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Sep 19. 2023

한국형 슈퍼히어로 "무빙", 슈퍼히어로는 필요한가?

한국판 슈퍼히어로 '무빙'이란 드라마가  국내 및 해외에서 흥행을 이끌며 디즈니 OTT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빙'은 어떤 드라마인가?



한국의 슈퍼히어로물이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물처럼 무지막지한 특수효과를 써가며 유치하지 않게 잘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미 '어벤저스'와 같은 히어로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무빙'은 어떻게 화면으로 끌고 올 수 있을까?



하지만 의구심은 긍정적 확신으로 돌아왔다.



'무빙'은 할리우드의 히어로물보다 더 인간적이고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처럼 쉽게 내용물들을 풀어 몰입감을 높였다. 강풀작가의 원작을 드라마로 만들어 그런지 내용에는 순수함과 가족애가 담겨 있다. 초능력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초능력을 가진 자식들을 보호하기 위해 평범히 살아가다 여러 악의 무리들과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전개되고 그 속에서 그들을 이용하려는 정부의 비열한 모습들도 함께 화면에 담았다.



할리우드에서는 슈퍼히어로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가 오래전부터 등장해 왔다.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수많은 슈퍼히어로의 세계관들을 엮어 '어벤저스'라는 영화를 탄생시키기까지 했다. 악과 싸워 이기고 정의는 살아 있다는 깃발을 꽂으며 우리에게 정의를 믿어도 된다는 안심을 주기도 했다.



미국은 역사가 짧고 다민족이 살아가는 국가이다. 국민들에게 "미국은 하나다"라는 의식을 전달해 주어야 했고 구심점이 필요했다. 영웅 이야기는 미국 국민들이 응집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 주었고 자부심을 심어 주었던 장치들이었다. 수없이 많은 히어로물이 등장하고 그들이 정의를 지켜주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등에 망토를 두르고서 악당들을 물리치는 꿈을 꾸기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TV에서 히트를 친  '모범택시', '경이로운 소문'도 한국형 히어로물에 포함이 된다. 드라마는 악은 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선이 지키는 세상에서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선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정의롭지 않은 사람들에게 벌을 주고 평범한 시민들을 보호해 준다.



'모범택시' 속에는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 비열함들이 등장하고 악인이 우리 곁에서 활보하며 아랑곳하지 않고 못된 짓을 하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 보다 보면 감정 몰입이 되어 어떻게든 응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도 그들이 두려워 제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범택시가 나타나 그들을 응징해 준다. '경이로운 소문' 또한 힘없던 학생이 초능력이 생기면서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친구들을 도와주고 못된 짓을 하는 악귀들을 지옥으로 소환하는 이야기다.



이런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과 조직, 무리들을 혼내주며 시청자들에게 보는 쾌감을 선사한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에게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슈퍼히어로가 필요한가?



'무빙'을 보다 보면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초능력을 숨기며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초능력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초능력자들의 일상을 파괴하며 그들을 싸움터로 끌어들인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시민들을 아프게 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성취하려는 목적으로 일상의 평범함을 분노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사회라는 곳은 정의가 늘 승리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부정부패와 비리, 정치적 목적 활용, 상식 밖 불합리가 공존한다. 정의가 옳다고 부르짖지만 정의롭지 못한 부정들도 사회에서는 많이 일어난다. 선한 시민들을 황폐화시키고 돈과 권력으로 못된 짓을 하며 큰소리치고 오히려 당당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선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옳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서 평범한 시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우리는 가슴이 답답해지고 멍해진다. 그때 영웅이 나타나 악당을 혼내주는 장면을 보면 잠시라도 쾌감을 느끼게 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살아가기 각박한 세상이 될수록 개인주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소외된 사람들은 많아지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외롭게 살아가는 선한 시민들도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시민들이 정의롭지 않은 사람들의 악행에 상처받는 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학폭 속에 아파하는 학생들을 누구도 돌봐주지 못하고 상처를 감싸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선생님들의 교권 상실로 인한 상실감과 아픔을 본질적으로 치유하지 않으면 어떻게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가!



이태원 참사의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오송역 참변, 그리고 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가의 묵묵부답과 이런 일련의 일들에 대해 책임지는 어른이 한 명도 없는 국가의 모습을 보며 국민들의 상실감은 커쳐만 가고 누가 국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아픔을 치유하기보다는 무관심과 무대응으로 사과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갈라놓는 이념 논쟁으로, 국가의 이런 반복된 모습에 국민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국가의 역할보다는 드라마 속 슈퍼히어로를 더 그리워하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 슈퍼히어로가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우리에게 지금 슈퍼히어로는 필요한가?



국가의 본질은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 주는 일이지만 국가를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드라마 속 슈퍼히어로를 기다리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면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들은 반성하고 고민해야 한다. 드라마 속 슈퍼히어로는 드라마 속 이야기고 현실은 아니지만 그걸 현실로서 기대한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정치인들은 한표 한 표를 자신의 생명줄인 듯 중요하게 여기면서 국민의 희생은 중요하지 않은 듯 비치는 모습들이 '내부자들'이라는 영화 장면을 생각나게 한다. 영화 속 유명 신문사 논설위원 이강희가 온갖 비리를 저지르며 내뻗는 대사이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들입니다. 뭐 하러 개, 돼지들에게 신경 쓰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라고 입에 담기 버거운 대사를 던진다. 국가와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슬프게 만들 때 우리는 영웅을 기다린다.



부디 우리 사회에 슈퍼히어로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국민들을 진심으로 보호해 주려는 정치인과 국가가 존재할 때 우리 곁에는 슈퍼히어로는 필요 없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의 속도가 의미하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