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글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

현실과 열정 사이

by 박동욱

글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글을 사랑한다는 말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사랑은 자유롭다.
원할 때 쓰고, 원하지 않을 땐 거리를 두어도 괜찮다.
하지만 직업은 약속이다.
글이 써지든 말든, 일이 되면 마감은 다가오고,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부담이 글에 대한 사랑을 갉아먹기도 한다.

나는 글을 ‘직업’으로 삼고 살아가며,
수없이 이런 질문 앞에 서곤 한다.

“정말 이걸 평생 할 수 있을까?”
“이 일을 사랑한다고 계속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글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은 하루종일 창밖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고요한 공간에서 사색하며 우아하게 글을 쓸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내가 마주한 글쓰기의 일상은 꽤 고단하고 현실적이다.
글을 쓰기 위해 수십 번의 퇴고를 반복하고,
수입과 명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며,
계약과 기획안, 원고료와 조회수 같은 숫자들이
내가 쓰는 문장 하나에도 영향을 미치곤 한다.

글이 일이 되면, 모든 글이 하고 싶은 말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트렌드에 맞춰야 하고,
때로는 독자의 반응을 예민하게 고려해야 한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보다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우선시되기도 한다.
그 사이에서 내가 ‘작가’인지 ‘콘텐츠 생산자’인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여전히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세상 어떤 직업도
매일같이 자기 자신과 이토록 깊이 마주하게 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건
단순히 ‘무엇을 쓸까’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지금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작업이다.

글을 직업으로 삼으면,
‘쓰는 사람’이자 동시에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문장과 감정만으로는 삶이 지속되지 않는다.
현실을 바라보는 눈도, 계약서를 읽는 능력도 필요하다.
순수한 창작의 꿈과 생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
그게 글을 업으로 삼는다는 말의 진짜 무게다.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이유는,
그 무게를 감당할 만큼의 보람과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내 글을 누군가가 읽고,
“나도 그랬어요”라고 말해줄 때.
“이 글을 읽고 많이 위로받았어요”라는 말이 도착할 때.
그 단 한 줄의 반응이
며칠을 버티게 하고, 다시 한 줄을 쓰게 만든다.

나는 아직도 글을 쓴다.
때론 일처럼, 때론 기도처럼.
그리고 이 길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누군가 글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하면,
나는 말없이 그 사람의 눈빛을 먼저 본다.
진심이 있는 눈빛인지, 환상이 남아 있는 눈빛인지.

하지만 환상이어도 좋다.
나도 그랬으니까.
우리는 결국 환상으로 시작해서, 현실로 다져지고,
시간이 지나 다시 열정으로 돌아온다.

글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건
계속 쓰겠다는 다짐 속에서 흔들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일이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다시 지키려는 마음만 있다면,
우린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 길은 어렵지만, 아름답다.
가끔은 외롭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길.
글이 나의 직업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자랑스러운 날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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