다는 게 대견하다. 워낙 인재라서 그룹에서 스카우트해서 데려간 후배다. 늘 바르고 소신 있는 친구이다. 할머니를 모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친구인데 정말 생각이 바르고 예의와 배려심이 몸에 배어 있다.
일할 때는 냉철하다. 크게 그림을 그리며 숲을 보고 나무를 다듬는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 너무 완벽한 것처럼 묘사되지만 그렇다고 완벽주의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좋다. 인간미가 넘치는 후배를 보고 있으면 너무 흐뭇하다. 신입사원부터 대리까지 같이 근무했고 엄한 상무님 밑에서 둘 다 혼나면서 업무를 배운 기억이 난다. 그 추억으로 아직도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믿는 것이다.
후배가 나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선배 제도를 만들고 싶은데 고민이 되네요. 신임 CEO 들도 외롭겠지요. 신임 CEO들에게도 인생 코칭, 경영코칭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냥 개인적 생각입니다."
"무조건 CEO는 잘하건 못 하건 외로울 거야. 자리 자체가 주는 압박과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어. 그리고 외부로 보이는 모습도 신경 써야 하기에 많은 부분들이 부담으로 작용해. 심리적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풀고 싶고 상담도 하고 싶지만 속 마음을 터 넣고 이야기할 사람들은 주변에 많지 않을 거야. 그래서 늘 외롭고 지칠 수 있어. 특히 신임 CEO는 더더욱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봐. 만약 네가 그 고민을 하면 난 잘하는 판단이다고 보여. 그런 비용은 아깝지 않다고 본다."
대견하다. 스스로가 고민하며 어떤 포인트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을 정확히 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경청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가슴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속에서 더 많은 지혜가 나오는 듯하다. 늘 서로 이야기 하지만 경청을 통한 진성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둘은 공감한다.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회사와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신임 CEO가 갖추어야 할 마인드와 심리적 안정감, 고민에 대한 상담을 이야기할 수 있는 코치를 붙여주는 것은 그 회사를 맡고 있는 CEO에게 굉장한 힘이 되고 그를 통해 혜택을 받는 것은 회사이고 구성원들이다.
"지금처럼만 해 나가면 너도 향후 여성 CEO로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너의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상사의 리더십도 많이 보고 배우고 네가 가야 할 방향도 잘 설정했으면 좋겠다. 난 너의 포텐을 매우 크게 봐. 네가 살아온 모습에서 너의 희망을 봤거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과정도 혼자서 해 낸 친구라는 걸 알기에 네가 지금보다도 회사에서 더 성장했으면 한다."
선배는 후배들의 성장으로 먹고 산다.
선배를 성장시키는 것은 후배이고 상사는 나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나를 성장시켜주는 것은 상사이고 후배는 일만 하는 존재로 치부한다. 굉장한 착각이다. 오히려 후배가 당신을 성장시켜준다. 후배들의 힘이 당신의 힘이다.
"너 같은 후배 1명과 3명의 다른 직원을 바꾸자고 하면 난 과감히 너를 선택하겠다" 누누이 해 왔던 이야기다.
그만큼 가치 있고 생각이 깊은 친구이다.
아침에 공부하고 글을 쓰는 활동보다 더 가슴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아침 시간이었다.
각자의 역할과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지만 언제라도 연락하면 기분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직장생활의 에너지다. 그건 서로를 신뢰하며 서로의 가슴속에 진정성을 갖고 지내왔기 때문이다.
어쩌다 연락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느낌. 시간이 서로의 신뢰를 공고히 해 주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들이 모여 회사생활의 행복을 우리에게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