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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May 31. 2024

아들에게 마음 전하기_50대 혼자 사는 일상

아들에게 쓰는 편지. 유언장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다 좋은 문구가 있어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단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술하게 보내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뤄낸 성공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산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거죠.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나의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떨어지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표현할 줄 모르는 유머감각에도 불구하고, 양지바른 땅에 씨앗이 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라는 자존을 가지고 나의 강점을 실현해 나간다면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뇌관이 발견되지 않은 폭탄이고 뇌관은 바깥이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이걸 믿으세요. 모든 사람은 때가 되면 엄청난 화력으로 터질 만큼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덟 단어, 박웅현 저, 2013년>"


새벽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창문을 여는 것입니다. 밤 사이 닫힌 방의 답답한 공기를 밖으로 내 보내고 밖의 시원하고 상쾌한 자연의 공기를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자연과 내가 잠시 소통하고 자연의 소리를 귀에 담아 보기도 합니다.


조용한 새벽 공기에 울려 퍼지는 새소리는 청명한 공기만큼 또렷이 들리며 자연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습니다. 조용한 침묵의 시간에 연필이 선을 긋습니다. 책 속 좋아하는 문구에 저의 흔적을 남깁니다. 연필로 선을 긋고 마음으로 내용을 되새김질합니다.


잠시 밖의 어두운 풍경을 바라보며 책 속에 나오는 문구의 뜻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새벽에 읽는 책의 향기는 외부의 잡내를 제거하고 맑은 향기를 뿜으며 가슴속 깊이 들어옵니다. 참을 수 없는 에너지를 분출하기 위해 아들에게 작은 편지를 보냅니다.


우표를 붙이는 수고스러운 편지를 대신해서 휴대폰 메시지로 아빠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중학생인 아들은 늘 대답이 짧지만 아들과 아빠의 마음은 통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잠을 자기 전에 속마음을 많이 털어놓는 사이가 되었고 지금은 둘이 같이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아침 책 속의 아름다운 구절을 아들에게 보내 봅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행복한 시간은 이런 것입니다. 아들과 서로 이야기하며 서로의 고충을 보듬어 주고 서로의 행복을 바라며 응원해 주는 시간입니다. 와이프는 간혹 서운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합니다. 서운하다는 말이 맞습니다. 간혹은 와이프가 모르는 비밀도 아이와 쌓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압니다.


결국 더 나이가 들면 아들은 옆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들이 성장해 가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갈 거라는 것도 압니다. 그리고  떠나는 순간이 온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들 속에 아들이 자신의 길들을 선택하고 잘 갈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옆에 있는 건 와이프뿐일 겁니다. 이것도 장담은 못하겠지만요.


나이가 들수록 주변사람들은 축소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적어질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한정된 시간을 주었고 한정된 시간 동안 자신의 삶에 색칠을 하라고 기회를 주었습니다. 당연히 한정된 시간을 채워준 주변의 사랑하는 분들은 때가 되면 죽음이란 시간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것은 자연의 순리이기에 거역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죽기 전까지는 와이프와 아들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오래된 책을 꺼내 읽으며 새벽의 기운에 취하고 책의 향기에 취하게 됩니다. 취한 감정을 아들에게 짧게 글로 보내며 출근을 위해 준비를 합니다.


글을 쓰는 시간들이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 글들이 모여 아들에게는 유언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제가 쓴 글들이 아들이 살아가며 맞이 하는 어려운 시기에 용기를 주고 삶의 지혜를 줄 수 있는 한권의 책이 되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것이 유언장의 의미입니다.


이 글들이 모인 유언장이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인생의 선물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글에 진심을 담아 쓰게 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새벽이 밝아 오고 밝아 옮을 알리는 새소리는 더욱 커져만 갑니다. 아침의 에너지를 책과 자연에서 얻고 오늘 하루의 시간들을 좋은 기운으로 채워 보려 합니다.


이런 작은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새벽의 시간을 감탄하고 살아 있음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오늘도 비우고 채우고 또 비우는 하루를 만들어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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