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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Feb 18. 2024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책리뷰

언어의 범주에 구속되지 말자. 책리뷰, 책요약, 서평

# 필요한 사람: 확장편향증에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 목적의식에 사로잡혀 진실을 보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궁금증이 있는 사람, 다양성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 좋은 점: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들이 서로에게 의미를 주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이고 세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생각이나 행동에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고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한 집착은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미스터리 소설처럼 쉽게 읽히면서도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제공하는 책이다.

# 부족한 점: 굉장한 책이라고 평가받는 것에 비해서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대단한 책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하고 이야기 속에 많은 의미를 담았지만 읽고 나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하며 의문을 던질 수 있을 듯하다. 그 의문이 스스로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정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는 않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다.



생각정리


미스터리 소설 같은 과학 논픽션 책이다.


평생에 걸쳐 수천 종의 어류를 분류하며 모든 인생을 바친 인물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탐구로 시작된다.


절망 속에도 어떻게 그렇게 다시 시작하는 힘이 나올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이 순탄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그렇게 어류에 대한 집념으로 이 험한 길들을 살아왔을까?라는 해답을 찾기 위해 작가는 그의 역사를 추적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린 시절부터 사소한 꽃을 분류하고 질서를 찾는 것에 집착한다. 숨어 있는 작고 미미한 것들에 시간을 들인다. 청년이 된 후 1873년 가장 유명한 박물학자 아가시의 제자가 되지만 스승과 의견을 달리하고 진화론으로 넘어간다.


조던은 한 가지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스타일로 스탠퍼드대학에 젊은 나이로 학장이 된다. 끊임없는 어류에 대한 집착은 늘 그를 광적으로 어류 분류에 시간을 소진한다.


그의 탐구 정신은 병적인 모습으로 보이고 목적을 위해서는 무서운 사람으로 돌변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스탠퍼드 학과장 자리을 위협하는 재단의 제인 스탠퍼드 독살 의혹이 있고 자신의 불손한 동료를 지키기 위한 무고한 사람 협박, 인류를 우월한 유전자로 개량하기 위한 열등 유전자 판별 후 여성들을 불임화 작업 등 자신의 신념에 거부를 하는 것들에는 무서움을 드러낸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을 탐구하며 성장하지만 성장하면서 집착의 모습은 잘못된 과학 의식과 이론이 접목되며 다양함을 수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론과 주장만이 옳은 판단의 기준이 된다. 


데이비드는 일평생을 어류 분류에 시간을 투여했지만 작가는 과학적으로 1980년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게 증명되었다고 말한다.


분류상 ‘어류’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수많은 생물들의 다앙함을 묵살하고 단순화 시키는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류라는 범주는 없다고 과학은 분명히 선을 긋지만 이미 어류라는 것은 대중적으로 널리 퍼져있고 아무리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해도 이미 대중들은 어류가 있다고 믿는다.


세상은 분류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성이 사라진 자신만의 집착과 아집, 그리고 비뚤어진 신념은 부작용을 불러온다. 사실 인간은 아주 작은 미물이다. 자연과 우주라는 세상을 이해할 수도 없고 자신이 이해했다고 착각하는 것도 인간의 오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인간만이 아닌 이 세상의 자연의 보이지 않는 작은 존재들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들을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리고 인간이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이유로 자신의 옳지 못한 신념으로 차별화고 배척하며 살아간다.


모든 사람이 입을 맞춰 똑같이 노래를 부른다면 그 노래의 가사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다. <스태니슬로 렉>


사이비의 광기처럼 올바르지 못한 신념은 부작용을 낳는다. 인간의 의미를 고민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외롭고 외톨이가 된다. 우리가 보는 것과 듣는 것, 그리고 구분되고 분류된 언어에 현혹되어 우리가 모르는 이 세상의 흐름을 보잘것 없이 볼 수 있다. 그런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일상의 작은 부분들이 다양성이 존재하기에 의미 있게 흘러가는 것이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작가의 아버지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 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


이 말은 오히려 믿음이라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면서 알고 있는 것들은 우리라는 집단이 만든 허상일 수도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듯하다.


오히려 우리가 의미 없다는 말은 기존 관념과 생각들을 깨고 너의 모습으로 살아가며 그 의미 없는 것들이 서로에게 의미를 주고 있기 때문에 너 혼자서만 살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것들과 보이지 않지만 움직이는 흐름들이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이 의미 있지 무엇을 믿고 따르고 분류하여 진실이 아님에도 진실인 척하며 믿도록 하는 그런 헛소리들은 의미 없다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늘 사색하고 성찰하며 자신과 주변을 둘러봐야 하는 것이다. 아집과 편견, 고정관념, 다양성을 무시한 행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솔직히 무지하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들도 존재하는 세상에 우리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결국 인간은 무지하고 무지함을 인정할 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생긴다.


한 가지 풀만 먹고 자란 사슴 뿔은 한 가지 병만 고칠 수 있고, 스무 가지 서른 가지 풀을 먹은 사슴 뿔은 스무 가지 서른 가지 병을 고친다. <동의보감>


기억하고 싶은 내용 <책 발췌>



인간이 우리 편의로 자연계에 그어놓은 선 때문에 우리는 그 너머 복잡성을 바라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사실 말이다.


인간을 비롯해 모든 생명체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 사회에, 서로에게 중요해요. 아버지 우리는 모두 중요해요.


자연에서 생물의 지위를 매기는 단 하나의 방법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계층구조에 매달리는 것은 더 큰 그림을, 자연의, 생명의 전체 조직의 복잡다단한 진실을 놓치는 일이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합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우리가 어류에 대해 해 온 일이 바로 이와 똑같다. 미묘한 차이들을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몰아넣은 것이다.


자연을 더욱 정확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다. 그것이 민들레 법칙이다.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화가에게 민들레는 염료이며, 히피에게는 화관, 아이에게는 소원을 빌게 해 주는 존재이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를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이제야 나는 나의 아버지에게 할 반박의 말을 찾아냈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인간이라는 존재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질척거리는 변명도, 죄도 아니다. 그것은 다윈의 신념이었다! 반대로,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하고 그 주장만 고수하는 것이야말로 거짓이다. 그건 너무 음울하고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근시안적이다. 가장 심한 비난의 말로 표현하자면, 비과학적이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 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 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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