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으로 돌아가기
글을 쓴다는 건,
끊임없이 포기하고, 또 끊임없이 돌아오는 일이다.
나는 그런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이제는 정말 못 쓰겠다’는 마음으로 노트북을 덮고,
며칠이고 생각만 하다가,
어느 날 다시 노트북 앞에 앉는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하고,
손끝은 멈춘 채 커서만 깜빡인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늘 그랬다.
마음은 앞서는데, 단어는 따라주지 않고,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지나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억지로라도 글을 쓴다.
의무적으로라도 앉고,
의미가 없어 보여도 몇 줄을 적고,
내가 쓴 문장을 다시 고치고 다시 읽는다.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글쓰기의 리듬이 돌아온다.
내가 어떤 단어를 좋아하는지,
문장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그 익숙한 흐름이 다시 몸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아, 나는 다시 쓰는 사람으로 돌아왔구나.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마음을 떠올린다.
그 설렘, 그 벅참,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냥 ‘쓰고 싶어서’ 썼던 그 시절의 글.
처음으로 나의 문장에 내가 감동했던 순간.
그 마음으로 매번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감정은 반복되지 않고, 설렘은 희미해지며,
글쓰기도 어느새 익숙함 속에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그 마음을 억지로 되살리려 하지 않는다.
대신, 지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마음을 만든다.
글쓰기는 체력이고, 리듬이다.
그리고 감정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루틴을 만든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대를 정하고,
그 시간에 맞춰 커피를 내리고, 노트를 펴고,
한 줄이라도 쓴다.
그렇게 쓰는 글은 처음엔 생기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묘하게도,
꾸준히 쓰는 글은 다시 감정을 불러온다.
글은 나의 생활을 닮아가고,
생활 속의 작고 흔한 순간들이 다시 문장이 된다.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말했다.
“요즘 글에서 느낌이 달라졌어요. 더 깊어진 것 같아요.”
그 말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모른다.
내가 쓰는 문장에서 변화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
그건 내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했던 성장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느낌적인 느낌 속에서 글을 쓰지만,
그 느낌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 순간 글이 단단해지고 있다는 걸 나도 모르게 깨닫게 된다.
글을 쓴다는 건,
매번 처음처럼 설레지는 않지만,
처음과 닮은 마음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포기하고, 돌아오고, 다시 앉고, 다시 쓰고.
그 모든 과정이 반복되면서,
글은 더 이상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내야 하는 일’이 되고,
결국은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일이 된다.
나는 오늘도 첫 문장을 다시 꺼낸다.
어쩌면 그 문장은 내가 이미 수백 번 써본 문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쓰는 마음은 늘 새롭다.
왜냐하면 그 문장을 꺼내는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쓰는 마음으로, 나는 또 한 줄을 적는다.
그 한 줄이 나를 이어주고,
나의 글을 이어주고,
삶과 나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