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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Mar 01. 2023

꿈을 가진 아이에게 현실은 선택

인생에 정답은 없다. 선택만 있을 뿐이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존재한다.


현실이 되면 이상이 아니고 이상이면 현실이 아니다. 현실과 이상의 갭을 채워나가며 스스로의 성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인생이다. 아이가 학원의 많은 숙제에 지쳐서 집에 돌아왔다. 수학 문제의 양이 어머어마하다. 지나친 숙제의 양에 아이도 조금씩 지쳐가면서 또한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정말 하루 종일 앉아 문제만 풀다가 집에 오면 주말이 다 지나간다. 아이도 짜증이 날 만하다. 진짜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 학원을 다니며 이렇게까지 선행학습을 해야만 할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아빠 초 6학년인데 중 2학년 문제를 벌써 선행하고 있어. 늘 진도 나가는 게 장난이 아니야. 숙제는 늘 많아. 학원에서도 친구들하고 이야기도 못해. 문제 푸는 시간이 촉박해서 옆에 앉은 아이들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냥 문제만 풀어. 정기적으로 시험 보면서 반을 이동시켜 그리고 성적이 안 좋거나 숙제가 미진하면 나머지 공부를 해야만 해.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틀린 문제와 미진한 진도를 늦게까지 남아서 마무리하고 집에 가야 해"


의대 선호 현상이 극에 달하며 최근 학원가에선 ‘초등부 의대반’이 성행하고 있다. 초등부 의대반은 통상 수학 선행학습을 주로 하는데 시작할 수 있는 연령이 통상 초등학교 3학년~4학년(만 8세~10세)부터다. 유명 학원은 준비반 입학을 위한 시험까지 치러야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목동의 한 유명 학원에서 운영하는 초등 의대반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과정이 시작된다. 이 학원 커리큘럼을 보면 초등학교 3학년 시작반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과 5학년, 6학년 수준의 수학 개념을 선행학습하고 4학년부터는 중학교 1학년, 5학년에는 중학교 2학년까지 배운다.
 _조선비즈. 최효정 기자. 일차방정식 배우는 초 3..의대 열풍에 학원가엔 초등의대반 유행. 23.2.28


듣다 보면 진짜로 비인간적인 수업을
수강료를 내면서까지 아이들에게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선행학습을 위해 학원을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중학교에서 이미 고등학교 수학까지 진도를 뺀다. 선행학습을 통해 사전에 진도를 다 빼고 다양한 문제들을 반복해서 학습한다. 반복학습을 통해 문제에 대한 적응도를 높인다. 이런 환경을 이해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만약 천천히 진도를 빼고 선행 학습이 아닌 정규 수업만으로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면 대학 입시에 경쟁력이 있을 수 없다. 절대 선행학습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온 학생을 따라갈 수 없다. 아이가 따라갈 수만 있다면 학원을 보내 다양한 문제들에 익숙해지고 적응력을 높이는 게 대학입시에는 유리하다. 그럼 이런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이렇게까지 사교육을 하면서 대학을 보내야 하나?  의문을 던져본다.


요즘은 명문대 수준의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방대를 나오면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질 수도 있다. 예전처럼 공채를 뽑는 대량고용 시장이 형성되었던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수시채용이 일반화되어 취업의 문은 계속 좁아지고 있다.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자신의 업을 쉽게 찾게 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배움에 대한 기본기를 닦기 위함이며 스스로가 자본주의에서 생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인 것이다. 만약 대학을 안 다닌다면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 방향으로 집중화할 수 있다. 아이를 특성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할지 명확하다면 그 분야로 도전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찾지 못한다. 결국 가장 흔하고 대다수가 하는 정규 코스인 대학 입학을 준비시킨다.


하지만 특성화 방법 또한 시간과 자본을 한 분야에 집중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분야의 차이가 있을 뿐 공부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그럼 기술을 배우거나 장사를 배우게 하는 것은 어떨까? 가장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애초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기술 쪽으로 방향을 명확히 해서 기술자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고 자신의 관심 분야가 있다면 그 방향으로 일을 해 보며 장사 노하우를 배우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배우기, 장사 배우기 등을 중학교, 고등학교부터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살아가는 옵션을 열어 놓고 충분히 고민 후 판단해도 된다.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공부로서 도전해 보고 대학을 가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면서 자신의 인생 진로를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쪽에 치우쳐 자신의 인생 방향을 좁게 보는 것보다는 대학생활을 통해 다양한 삶을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육은 그대의 머리 속에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씨앗들이 자라나게 해 주는 것이다._칼릴 지브란


정답은 없다. 그리고 정답이 만들어질 수 없다.
인생은 원래 정답이 없는 것이다. 선택이 있을 뿐이다.


아이가 충분히 공부를 따라와 준다면 여건만 되면 학원 방식을 따라가는 것이 나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대학을 보낸다고 판단했다면 그런 사교육에 대한 부분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든다. 한때는 내가 자란 시절만 생각하며 이렇게까지 아이들을 공부시켜야 하는가 회의를 느꼈지만 이런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왜 엄마들이 비슷한 패턴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간다. 선행학습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는 과거의 교과서 중심의 학습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선다.



 "아빠 나 농구 잘하는데 농구선수하고 싶어. 공부보다는 농구가 좋아요. 농구선수가 꿈이야"


자주 하는 말이다. 아빠의 입장에서 아이의 꿈을 꺾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네가 지금 공부하기 싫을 수 있어. 그리고 농구는 재미있어서 농구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 그런데 아빠는 솔직히 농구선수가 되는 것보다 농구를 취미로 하고 농구를 하고 싶을 때 언제라도 하는 게 재미있지 않을까 해. 농구선수가 되는 길은 솔직히 공부보다 더 힘든 과정이야. 그리고 운동은 선천적 재능도 한몫을 해요. 키도 커야 하고 체력을 위해 매일같이 쉬지도 못하며 운동을 해야 해. 네가 잘 알지만 프로농구에서 뛰는 선수들은 한정되어 있어서 두각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 그곳도 경쟁의 연속이야. 멋있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잘 보면 늘 땀으로 온몸을 적시며 운동하고 노력해야 해."


아이는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서운해한다. 자신의 꿈을 이렇게 짓밟아 버리는 아빠가 미울 수도 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추신수 선수의 마이너 리그 시절 눈물의 빵조각을 먹으며 가난하게 살았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추신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올라가서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진 것만 부러워했지. 진짜로 추신수 선수는 7~8년을 마이너리그에서 빵 한 조각 먹고 버스 타면서 월 1백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으면서 훈련했어. 언제 메이저리그로 올라갈지도 모르는 그런 막막한 마이너리그에서 말이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비행기 타고 늘 뷔페 식사를 하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 마이너리그에서 외롭고 가난하게 훈련을 한 거야.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어. 노력과 인내, 그리고 자신이 하겠다는 열정이 없고서는 공부던 운동이던 어느 분야에서도 성공이란 단어를 얻어가기 쉽지 않단다.


너의 미래에는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길이 있으니 지금부터 너의 길을 너무 한정 짓지 않았으면 해. 네가 농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이미 너의 인생이 농구선수에 맞혀지게 되고 많은 시간을 그쪽에만 투자를 해. 그게 빠른 선택이라 좋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한쪽에 치우친 삶이라 리스크도 매우 크단다. 그냥 평범해 보이겠지만 공부를 통해 대학을 가서 네가 다양한 세상을 보고 느끼면서 너의 길을 심도 있게 찾아가는 걸 아빠는 추천한다.


교육의 가장 귀중한 효과는 당신이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당신이 해야 할 때에 당신으로 하여금 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_헉슬리


 그리고 그게 공부가 아니라 뭐라도 네가 그때는 성인이 되었으니 너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때까지 노력해서 네가 원하는 학교를 가는 것이 그나마 나은 선택이지 않을까?"



"아빠 평범하게 사는 것보다 특별하게 살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평범하잖아"


"특별히 살고 싶지 누구나.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지. 그리고 그 특별함이 성공까지 가면 좋겠지. 운동선수들이 특별하게 보일 수 있어. 하지만 그 분야에서 부각되는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엄청난 고생과 노력, 땀이 담겨 있는 거야. 티브이에 나오는 특별한 성공만 보지 말고 네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아오는 과정을 찾아보고 그것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해.


아빠는 네가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지금의 공부가 헛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많은 숙제들을 해 나가는 게 버겁겠지만 그것도 과정이야. 무엇을 얻고자 하면 힘든 과정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어. 이 세상 무엇이던 적용되는 원리지. 오히려 공부하는 과정보다 운동선수들이나 예술가들이 겪는 과정이 더 힘들 수 있어.


난 네가 이런 과정들을 통해 너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으면 해. 네가 어떤 것들을 해 나가며 살아갈지도 고민하며 더 깊게 알아갔으면 해. 절대로 대학을 가기 위한 과정들이 헛되다고 보지는 않아. 그렇다고 공부가 전부인 것은 아니 다라는 거지. 인생의 과정일 뿐인 거야. "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왜 선행학습을 해야 하는지까지도 아이와 이야기하며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몫이지만 아이가 스스로 성숙한 판단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부모와 아이는 계속해서 인생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잔소리로만 들리고 서로의 교감이 없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군자가 추구하는 것은 자기 안에 있다. 작은 사람이 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있다. –공자

인생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현실이다.– 쇠렌 키에르케고르


 이 아이가 살아가며 자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느꼈으면 한다. 그 느낌을 자신의 성장으로 흡수하며 난관들을 경험하고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다양하고 힘든 선택의 기로가 다가올 때 스스로의 바른 판단으로 자아를 세워갔으면 한다.


인생은 다양한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여행이기에
아이가 자아를 아끼며 나다움을 간직하며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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