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회. 불안 속에서도 희망 찾기

『불안정한 우리』

by 박동욱

아마 우리는 끝까지, 불안을 가슴 어딘가에 품고 살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처럼, 파도 끝의 잔물결처럼.
그게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는 방법을 바꿔 보자.
몰아내려 애쓰기보다, 불안 옆에 희망을 앉히는 일.
지우려는 대신, 작은 기쁨과 감사로 덮어 주는 일.


대단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다.
아침 창으로 들어온 빛을 10초만 가만히 바라보는 것,
컵에 따뜻한 물을 채워 두 손으로 감싸 쥐는 것,
책상 한 귀퉁이를 정리하고 연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문득 떠오른 사람에게 “잘 지내지?” 한 줄 안부를 보내는 것,
집 앞 나무의 잎사귀를 오늘의 색으로 기억해 두는 것.
이런 소소한 움직임이 마음의 바닥을 조금씩 매끄럽게 닦아 준다.


불안을 없애려 할수록, 불안은 더 또렷해진다.
반대로 희망을 키우면, 불안의 자리는 자연스레 좁아진다.
희망은 사건이 아니라 태도이고,
선물처럼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길러내는 습관에 가깝다.
오늘의 작은 감사 세 줄—그게 전부여도 충분하다.
“따뜻했던 커피 한 잔, 낯선 이의 미소, 노을의 분홍빛.”
종이에 적힌 그 세 단어가
밤을 건너오는 동안 마음을 지켜 준다.


나도 안다. 어떤 날은 감사할 것을 찾는 일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억지로 밝아지려 하지 말자.
불안을 인정하고, 옆자리를 내어 주자.
“그래, 오늘은 네가 함께 있구나.”
그렇게 말해 준 다음, 아주 작은 무언가를 더해 보자.
창문을 조금 열어 바람을 들이고,
숨을 길게 한 번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희망은 그 한 호흡의 온도에서 자라난다.


우리는 늘 이루지 못한 것들, 아직 닿지 못한 장소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조급하게 만든다.
하지만 삶은 속도전이 아니었고,
남이 정한 표준 답안으로 채점하는 시험도 아니었다.
오늘의 나를 “충분하다”라고 불러 주는 용기,
그 용기가 내일의 나를 한 걸음 더 데려간다.
희망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나는 나의 속도로 가도 된다”는 조용한 확신에서 시작된다.


밤이 길어질 때면 나는 마음속 탁자를 하나 꺼내 놓는다.
불안과 걱정, 그리고 작은 기쁨을 함께 앉힌다.
말이 많은 쪽은 늘 불안이지만
기쁨은 묵묵히 물 잔을 채우고, 촛불을 켠다.
그러면 방 안의 빛깔이 조금 바뀐다.
불안은 여전히 거기 있지만,
그 빛 속에서 나는 나를 조금 더 선명하게 알아본다.


오늘도 큰 약속 대신 작은 실천을 고르자.
하루의 끝에 감사 세 줄,
아침의 빛을 10초,
따뜻한 물 한 잔.
그렇게 하루를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살아냈다’는 단정한 문장을 오늘에게 건넬 수 있다.
그 문장이 내일의 우리를 깨우는 알람이 된다.


불안은 남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안의 빛도 남을 것이다.
그 빛은 때로 희미하겠지만,
희미함은 사라짐이 아니라 시작의 다른 형태다.
우리는 이미 여러 번 흔들렸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그러니 오늘의 작은 희망 하나면 된다.
그 하나가 내일을 부른다.



불안은 삶의 그림자,
희망은 그 위에 겹쳐 그려 넣는 색.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아도
우리는 색을 더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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