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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Mar 29. 2019

시간을 거스르는 비행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2번의 환승


불평의 연속인 글입니다. 불편하시면 돌아가 주세요 ㅠ



인천(11:05 pm) - 노보시비르스크(03:20 am) :

7시간 15분 비행

노보시비르스크(08:40 am) - 모스크바(09:10 am) :

4시간 30분 비행

모스크바(01:40 pm) - 베를린(02:40 pm) :

3시간 비행




한국 기준으로 좌측으로 계속 흘러가는 비행은 처음이었다. 마치 연어가 알을 낳으러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았다. 그만큼 힘들었다. 2번의 환승은 끔찍하다. 만약 러시아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이 글의 결론은 뭐냐면, 돈 많이 벌어서 환승하지 말고 직행 타자. 그리고 10시간 이상이면 이코노미 타지 말자이다.



사실 환승 이전에는 자신만만했다. 오히려 혼자서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며 좋아했었다. "아 중간 4시간 정도는 책 읽기 가장 좋은 시간 아니야? 개꿀이네..."라고 분명히 말했었다. 이는 분명 저가항공사 이코노미 석을 얕봤던 탓이었다. 저가항공사 바라기였던 나는 이제 생각이 바뀌었다. 현시점 제주항공과 진에어 주주인  나마저 왜 FSC(대형 항공사)가 필요한 지 알게 해 주었다. "아 이래서 대한항공, 대한항공 하구나..."



첫 비행에는 나보다 덩치가 크신 분이 옆에 앉았고, 두 번째 비행에는 첫 번째 비행보다 큰 분이었다. 마지막 비행은 무난할 뻔했지만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타러 활주로를 걸어가야만 했다.


앞 의자는 진심으로 이렇게 바로 앞에 와 있었다


직항을 제외하고는 다른 항공편과 비교해도 10~15만 원 싼 건데 이걸 아끼겠다고 저가항공사를 택한 내가 잘못이었다. 이 10~15만 원은 여행 중은 물론이거니와 도착 후 엄청난 피곤을 선물하는 파급효과를 일으킨다. 이 피곤이 일으키는 파급효과는 10~15만은 훌쩍 넘길 수도 있다. 그러니 만약 스카이스캐너에서 정렬순서 최저가를 선택하고 맨 위의 것을 선택하려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라. 정렬을 추천 순으로 바꾸는 게 어떠할지...



그래도 러시아 항공을 타서 좋았던 건, 매우 매우 신기한 러시아 항공만의 풍경을 보았던 것이었다. 정말 다양했는데,



러시아 아저씨가 갑자기 웃통을 벗고 상의를 갈아입으셨음.

러시아 아저씨들은 맥주 마실 때 핸드폰이나 TV도 안 보고 뚱하게 책상에 팔을 괴고 마심

국내선 탔을 때 사람들이 중간 복도에서 일어나 얘기를 나누심. 신기함

승무원분들이 매우 크심. 격투기 선수 같은 분들이 구명조끼를 입는 걸 보니 매우 재밌었음

아기들이 복도를 막 뛰어다님

착륙할 때 다 같이 박수를 치심



특히 아저씨가 갑자기 공항에서 상의 탈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건 매우 충격적이었다. 말로만 듣던 중국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공항인데... 기분 나쁜 건 하나 없었고, 다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공항은 진짜 인천공항 짱...



결국 베를린에 무사히 도착하였지만, 이번 비행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에는 꼭 좋은 항공사 이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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