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1초씩 가지 않는 것. 1분에 1분씩 가지 않는 것. 붙잡고 싶은 사람에겐 아주 빠르게 가는 것. 기다리는 사람에겐 아주아주 느리게 오는 것. 시간관념이 없는 것이 시간 < 사람사전_카피라이터 정철 지음>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 시점 늘 해 왔던 습관이 있다. 마음속에 담아 놓았던 회사 선후배, 동료들에게는 한해의 고마움을 전하고 새로운 한 해의 기대를 같이 공유하는 이메일을 쓴다. 카카오톡으로 안부 인사 보내면 되지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그냥 해 오던 습관이라 귀찮아도 일일이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
우선 누구에게 보낼지 생각해 보고 이름들을 종이에 적는다. 쓰다 보면 꽤 많은 분들이 있다. 선배, 후배, 동료까지 단순히 한해의 고마움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며 느낀 감정들을 글로 적는다. 한 해가 가는 시점과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은 누구에게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시점이다.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그리고 한 해가 지나가는 시점에는 '벌써 이렇게 시간이 되었나'라는 말을 꺼내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는 아쉬움과 후회들이 몰려오고 그런 감정이 새해에는 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력의 숫자가 달라지는 것은 어찌 보면 숫자의 이미지일 뿐이지만 달력의 숫자는 사회의 모두가 약속한 기준점이기 때문에 이걸 숫자로만 바라보기도 쉽지는 않다. 삶은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숫자가 달라졌다고 삶의 연속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속성에도 맺고 끊음이 존재해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동기가 생길 수 있다.
분명 한 해가 지나감은 인생의 흐름 속에서 숫자의 변환일 뿐이지만 숫자의 상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해 보는 방법도 괜찮은 방법이다. 그래서 이 시점에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 방향을 보완하고 수정하며 앞으로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스스로의 모습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오는 시점에 지인들에게 이메일을 쓰는 습관은 오래 간직하며 같이 인생을 걸어가는 분들에게 고맙고 감사함의 표시로 시작되었다. 받아 보시는 분들은 그것이 별게 아닐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스팸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작업은 나 자신이 살아오며 그들에게 받았던 도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이 든다.
이메일을 쓰게 되는 사람들도 매년 바뀐다. 늘 같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사람이 추가되기도 하고 제외되는 사람도 존재한다. 하지만 늘 바뀌지 않는 사람들은 내 가슴속에 깊게 들어와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느 때는 이렇게 쓴 게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가지만 목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 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미안함도 이메일을 쓰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늘 마음만 앞서지 행동으로 그분들에 지원과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마음이 이메일 속에 담긴다. 감정은 분명 그들의 곁에서 도움이 되어 주고 싶지만 자신의 생활에 빠져 그들을 틈틈이 챙기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 해가 지나고 새해가 오는 시점, 작은 습관이지만 글을 쓰고 글을 통해 감사한 분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문자나 카카오톡을 쓰면 편하지만 그렇게 보내는 게 너무 일상화되어 가슴속 고마움이 전달되지 않아 귀찮아도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써서 이메일로 보내면 하루의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느 때는 새벽에 일어나 한 해가 가기 전에 보낼 수 있도록 작업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이렇게 써 오던 글들이 이제는 한 해의 습관이 되었다. 습관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나이도 그만큼 들어간다.
젊은 날의 파릇파릇한 생각과 머릿결들이 이제는 성숙한 생각과 흰 머릿결을 갖게 되고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솔로의 삶이 부인과 아이를 가진 가장이 되었고 회사생활에서 떠나야 할 시간들이 멀리 있지만은 않다. 꼬마였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가고 주변의 친구들도 조금씩 몸에 문제가 생기는 나이가 되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한 해가 지나가는 것이 젊을 때와는 다르게 더 빨라지고 시간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시간을 멈출 수도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부모님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이 들어가고 결국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게 단절되지 않고 연결된 것이 삶이다. 탄생, 성장, 죽음, 아픔, 기쁨, 슬픔, 고통 등 모든 것은 자신의 삶이라는 것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는지가 당신의 삶의 모습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의 의미를 그리고 삶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보고 우리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일들을 낭비 없이 해 나가며 삶의 연속성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태도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오늘 이메일을 통해 감사함과 미안함을 지인들에게 전달하려 한다. 이런 의식들이 해돋이를 보는 행위보다 나에게는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각자의 방식대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깊게 생각할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테 "신곡" 에서 시간과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이 나타난다.
"시간은 강을 향해 흘러가듯이 끊임없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 강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 시간의 강에서 소중한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현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