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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Jan 26. 2019

인턴: 대학생과 직장인 그 중간 (1)

무엇이 힘들었나요

#0. Prologue: 퀀텀 리프의 시작
#1. 지원동기가 삶의 목적으로
#2. Reality : 월급쟁이의 현실
#3. 사모펀드의 투자
#4. 인턴 : 대학생과 직장인 그 중간 (1)
#5. 인턴 : 대학생과 직장인 그 중간 (2)
#6. 연애와 일 Balance
#7. What Now?


인턴은 끝이 있어요. 아 그래서 버틸 수 있습니다!
끝이 있기에 세상 일은 행복한 것일 수도..


대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인턴 생활을 거치면서 배운 것들이 꽤 많았다. 다만 그 과정이 힘들었던 것뿐이지. 나열하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조직생활

일에 대한 책임감



늦잠 자는 게 이렇게 좋은 건지 몰랐어

대학생활과는 차원이 다른 기상이다. 학교에서 걸음으로 5분 정도 거리에 살기에, 1교시 수업이어도 오전 8:30분에 일어나곤 했다. 하지만 8시까지 출근인 회사에선 6시 30분 정도엔 일어나야 안전하다. 다행히 회사가 가까워서 망정이지 판교나 강남이었다면 지옥일 뻔했다. 결국 매일 -2교시를 경험하며 살아가야 한다.


두 달 정도는 매일 잠들기 전 지각을 면하기 위해 되게 긴장하고 잠에 들었다. 6시 30분... 6시 30분... 불경을 외우듯 잠에 들고일어나서 헐레벌떡 준비하였다. 인턴 생활 중의 내 유일무이 목표는 지각 안 하기였음을 고려하면 목표를 이룬 인턴 아니었을까라고 자만에 빠져본다.



출근길 insta pics



사실 세후 100 중반을 버는 인턴이 이러면 곤란하지만, 카카오 택시는 출근길의 구세주인 경우가 많았다. 머리가 예쁘지 않아 다듬다가,  쓸데없이 SNS를 뒤적거리다 2-3분을 흘러 보낸다면 그땐 귀여운 라이언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택시 타다가 느낀 건 '카카오 택시' 시간이 정말 정확하다는 거였고, 나중에 카카오 홈페이지까지 들어가 봤더니 AI가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AI 만세!


인턴이 지난 지 1주 정도 지났으나 때때로 회사 생활이 그리울 때가 있다. 다만, 늦잠과 여유 있게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건 양보할 수 없다.



Life Saver: 택시!
군대에서 조직 생활 선행 학습한 게 이리 도움될지는 몰랐지

다들 좋으신 분들이고 잘 챙겨주셨기에 적응해 나가는데 무리는 없었으나, 다시 이등병이 된 느낌이었다. PEF 특성상 다들 경력직이시기 때문에 말단 직원이신 분도 나이 차가 꽤 난다. 따라서 맞선임이 없는 것 같은 기분에 조직 자체의 특성도 타이트하니 조금 더 힘든 막내 생활을 보냈다고 생각한다.(자기가 제일 어려운 법) 때로는 다른 회사들의 인턴 무리들을 바라보며 부러워했던 적도 있지만, 오히려 나이 차이도 좀 나는 직원분들과 있었기에 조금은 불편했어도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Professional 하다 = 책임감

'책임감'이 바로 대학생과 직장인의,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라고 느껴진다. 대학교 생활을 하다가 마음에 안 드는 팀 프로젝트가 있거나 과제가 있으면 '어느 정도 / 대충' 마무리하면 되지만, 회사에선 얄짤없다. 맡은 일은 책임감 지고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 설령 그게 마음에 드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SUITS'에서 하비의 위엄은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나온다



인터넷에서 군대 선임들이 하는 잔소리 중 최악은 "네 일이라고 생각하고 좀 해봐."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군대에서는 아무래도 선임들이 후임들에게 모든 일을 떠넘기기 때문에 그렇지만... 직장에서는 저 말이 곧 진리라고 여겨도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은 책임감이 생기면 달라진다.


주니어의 가장 긍정적인 태도는
Senior의 일이 곧 자기 일이요,
Senior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믿는 것
-사수님-



사모펀드에서 나는 선배님들이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실제 투자 의사 결정과 관련된 재밌는 업무들도 많이 했으나, 단순 리서치나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업무들도 꽤 많았다. 처음에는 무작정 했으나 재밌는 업무도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조금 지루해져 갈 찰나에 A 선배님이 내게 지나가듯이 "귀찮은 일도 네 일이라고 생각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질 걸."라고 말하셨다. 지루해하는 것이 내 표정에서 드러났나 보다. 그냥 지나가는 잔소리였을지 몰라도, 저 말이 얼마나 날 세게 때렸는지 모른다.




이렇게 글로 쓰다 보니 정말 힘들었던 점은 이른 아침 기상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내게는 좋은 직장이었고 사람들도 좋았으며 배우는 게 많았던 즐거운 인턴 생활이었다. 하지만 첫 출근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불 킥이 저절로 나오곤 한다. 출근하기 2일 전 종강파티 기념으로 술을 너무 마셨더니 숙취로 출근 전 날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었다. 전 날에 룸메이트 형이 죽을 사주지 않았다면, 출근을 못할 불상사가 생겼을지도 모른 일이다. 한 여름날 술병이 난 상태로 머리를 올리고, 넥타이를 매고, 불편한 새 구두를 신고 출근한 그 날은 정말 매 순간 칼날 위를 걷는 것만 같았다. 이 글을 읽는 인턴 분들은 꼭 2일 전부터는 금주하시길 바란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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