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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an 22. 2024

감성 함박눈, 동심을 만들다.

하얀 풍경화에 잠시 쉬어가다.

눈이 하얗게 내린다.


천사의 손길처럼 가벼우면서도 마법 같은 그 순간 마을은 아름다운 풍경화가 된다. 그 첫 번째 눈송이는 공중에서 춤을 추며 마을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어릴 적 눈이 내리면 마당은 우리의 놀이터로 바뀌었다.


강아지는 하얀 눈 위에서 자유로운 춤을 추며 우리와 함께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풍성한 눈더미 속에서 눈싸움을 즐기며 서로에게 미소를 선물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정은 마치 동화 속 세계로 초대된 것 같았다.


 함박눈의 세계에서 어린 우리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만끽했다.


온 세상이 흰색이 듯 우리의 마음도 흰색이 되었다. 촛불처럼 흔들리는 가로등이 눈 위에서 은은한 빛을 흩뿌리고 집들은 흰 눈더미에 안기듯 정갈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강아지는 여전히 뛰어다니지만 그 뒤로는 부드러운 발자국만이 남아 눈 위의 새길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눈은 더 이상 순수한 낭만으로 남아 있지 않다.


차가운 눈 속에서 걸어가는 것은 더 이상 로맨틱한 장면이 아니다. 건조한 거리를 걸어가는 느낌이 든다. 눈더미 속에 갇힌 자동차와 그 위에 쌓인 눈은 우리에게 깊은 불편함을 안겨주고 눈싸움은 이제는 싸움이 아닌 어색한 피로감만을 남긴다.


동심을 잃어가는 것은 마치 눈이 녹아버린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눈싸움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면 지금은 눈을 피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현실의 불편한 부분들이 동심의 향수를 뒤덮어버리고 있다.


현실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동심을 되찾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마음속 작은 구석에 어린 시절의 따뜻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상기시키는데 그 무언가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사랑이다.


눈이 내리는 날은 잠시라도 눈의 낭만에 빠져 봐도 좋다. 현실이라는 눈꺼풀에 갇혀 있지 말고 멀리 보이는 풍경화의 아름다움에 감탄해도 좋다. 동심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감성의 일부만이라도 함박눈의 매직에 빠져봐도 좋다.


눈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그 속에서 우리는 다시 어린 시절의 낭만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눈은 우리에게 현실의 불편함이 아닌 동심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가 되어 줄 것이다.


눈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리는 감성은 지금을 부정한 낭만적 망상일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지만 그런 환각에 잠시라도 빠져들어 보고 싶다. 감성은 잠시 우리 마음의 눈시울을 적셔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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