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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Feb 09. 2024

짜장면 랩소디. 짜장면은 추억이다.

짜장면이 전달하는 옛 추억

kbs 방송에서 "짜장면 랩소디"라는 방송을 보게 되었다.


방송을 보다 보니 초등학교 졸업식에 먹었던 짜장면이 생각난다. 그날은 동네 짜장면집에 불이 날 정도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를 했으니 졸업식 날은 넓은 운동장이 부족할 정도였다.


모든 학생과 부모님들이 같은 시간대에 식사를 하려고 나오면 중국집은 불난 집처럼 정신이 없었다. 밖으로는 음식 연기가 자욱해도 긴 줄은 줄지 않고 음식이 나오기 만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짜장면은 우리에게 그저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추억과 감정이 담긴 문화다. 어린 시절에는 생일이나 기념일에 부모님과 함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을 먹었다. 매번 같은 메뉴였지만 매번 새로운 맛이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런 날 먹는 짜장면은 우리의 도파민을 극대화시키는 날이 되어 주었다.


예전에 짜장면가격은 경제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였다.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을 전할 때 늘 뉴스에서는 짜장면 가격을 언급했다. 물가가 올라도 정부에서는 서민 음식의 대명사인 짜장면 가격은 통제를 했다. 그래서 가격이 안 오르는 음식이 짜장면이었다. 서민들은 착한 짜장 가격에 부담을 적게 느꼈다. 중국집은 음식 가격을 올리는 방법으로 대체 음식들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삼선짜장, 삼선짬뽕이다.


짜장면은 화교분들이 들어와 한국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춘장을 베이스로 양파, 다진 돼지고기를 넣고 밀가루 면을 넣어 만든 음식이다. 음식에 중요한 주 재료지만 요리사의 역량에 따라 짜장면의 맛은 다르다. 요리할 때의 화구에 나오는 열을 웍에 얼마를 입혀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깊은 맛이 달라진다.


 70년대 한국은 미국에서 밀가루를 원조받았다. 먹고사는 문제에서 밀가루는 중요한 식재료였다. 라면도 이때 만들어지고 짜장면은 밀가루가 공급되면서 크게 확산되어 나갔다. 80년대는 사회가 고도성장하며 빨리 식사를 하고 일을 해야 하는 문화가 팽배했다. 이런 사회상황이 배달음식이 발달한 배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음식의 대명사는 짜장면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속도도 빠르거니와 배달하기도 편안한 음식이었다. 반찬이 단무지와 양파 외에는 없다. 한식이 가지고 있는 밑반찬등 여러 음식을 배달하는 형태가 아닌 심플한 배달 음식이었다.


배달음식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이 알루미늄 철가방이었다. 처음에는 무거운 나무로 만든 배달가방이었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배달할 수 있는 가벼운 철가방이 등장하며 배달 기술을 점프업 해 주었다. 당연히 배달은 스피드가 중요하다 보니 자전거에서 오토바이 배달로 바뀌고 배달의 속도는 극대화되었다.


짜장면은 예전에도 혼밥이 이상하지 않은 음식이었다. 중국집에 가면 혼자 앉아 짜장면 한 그릇 시켜서 먹는 풍경은 자주 있었다. 지금이야 혼밥이 자연스럽지만 어린 시절에는 혼자 밥 먹는 사람들에게는 시선이 따가웠다. 하지만 중국집의 짜장면만은 이런 풍경을 자연스럽게 받아 주었다.  



중국집에 수타면 전문점이라는 말이 붙으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었다. 동네에 수타면을 뽑는 요리사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더 비싼 가격을 내고도 찾아가서 먹는 유명한 수타짜장 전문점이 되었다. 수타면은 면이 부드럽고 양념이 면에 스며드는 것이 수월해 짜장의 찐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요리사가 나와 하얀 밀가루를 날리며 수타를 뽑는 모습은 어린아이에게는 신기한 매직과도 같았다.


한국의 음식과는 달리 중국음식은 기름을 많이 사용한다. 짜장면이 식탁에 올려지면 기름이 쫠쫠 흐른다. 먹을 때도 기름이 입을 감싸는 소리가 난다. 먹으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기름기와 혼합되어 짜장면이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간다. 먹으면서도 또 입이 가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


이사가 있는 날에는 짜장면과 탕수욕이 전부다. 이사하는 날은 집에 먹을 공간이 부족하다. 곳곳에 먼지가 있는 상태에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옹기종기 앉아 먹는 짜장면의 맛은 일품이다. 당구를 좋아하는 분들은 시간에 쫓기면서 서서 급하게 먹는 짜장면이 가장 맛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어린 시절에는 외식이라는 게 흔하지 않았다. 중국집 가서 외식하는 것조차 흔치 않을 때는 집에서 춘장으로 어머니가 짜장 소스를 만들고 밀가루를 홍두깨로 밀어 두터운 면으로 짜장면을 직접 만들어 주셨다. 중국집의 화력과 능수능란한 요리 기술이 버무려지지는 않았지만 둔탁한 어머니의 짜장면도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는 최고의 맛이었다. 그냥 짜장면이라서 맛있었다.



어머니는 짜장면을 좋아하셨다. 편찮으실 때도 짜장면을 시켜드리면 너무 맛나게 먹으시면서 미소를 지었던 생각이 난다. 짜장면을 먹으시고 늘 하시는 말씀 "잘 먹었다. 맛있네"라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예의로 작은 트림을 하시곤 하셨다.


짜장면은 아이들에게 검은 춘장으로 얼굴 화장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급하게 먹는 아이들은 미숙한 젓가락질로 춘장 소스를 옷에 묻히고 얼굴 주변은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감사함의 표시로 춘장으로 색을 칠한다. 지저분하게 먹는다고 엄마한테 혼나면서도 짜장면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농심에서 만든 짜파게티 라면이 등장하며 짜장면의 맛과 또 다른 짜장면의 세상을 개척했다. 짜파게티는 짜장을 혼자 요리해서 간단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간편 음식이다. 혼자 숙소에 있는 날에는 간혹 짜파게티로 요리를 해 먹는다. 양파 하나를 다 어서 짜파게티 면을 끓일 때 같이 넣는다. 라면을 끓이면서 양파에서 나오는 즙과 수프의 결합이 짜장라면의 맛을 한 단계 레벨 업시켜 준다.


짜장면을 먹고 난 후 후유증이 있다. 물을 계속 먹게 된다는 것이다.  면을 먹으며 같이 먹는 짜장 소스의 염분이 갈증을 증대시켜 준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에게 짜장면은 사랑이고 추억이다.  짜장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은 웬지 짜장면 그릇을 먹으며 천천히 옛 추억들을 음미하고 싶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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