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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un 06. 2022

오래된 종이책을 정리하는 시간이 주는 행복

책꽂이 있는 오래된 책이 주는 변화

일일작을 생각하며 글쓰기를 하루하루 실천해 왔다.


 주변에서 일들이 생기고 한동안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스스로의 약속을 깨기 시작했고 조금씩 게을러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천하지 못하는 기간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생각하고 글 쓰는 시간을 다른 것들이 끼어들었다. 대부분의 시간이 유튜브였다. 유튜브 속에 나오는 콘텐츠에 정신이 팔린다. 계속 콘텐츠 속에 빠져드는 나를 보며 시간을 유튜브에 저당 잡힌 느낌이 들었다.


 유튜브 속 콘텐츠는 유익한 것들이 많다. 이 세상 궁금한 것들은 구글 검색도 있지만 이젠 영상이 동반된 유튜브로 통한다. 하지만 나의 시간이 어느 때는 무의미하게 휴대폰 화면 속으로 뺏기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이런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내 루틴이 깨지고 무기력증까지 오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에서의 여러 일들과 가족의 이별들이 감정의 부담으로 다가와서 나의 루틴을 잃고 흔들리는 모습이 유튜브로 눈을 돌리고 깊은 생각을 죽이는 시간으로 활용하며 나의 중심을 잃어가는 듯했다. 원래 방황하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기간이 길지는 않은 편이나 이번은 다시 정신 차리고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지는 느낌이었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좋아 매일 새벽 글 쓰는 루틴을 유지했으나 정신은 뭔지 모를 지침으로 채워지고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과의 별도 힘들지 않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하지만 나의 일상에 이별은 흔들림으로 스며들고 있던 것이다. 한동안 너무 수동적 활동을 한 듯하다. 유튜브 화면 속에 나오는 것들만 듣다 보니 인풋보다는 내가 오히려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한 자 한 자 쓸 때는 오히려 소진보다는 에너지를 얻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를 정비하기 위해 예전에 읽고 좋았던 책들을 정리했다. 책을 주문할까 생각했는데 사놓고 읽지 않은 책, 읽고 좋았으나 머릿속으로 정리가 안 된 책들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들고 책장 앞단에  눈에 띄는 곳에 놓고 디시 읽기로 결심했다.


책을 좋아해서 할아버지가 되면 동네 작은 책방을 소소하게 하고 싶었던 것이 신입사원  때 최종 꿈이었는데 그 꿈도 잊힌 지 오래되었던 것 같다. 책장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 읽다가 그만둔 책, 사놓고 안 읽은 책들에 대한 애정이  피어올랐다. 시간은 지났지만 지금 읽어도 너무 훌륭한 책들이 책장에 먼지를 먹고 있는 게 불쌍할 정도였다.  또한 요즘처럼 무기력한 상황에서는 에너지가 소진만 되고 나의 뇌에 종이책을 통한 인풋이 적었던 부분들이 아쉽게 느끼고 있던 찰나였다. 오래간만에 보는 책을 보니 다시 나를 재정비하는 느낌이 들고 온라인이  아닌 종이책에서 느껴지는 촉감과 냄새가 너무 좋게 느껴졌다.

무기력함이 온 것은 인풋 없는 아웃풋만 바라보고 있던 스스로의 게으름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게으름을 썩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기에 게으른 나를 바라볼 때는 스스로를 답답해한다. 이런 시간이 슬럼프로 다가 오기에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작은 변화를 나에게 주어 자극을 주는 것이다.  종이책은 늘 나에게 자극을 주며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고 스스로를 둘러보도록 했다. 종이책들 중 좋아하는 책들을 모아서 정리해 보니 이 책들을 다시 읽고 싶다는 욕구가 커져만 갔다. 책꽂이에 있던 책들은 세월을 나와 같이 지내지만 그 속에 있는 지혜와 세상의 이야기는 올드하지 않고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오랜만에 나의 종이책들을 책꽂이에서 정리하는 작은 변화가 지금의 무기력함이 사라지는 순간이길 나 스스로에게 희망한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를 보고 싶다. 내일은 잊어지고 있던 하나의 종이책을 다시 펼치며 나의 뇌에게 인풋을 넣어 주려 한다. 그리고 종이책의 촉감과 기억. 그리고 향기에  나를 깨우려 한다.


독서는 굳어가는 뇌를 유연하고 부드럽게 해주는 봄비와 같다. 종이책 한 권의 여유, 그 여유가 주는 행복을 느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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