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한다고 한다. 버스,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심지어 거리를 걸어가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띄지 못한다. 어디에서든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국민 4천만 이상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아이들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엄마, 아빠는 대화 없이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풍경은 집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식당에서는 어린아이가 자리에 앉아서 밥보다는 유튜브에 빠져있고 학생들은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이 일상의 모습이 되었다.
"아들아 밥 먹어! 게임은 그만하고 밥 먹어라." 이어폰을 끼고 게임에 몰두하면 주변 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숙제를 해 놓고 놀아야지 숙제는 아직 하지도 않고 휴대폰으로 게임만 하면 어쩌려고!" "자야지 게임 그만해라. 너 눈 너무 안 좋아진다" "너 정말 게임에 중독된 것 같아. 한번 휴대폰 하면 기본 2시간 이상이니. "
늘 엄마와 아이사이에 스마트폰 때문에 싸우는 소리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공부에서 벗어나는 해방구가 되어주고 스마트폰의 콘텐츠에 홀릭되어 스스로의 자제능력을 상실하기까지 한다.
'나 혼자 산다'라는 TV프로그램에서 코쿤이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금욕상자에 휴대폰을 넣어 놓고 잠금이 된 상태로 10시간을 보내는 내용이었다.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 궁금했다.
코쿤은 금욕상자 안에 있는 휴대폰을 보고 싶어 안절부절못한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로 금욕상자를 갖고 할아버지택으로 차를 향한다. 코쿤은 할아버지 댁을 찾아가는데 내비게이션도 없이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만 보던 습관에서 벗어나 전에는 보지도 않던 이정표를 보며 순전히 자신의 감각으로 길을 찾으며 운전을 한다. 습관화되었던 행동 패턴을 바꾸려 하니 힘들고 당황스럽다.
과거에는 차에 큰 지도책이 필수품이었다. 지도책을 찾아가며 목적지를 향하던 모습이 내비게이션이 생기며 사라졌다. 네비에 익숙해진 인간의 뇌가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고 네비의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한다. 갈수록 네비의 힘은 막강해지고 인간의 뇌는 생각하기 귀찮은 것들을 축소해 나간다.
코쿤은 차 안의 적막함을 깨기 위해 듣지도 않던 라디오를 켜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에 빠진다. 차에서 내려 부모님께 전화를 한다.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으니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전화를 거는데 너무 불편해한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에는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공중전화카드는 지갑에 필수 아이템이었다. 이젠 그런 장면은 레트로한 분위기로 치부되는 시절이 되었다.
코쿤이 할아버지댁에 도착했지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으니 허전하고 심심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냥 시간을 마루에 누어 흘려보내기도 한다.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휴대폰을 보던 눈들이 사람들을 찾게 되고 주변의 환경들을 바라보게 한다.
애플의 스티브잡스는 인류에 무지막지한 파급력이 있는 스마트폰을 이 세상에 만들어 놓았다. 스마트폰의 파급력이 온 세상을 지배할지는 그 당시 누구도 몰랐다. 처음
유튜브를 접하면서 허접한 영상들이 뭔 재미가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지만 이제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 다양한 사람들의 삶, 보고 싶은 영상들을 언제 어디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SNS의 천국이 되었다. 특히 인스타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사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는 막강한 SNS가 되었고 사람들이 사진 찍는 것이 일상 속 취미가 될 수 있도록 자극했다. 사람들의 일상이 인스타에 고스란히 들어가 자신의 분신이 되니 휴대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결국 인간은 스마트폰에 잠식당하고 있고 중독된 자신은 스스로의 생각들을 스마트폰에 맡겨 버리게 된다. 알고리즘의 힘에 따라 자신의 눈동자와 뇌가 움직여지고 디지털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하지도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 버린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무엇을 한다기보다 휴대폰의 서핑활동으로 소비하고 영상과 기사의 제목만 계속 훑다가 아까운 시간을 날려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모든 삶에 빠른 반응과 패턴들이 일상화된다. 즉각적 반응들이 실시간으로 휴대폰 화면에 뜨고 갑자기 스마트폰의 세상에서 회자되며 세상의 이슈화가 되어버린다. 사생활이 모두 노출이 되어 언제 어디서나 타인의 동선들을 알 수도 있고 자신을 마케팅하며 자극적 활동들을 휴대폰에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지하철을 타면 신문을 보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책 읽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들 휴대폰에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주변을 둘러보는 사람조차 없다.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줄도 모르고 휴대폰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책조차 휴대폰 안으로 들어와 디지털화된 활자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책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손의 감촉과 향기를 사람들은 잊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휴대폰은 삶의 패턴, 삶의 방식, 삶의 궤적들을 모두 바꾸어 놓고 있다. 디지털 의존이 심해져 이미 우리는 디지털 중독자가 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를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누구도 그것을 쉽게 하지 못한다. 바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혼자만 그렇게 살기는 힘든 세상이 되어 버렸다.
'나 혼자 산다'의 코쿤의 '디지털디톡스' 편을 보며 따끔하게 나를 둘러본다. 이미 나의 손에 쥐어진 휴대폰을 보며 나의 뇌와 몸은 이미 휴대폰에 빼겨있지 않은가 걱정이 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어 갈지 고민이 된다.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가족과의 대화 시간을 찾으려 하지 않으며 사람들을 바라볼 시간에 휴대폰을 보는 휴대폰 노예로 살아가는 듯하다.
간혹은 휴대폰 없는 하루를 강제로 실행해 보는 시도를 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주변을 보는 연습을 하며 아날로그의 가치를 잊지 않고 사람과 자연의 향기를 느껴보고자 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디지털 인간이 아닌 아날로그 인간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곳에 늘 사람이란 존재가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싶다. 오늘 특히 가을 하늘이 푸르고 높아 보이는 것은 휴대폰의 화면에서 벗어나 내 눈과 마음이 하늘을 향하기 때문 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