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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geun Aug 06. 2019

파리&런던 10박 11일

잡생각


#1.

한인 민박에 있으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새벽에 일어나 동생 미셸을 갔다가 다음날 오전 4시에 돌아와 잠을 청하시는 분도 계셨으며, 35도가 넘는 날씨에도 9시 즈음에 나가 밤 10시가 넘어 들어오는, 단 한 번의 쉴틈도 주지 않고 박물관 투어를 하는 분들이 대다수였었다. 오전 11시에 나가 오후 3시에 쉬러 들어오는 나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여행이야 각자의 스타일이니 논외로 하고, 이 폭발하는 에너지를 옳은 방향으로 가게 해주는 리더가 많으면 어떨까 싶었다. 가끔씩은 이 많은 에너지가 조금은 돌아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무한 경쟁하는 사회에서 살아왔는지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한데... 좋은 리더와 함께라면 앞으로 더 대접받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지젯 > 라이언에어


#2.  

베를린에서도 느꼈지만 유럽이 고온건조라는 건 거짓말이다. 그늘에 있으면 한국에서와 같은 찝찝함은 없지만 그래도 습하다. 우리나라가 고온 다다다습이면, 유럽은 고온다습 정도? 파리는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는 것이 불법이어서 에어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렇기에 더 덥다. 오늘 38도였는데 주변 풍경이 군대에서 행군하던 것처럼 느껴졌다. 지구온난화! 환경 보호!


4.59 유로, 4잔정도 나온다


#3. 

여행의 목적이나 즐기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그전에 유럽을 돌 때 랜드마크 숙제 끝내기 여행을 했다면 이번에는 한 곳만 들입다 파는 다른 전략을 취해보았다. 많은 장소를 가보려고 서두르지 말고 몇 개의 장소와 내밀한 개인적 관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여행의 기술이다(파리를 생각한다, 정수복).” 이 문장을 보고 시행한 건데 파리 마레지구에만 5일/5일 = 100%를 달성했다.



마레지구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아직 눈만 감아도 거리의 분위기가 머릿속에 선하다. 여행지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랜드마크 숙제는 아무래도 sns 영향이 꽤나 큰데, 슬슬 질린 사람들은 이번에 내가 했던 여행 방법을 좀 더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하나투어나 모두투어가 지향하는 토털 패키지보다는 소규모 여행사에서 하는 부분 가이드가 성장할 것이고 그것을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더욱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힘들지만 여행 산업은 절대 죽지 않을 것이고, 트렌드 변화는 명확히 보인다. 돈만 있으면 투자하고 싶다.


마레지구


#4.

여행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떨어져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거나 아니면 처음 보는 신기한 것들로만 가득 채우거나.



그런데 이 정도가 숙박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한인민박 - 호텔 - 에어비앤비 순으로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정도가 높은 것 같다.  정답은 없지만 여행 스타일에 따라 잘 선택하는 게 좋을 듯싶다. 혼자 있고 싶으면 한인민박은 아닌 것 같고. 외로움을 타면 에어비앤비 개인실은 아닌 것 같고



#5.

자아가 단단해야 남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공동체 교육을 많이 받는 게 아닌가 싶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남들과 잘 융화되게. 물론, 그렇게 훈련받아 스펀지가 될 수도 있지만 안 멋있다. 스펀지보다 개성 강한 철 수세미가 더 멋있다. 남들과도 잘 섞이지만 개성 강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자아부터 단단하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기 시작하여야 하지 않을까.



#6.

파리는 생각보다 관광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그렇게 느껴진다면,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다짜고짜 서버분에게 영어로 시작하면 돌아오는 건 무관심한 표정과 매우!! 불 친절한 태도다. 여기에 서버분들을 손을 들어 부르거나 음식점 안에 들어가서 인사도 하지 않고 앉으면 인종차별이라 느낄 정도로 매우 노골적인 대우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관광객도 이리 많은데 좀 친절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외국인이 김밥천국에 와서 다짜고짜 아주머님들에게 영어로 말하고 한국 예의에 어긋나게 행동한다면 우리들도 표정이 좋게는 안 지어질 것 같다. 물론 프랑스인들은 조금 더 노골적으로 행동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선으로 행동하면 진짜 눈빛부터 달라진다.



파파고로 검색한 "저는 프랑스어를 못합니다. 혹시 영어를 할 줄 아시나요?" (Je ne parle pas français. Est-ce que vous parlez anglais par hasard?)와 유튜브에서 잠깐 본 여행 필수 프랑스어를 마스터하면 진짜 서버분들의 표정과 서비스가 달라진다. 그들도 내가 파리지앤이 아닌 건 뻔히 알기에 유창한 프랑스어를 기대하지 않지만, 어눌한 프랑스어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금 누그러워지나 보다. 김밥천국에서 외국인이 어눌하게 "저는 한국말 못 해요. 영어 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그 누가 도와주지 않으려고 할까.



이는 내가 여행 갔던 모든 나라들에 적용됐다. 적어도 "저는 ~어를 못합니다. 혹시 영어를 할 줄 아시나요?"와 감사합니다와 같은 기본 표현만 알면 악명 높은 레스토랑에서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Respect F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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