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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Apr 28. 2019

폴란드 슈체친 2박 3일 여행

지나쳐간 생각들


#1

폴란드 슈체친으로 여행을 왔다. 베를린에서 버스로 2시간 30분 거리. 바다가 옆에 있는 항구도시이고 인구는 40만 명인 소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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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행 다닐 때 여기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마련해 살아가는지가 제일 궁금하다. 옆 테이블에서 밥을 드시는 분의 직업이 궁금하기도 하고. 다만 슈체친은 작은 도시고 시골이기에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유명한 기업이나 공장 하나 없고. 관광업은 생각하지도 않는 도시 같은데... 하루 종일 든 생각은 "여긴 돈을 도대체 어디에서 마련하는 거야???"이었다. 어쩌면 취준이 별로 남지 않아 색안경을 끼고 치우친 시각으로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가끔은 이런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만 하다.



#2

한국의 생활과 비교해 교환학생 기간 동안 가장 달라진 것. 술을 많이 마신다. 특히 맥주. 음식점을 가게 되면 스타터로 맥주 주문하는 게 당연시되었고 자기 전 혼술로 한 잔 하기도 한다. 이번 슈체친 여행도 다름없었다. 양만 더 늘어났을 뿐. 하루에 2~3L는 꿀꺽꿀꺽 삼키는 하마가 되었다. 이렇게 많이, 그리고 자주 먹었던 적이 스무 살 새내기 때를 제외하고 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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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 생활 중에는 아무래도 나보다 어린 동생들을 많이 만나기에 이야기 도중 나 혼자 과거를 회상하고는 한다. 특히 스무 살 새내기 시절을. 스무 살 때는 정말 술 좋아하고 사람들이랑 왁자지껄 노는 게 좋았는데. 지금은 실수하기도 싫고, 숙취가 무서워지기도 했고, 자기 방어도 높아졌기에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당시 재미없는 선배로 여기던 조건들을 충족해가고 있다. 우우우.



#3

맥주 마시고. 졸리니 낮잠 자고. 다시 나와서 밥 먹고. 맥주 한 잔 더하고. 또 한숨 자고. 말로만 들으면 꽤 한심한 삶이지만 직접 하다 보니 꽤 괜찮은 삶의 선택지 중 하나다.



#4

이곳 모든 레스토랑에는 술을 잔뜩 비치해둔 바가 무조건 같이 있다. 술을 안 마시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이 너무 지루해서 어쩔 수 없이 한 잔을 하는 걸까. 아니면 지금 삶이 너무 여유로워 축하의 의미로 술을 한 잔 하는 걸까. 나는 그냥 심심해서 술 한 잔 한다.



#5

오랜만에 느껴지지 않는 인종차별의 시선. 이틀 있었지만 폴란드 사람들은 정말 착하다. 눈빛으로 도와준다고 해야 하나. 흔들리는 나의 눈빛을 보면 다가와서 길을 알려주거나. 이곳에서 난 1.5등 시민이 된 듯하다. 한 달 살아본 결과, 베를린에서는 3등 시민계층에 위치하고 있다. 1.5계단 상승



#6

20살 때는 감성글에 참 빠졌었는데. 과 분위기도 그렇고 선배 분들이 정말 글을 많이 썼었다. 당시 써본 건 서술형 답안지밖에 없던 나였기에 그런 글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나름대로 따라 했던 것 같은데, 술 마시고 끄적끄적했던 것 밖에 없다. 남겨뒀으면 지금 온몸을 배배 꼬면서라도 봤을 텐데 자기 검열이 심하던 시절 전부 삭제하였다. 정말 좋아했던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의 글을 보면 아직도 미친듯한 울림이 넘어오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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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감성글이라고는 써본 적이 없다. 어떻게 쓰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술을 안 마셔서일 수도 있고. 약한 모습을 내보이지 않으려 자기 검열이 심해진 것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게 없어지니 위에 언급했던 대로 나 자신이 재미없어진 것 같기도 하고. 억측일까.



#7

살이 많이 쪘다. 2주 전부터 운동하기 시작하긴 했는데... 완전 돼지가 되어 옆으로 굴러다니고 있다. 뭐 아무렴 어때. 스트레스 덜 받고 여유 있게 돌아다니는 걸 보여주는 수단으로 생각할래.



여유로웠던 슈체친 2박 3일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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