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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Jul 11. 2019

흑역사 제조기

왜 굳이 모두가 볼 수 있는 글을 쓰는가?



솔직히 말하면 오글거리고 남들이 볼까 봐 두렵기도 하다




브런치에 글을 작성한지도 이제 6개월 정도 지났다. 반년 전에 인턴이 끝나면서 '느낀 게 많은데 글로 정리나 해볼까'라고 생각할 때부터 글을 써나갔다. 책 읽는 건 좋아했지만 글을 쓰는 건 서툴어 부담도 되었지만, 뭐 그냥 썼다. 글쓰기 실력은 아직도 미천하지만.




그렇기에 가장 먼저 작성하였던 글들도 인턴 생활에 관한 것들이었다. 돌아보면 부끄럽지만... 삭제하지 않고 흑역사로 남겨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바로 작성했던 건 왜 글을 쓰고 있는가에 대해서였다. 당시에는 모든 행위에 와이(Why)를 붙이는 게 취미였을 때라... 그 글에서는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작성하였다. 실제로 그때는 그렇게 생각하였고. 하지만 발행하지 않고 계속 작가의 서랍(작성 중인 글)에 담아두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성 들여서 작성한 글을 삭제하였다. 왠지 모르게 발행을 하는 것이 마음에 내키지는 않았다.




최근 제현주 작가님의 “일과 마음”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살아온 것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동시에 그래서 의미 있는 글, 나의 지난 시간을 아는 사람들일수록 더 좋아할 만한 글을 쓰고 싶다. 글 하나를 떼어놓았을 때, 그 글이 얼마나 잘 쓰였는지 아닌지는, 예술가도 문필가도 아닌 나에게는 크게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문구를 읽고 머릿속이 바빠졌다. 나는 누가 내 글을 읽어줄 거라 생각하고 글을 쓰는가? 글의 독자가 누구인가?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만 그럴 거면 일기장에 쓰지, 왜 남들이 비웃을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글들을 이렇게 공적인 곳에 쓰고 있을까? 딱 흑역사가 되기 좋은데 말이다.





그리고 답이 나왔다. 나의 글에 잠재적인 독자는 미래의 나뿐만 아니라 자식과 동생들이었다. 더 넓게 보자면 내 가까운 친구들과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른 지인들까지도.




부모님의 어떤 면을 알지만 모든 면을 알지는 못한다. 아빠가 친구분들이랑 있을 때는 어떠한지. 아빠가 어렸을 때는 어떠한지. 어렴풋이 듣거나 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엄마도, 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데 말이다. 조금은 아쉽다. 그래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미래의 자식들에게 내 책을 나눠주는 것이다. 꼰대 같은 발상일 수도 있지만. 죽기 전에 "나는 이랬으니까 심심할 때 읽으삼 ㅋ" 이라며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넓게 보자면 내 지인들. 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지만 글을 보고 "아 얘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관심종자인가?) 그리고 이것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서로 더 이해하고 더 깊은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인들이 나의 오글거리고 한계가 명확한 글을 볼까 봐 겁나기도 하고 어디까지를 써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겠지만. 훗날 만나서 얘기를 할 때 나의 글 얘기를 한다면 얼굴은 화끈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좋은 일일까.




SNS가 발달하여 많은 관계들이 피상적이고 얕아졌지만(나름 좋은 점도 있다), 다시 한번 이 글이 서로에게 더 깊은 관심의 물꼬가 되어 가끔씩이지만 길게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외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많다.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 때도 있고, 힘든 일들을 극복하기도 한다. 대상을 나로 한정하여도 꽤나 생산적인 활동이다.




그렇지만 글을 읽어봐 주고 한 번씩 언급해주시는 분들. 아니면 인스타 태그 타고 들어와서 한 번씩 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글을 써나갈 수 있다. (다 들어오는 거 안다... - 인스타 게시물 포스팅 날짜에 조회수가 높아지는 확연한 경향이 보임) 종종 올릴 테니 심심할 때 한 번씩 와서 봐주시면 좋겠다.






미래의 자식과 동생들에게 나를 알리고 싶어서,
우리의 관계가 조금은 더 깊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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