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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Mar 13. 2022

나를 찾아가는 여행, 구속이 준 자유

코로나 격리 기간 즐겁게 보내는 최고의 방법

코로나로 몸이 안 좋은 상태였다. 1주일간 방에서 격리되어 할 수 있는 것은 먹는 것, 자는 것, 독서, 유튜브. 영화보기였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답답한지 몸소 느꼈다. 자유라는 의미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되었다. 하루 이틀은 좋은 듯 하지만 날이 길어질수록 답답함이 밀려왔다. 늘 회사를 다니며 꿈꾸어 왔던 나만의 공간, 시간이다. 가족과도 격리되어 있는 나만의 시간이었다.


 몸이 나아지면서 무엇을 할까 생각을 했다. 방에서는 자유롭지만 공간의 격리는 진정한 자유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가족들은 혹시 몰라 더 조심한다. 식사도 혼자 방에서 먹고 늘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끼고 활동을 한다. 구속이지만 작은 방의 공간에서만큼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었다.


무엇을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지 많다. 넷플릭스로 옛 영화부터 최신 핫한 드라마까지 소환했다.  늘 송강호의 마지막 장면 얼굴 표정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람보, quiet place, 아저씨, 추적자 등 옛 영화와 오징어 게임을 보았다.


대학시절에  시험이 끝날 때마다 비디오를 6개 이상을 빌려다가 하루에 몰아보며 잠도 설쳤던 기억이 난다.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영화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해 봤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피디가 되고 싶다는 꿈도 꾼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가족을 얻고 직장을 다니면서 그런 꿈들은 잊어진 지 오래되었고 영화관을 가는 것도 영화를 몰아서 보는 것도 잊혀진 유물이 되어갔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코로나라는 놈이 나를 옛 시절로 소환한 것이다.


구속된 자유지만 의외로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니 또한 답답함 속에 기쁨을 얻었다. 밥을 챙겨줘야 하는 가족은 매우 불편함을 느낀다. 가족에게 챙김만을 받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제 역할을 못하는 사람이 된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다짐을 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은 괜찮지만 은퇴를 하는 시점에는 반드시 어딘가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놓지 않으면 서로가 불편하리라는게 느껴진다.



영화에 빠져 옛 추억들을 소환하고 다시 보는 영화를 스스로 재평가도 해 보았다. 살인의 추억 같은 명작은 다시 몇 번을 보아도 재미있고 좋다. 영화로 시간을 보낸 후 내가 다음으로 하고 싶은 것은 책을 쌓아 놓고 읽는 것이다. 대학시절에 늘 해 보고 싶었던 게 읽고 싶은 책들을 싸가지고 절에 가서 1년 정도만 보내고 싶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절이 아니라 집이지만 일주일간은 꼼짝 못 하는 상황이라 사놓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기로 했다. 오건영 씨 '부의 시나리오', 설민석의 '조선왕족 실록',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를 몰아서 읽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게을러서 읽지 못한 게 아쉽지만 이 책도 참 오래전에 사놓고 앞표지만 보고 읽지 못했던 책이었다.


 한 권 한 권 완독 하며 오랜만에 대학시절 도서관 앞 벤치에 누워서 책들을 읽으며 한량처럼 보냈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대학시절이 자꾸 떠오른다는 것은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책을 쌓아 놓고 읽는 기분은 굉장히 즐거웠고 책 속에 빠진 나를 보며 어릴 적 꿈들을 잊고 지낸 나를 다시 살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유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유튜브에서 가장 핫한 NFT에 대한 공부를 했다.


 조선왕조실록, 총 균 쇠는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들이지만 유튜브 속의 NFT는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는 영상들이다. 블록체인, 암호화폐, NFT, 탈중앙화, PFP. 크립토 펑크, BAYC. 웹 3.0, 커뮤니티, 1인 크리에이터 등 늘 관심은 있으나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생태계인지를 알고 싶었으나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구속의 자유시간을 통해 유튜브에서 관련된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가상세계의 흐름을 조금은 가깝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 구속된 자유이긴 하지만 1인으로 구속된 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는 시간이었다. 가족이 준비해 주는 식사를 받아서 먹는 게 미안했지만 오롯이 나 혼자만의 공간에서 시간을 꾸려가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경이었다. 오히려 나를 충전하고 나를 더 성장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계기가 된 듯하다. 현실에서 일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시간도 너무 소중하다. 하지만 정말 나 혼자의 시간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충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좋지 않은  바이러스인 코로나가 준 작은 선물일 수도 있다. 진짜로 전화위복이란 사자성어가 적합한 상황인 듯하다.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할아버지가 한 말이 생각난다. "돈이 너무 많은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의 공통점은 사는 게 재미없다."라는 대사가 이렇게 나에겐 다가온다. "살아있고 지금 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행복이고 그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행복의 수준은 달라진다."라고 대사를 바꾸어 주고 싶다.


재미와 행복, 그리고 옛 시절의 꿈들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어찌 보면 행복하고 재미있는 시간일 수 있다. 단지 우리가 그 시간을 의미 없다고 자책하고 등한시하기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가 준 구속의 자유가 현실에 매몰된 자아에게 조금은 에너지를 충전시켜주었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나를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도 선물로 전달했다. 책을  통해 역사도 공부하고 영화를 통한 추억을 만나보고 유튜브를 통해 현실과 달라지는 미래도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내일부터 회사 출근이 시작되고 구속 생활에서 해제가 된다. 현실에 살다 보면 잊어진 꿈들과 희망들이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그렇게 잊어지는 것들이 있어야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 그래도 문뜩문뜩 이런 시간들을 가지며 과거의 꿈 많던 자아를 찾는 시간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젊음은 흘러가고 어느 순간인가 나도 나이를 먹는다는 것, 그리고 옛 시절을 추억한다는 것 그것들이 모두 나의 인생 이리라.


코로나로 격리된 기간 저한테 울림을 준 음악 공유해요

엔리오모리꼬네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https://youtu.be/USK1VjV-n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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